한국일보

[여성의 창] 우윤미 ㅣ 가장 중요한 교육

2015-01-19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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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이들의 얼굴에 아무 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 나라 아이들의 현실을 너무나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아팠다. 우리나라는 자랑스럽게도 OECD 국가 중 청소년 행복 지수 하위권이라는 명예를 안고 있는 나라이다.

도대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짓을 저지르고 있는가? 내가 어릴 적에도 교육열은 지금보다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 친구들은 대부분 학원과 과외를 했지만 우리 집은 그럴 형편이 아니었다.

그 대신 나는 초등학교 때 방학이 되면 언니와 동생과 함께 엄마가 신청해 준 무료 체험 학습을 많이 돌아다녔다. 당시 우리 엄마는 역사 교실이며 동물원 체험, 식물원 견학, 농장 체험 등 무료라면 모두 신청을 하셨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고궁 체험 중 ‘태정태세문단세’로 시작하는 조선왕조 배우기 시간이었는데 공부가 아니었기에 정말 신나게 외우고 집에 와서 언니하고 겨루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아직도 나는 조선왕조 하나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또한 도시에서 자란 나에게는 농장 체험은 그야말로 가장 기대되는 시간이었다. 고구마와 감자를 캐서 집에 가지고 와 쪄 먹었었는데 그것은 내가 먹어 본 것 중에 최고로 맛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직접 캐서 먹는 그 맛이란 직접 해 보지 않고서는 모를 일이다.

요즘의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고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밤 10시가 될 때까지 돌아다니다 집에 돌아온다고 한다. 아이들이 체험하는 것은 학원의 시설이나 학원에서 배우는 지식이 전부일 것이다. 학원에서 배운 모든 것을 다 기억할 리는 없으니 그 교육은 시험을 보기 위한 일회용 교육인데도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에 따라 또 학원을 간다.

지금은 친구를 만나 고무줄 놀이를 하고 술래잡기를 하면서 배울 수 있는 사회성은 쓸모 없는 것이 되었다. 사회성 부족으로 생기는 많은 문제들에 남의 부모를 탓하며 쯧쯧 혀를 차면서도 아이들을 또 학원으로 보낸다. 도대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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