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이슬비 ㅣ 친정엄마

2014-12-3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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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한파가 지나가고 감사하게도 영상의 날씨를 회복했다. 이제 내일이면 인륜지대사라고 일컫는 혼례 예식을 치르게 된다. 정신없이 준비를 마치고 나니 뭔가 허무하기도 하면서 불안하기도 하다.

결혼식 하루 전날 책상에 앉아 칼럼을 쓰는 나 자신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지금의 감정을 글로 남길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오늘은 친정엄마와 시간을 보내고자 그동안 살아왔던 동네를 거닐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린 시절에는 엄마의 잔소리가 그렇게도 싫어서 집을 나가 독립하고 싶다고도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잔소리도 옆에서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내 눈에 고인 눈물을 엄마가 봤는지 엄마도 눈가가 촉촉해졌다. 지방에서 아무런 연고도 없이 서울로 올라오셔서 온갖 힘든 일을 다 참고, 자식을 위해 본인의 인생까지 포기하며 살아왔던 엄마의 얼굴을 보니 계속해서 눈물이 흘렀다.


결혼식 전날에 신부들이 그렇게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하는데 나도 어쩔 수 없나 보다. 예전에 미국에 사는 의사한테 중매 자리가 들어왔을 때 하나밖에 없는 딸을 미국으로 보내기 싫다고 단칼에 거절했던 아빠도 아마 엄마와 똑같은 마음이실 것 같다.

이젠 나도 곧 누군가의 부모가 되고 엄마가 살아왔던 그 길을 걸어갈 텐데 나도 엄마처럼 그런 엄마로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예전에 할머니, 할아버지 고희연 때 엄마, 아빠가 부르시며 눈물 흘리시던 노래가 오늘은 내 마음을 적신다.

<어머니 마음>

나 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 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 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마음 앓을 사 그릇될 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에 주름이 가득 땅 위에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님의 정성은 지극하여라.

사람의 마음속엔 온갖 소원 어머님의 마음속엔 오직 한가지 아낌없이 일생을 자식 위하여 살과 뼈를 깎아서 바치는 마음 이 땅에 그 무엇이 거룩하리오 어머님의 사랑은 그지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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