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해선 칼럼] 십상시

2014-12-09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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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상시? 허허 호호호.

채옥이가 웃는다. “지금 하늘에는 비행기가 날고 그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십상시라니요? 고리짝 옛날 불여우같던 내시들이 궁중 깊숙한 구석방에서 기생들, 아니, 쌈지속 보석을 주무르며 희희락락 진로잔을 나누던 그 시나리오가 재생한다 이거 아닙니까?”

어이가 없다는 듯 화가 난다는 듯 채옥은 애꿎은 빨래방망이만 부서져라고 두들긴다.


“전하께서 모르셨다 해도 말이 안되고, 아셨다면 더더욱 말이 안되고... 어쩐지 이번 십상시 문제가 그렇게 만만치만은 않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게 다 야당이 꾸며댄 허무맹랑한 ‘라 스칼라 쇼’ 일수도 있지 않습니까?”

“요즘 띤따라들이 바지저고리입니까? 뭔가 있기는 있습니다. 더구나 지금 야당은 얼마전같이 치사하지 않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위원장님을 보세요, 분명히 어떤 믿음이 갑니다.”

“찌라시는 또 뭐죠?”

“정말이지 찌라시같이 찌린내 나는 말이지요.”


이건 더 웃기는 변명이다. 아니 웃긴다기보다는 허탈한 괴변이다. 궁중 대전에서 어찌... 찌라시라는 말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비선 권력은?”

“대한민국을 망칠 수 있는 비정규직 핵심의 핵심 총칼입니다.”

“좀더 상세히...”

“상세히라기 보다는 담배연기 자욱한 밀실에서 책임은 없고 권력만 휘두르는 특권의 특권층을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까.”

“누가 그런 나라의 특권을 누린답니까?”‘역대 주상들의 국정을 내전 망사뒤에서 망친 인간들을 보면 누가 누구인지 추측하기 어렵지 않을텐데요. 어떻든 좌우 포청과 경무청까지 합쳐 궁안이 피비린내가 넘치는 판국에 진돗개 한 마리가 경회루 연못에서 놀던 오리를 떼거리로 놀래다치게 해서 궁중 어의까지 동원되는 등 육이오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라고 합디다 “

“그런데 주상 전하께서는 일을 어찌 이지경까지 오게 하신건지요? 인터넷도 안보시나 봐요”“인터넷도 내시들이 조작할 수 있겠죠. 눈과 귀를 막으려면 무언들 못하겠습니까”

수백 년 아니 수천 년 세월을 오락가락 초월하는 명 수사관 채옥이가 얼마전 하사받은 아이패드를 주상께 반환할까 생각중이란다.

“그러다가 참수당하려고요?”

그러니까 그걸 UPS 로 부치고 그날 비행기타고 떠나면 된다는거다.

“어느 나라로 망명 하실건가요?”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생각 중이란다. 넓은 나라에서 두다리 쭉 뻗고 느긋하게 ‘멘로 팍’ 에 살면서 하이텍 스파이들이나 일망타진 한다는거다. 그리고 틈새를 이용해서 인터넷에 해커들이 못들어오는 Application을 만든다는거다.

Long live 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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