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아그네스 한 l 과거를 밝히는 손님
2013-02-26 (화) 12:00:00
종업원들의 사무실 앞뜰 야외용 테이블 위에 커다란 박스들이 놓여 있다. 뭔가 궁금해 들여다보니 맛있게 생긴 샌드위치들이 수북히 쌓여 있고, 펌킨파이 몇 박스, 커다란 용기의 스타벅스 커피가 몇 통이 있다. 우리 종업원들이 사다먹는 음식과는 격이 사뭇 달라 매니저한테 물어보니 가끔 오는 손님이 사온 것들이란다. 왠일로? 과거, 그 손님이 미국에 왔을 때 어렵게 구한 첫 직장이 세차장 일이여서 그 시절 배고프고 힘들었던 것을 기억해 우리 종업원들을 가끔씩 호사시킨다니 아이고, 고마워라. 매니저 권한으로 세차비를 안 받기도 한다는 말에 잘했다고 말하면서 힘들었던 과거를 떳떳하게 밝히는 그 손님이 참 멋있어 보인다.
날씨가 좋아 세차할 차들이 밀리니 종업원들도 펄떡펄떡 뛰어다닌다. 간만에 장사하는 기분난다고 좋아하고 있는데, 손님 하나가 흥분해 시끄럽다. 세차한 차안에 현찰 170불을 샤핑백 밑바닥, 하얀봉투 안에 넣어 두었었는데 없어졌단다. 그 차를 청소한 종업원들을 불러 물어봐도 모두 모른단다.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녹화된 화면들을 찾아보겠다고 손님을 진정시키고 18개의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한참을 들여다봐도 봉투를 가져가는 것이 안 보인다. 손님이 경찰을 부르겠단다.
결국 경찰이 와 종업원들을 조사해도 나오는 것이 없다. 은근히 열이 난다. 바빠 죽겠는데, 오랫만에 장사를 좀 해보려고 하는데, 차 닦으러 오는 사람이 왜 돈을 그 차 안에 놔두는 거야? 화가 나 핑- 가버린 손님. 손님들 물건에 손대지 말라 종업원들에게 다짐 받으라고 애궂은 매니저들에게 짜증낸다. 에이, 속상해.
며칠 뒤, 피자 몇 박스가 배달왔다. 불같이 화가 나 핑- 가버렸던 손님이 자기 책상서랍에서 돈을 찾았다고 미안하다며 보내온 사죄의 증거품. 그날 수모당했던 종업원들은 오늘 쉬는 날인데… 그 바쁜날 그 일 때문에 종업원들의 시간낭비가 얼마나 컸었는데, 이까짓 피자덩어리로 사과를 해? 피해보상 현찰로 해 내라고 나도 경찰 부를까? 그래도 자기 잘못을 밝히는 손님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