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구정희 l 너도 나처럼

2012-12-1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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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슬리핑백을 사용해서 케빈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잠을 못 잘 정도로 등이 아팠다. 슬리핑백이 얇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 나이가 들어서인지 남편과 나는 슬리핑 속에서 등이 아파 뒤척이느라 깊은 잠을 못 잤다.

근데 새벽에 불을 켜고 보니 한쪽 벽에 침대 사이즈의 스폰지가 세워져 있는것이 아닌가! 남편과 나는 전날 늦은 밤에 케빈에 들어와 너무 피곤해서 자느라 옆에 무엇이 세워 있는지도 몰랐다.

남편은 보긴 했지만 왜 있는지 몰랐다는 거였다. 남편과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왔다. 아마도 딱딱한 바닥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있는 것을 우리는 몰라서 사용하지 못하고 밤새 고생을 한 것이다.


이 일은 잊고 있었던 한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그것은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수양회를 갈 때 미국 분들이 항상 에어를 넣는 침대를 가지고 와서 가득이나 부족한 차편에 부피도 많았고 잠을 잘 때는 침대사이즈라 작은 방을 가득 채워서 짜증이 났었다.

나는 그때 속으로 간편하게 슬리핑백이나 가져오지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내가 맨바닥에 슬리핑백에서 잠을 자보니 딱딱한 바닥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를 알았다. 그러니 남을 이해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내가 체험하고야 안 것이다.

또 얼마 동안 내가 차가 없어서 딸이 직장으로 데리려 오곤 했는데 하루는 직장 동료가 부탁도 안 했는데 이제부터 자기차로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집이 같은 방향도 아닌데 미안하고 고마워서 개스비를 주겠다고 했더니 그가 하는 말이 "내가 만약에 너와 같은 처지에 있다면 너도 나처럼 하지 않겠느냐 "며 돈을 안 받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날 그녀의 말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자기도 나와 같은 입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한 것이고 내가 자기처럼 할 것이라고 말을 한 것이다.

나는 미국교인이 슬리핑 백 대신에 가져 온 에어백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을 했었다. 그리고 나중에 내가 등이 아픈 고통을 치르고 난 후 그들을 이해했다. 그런데 내 직장동료는 내 입장에 서서 나를 이해해 주었다.

그날 그녀의 말 중 "너도 나처럼 하지않겠느냐"는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내가 그사람이 되어 보는 것임을 내 동료를 통해, 또 불편했던 슬리핑백을 통해 내가 배운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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