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터넷에서 <까뮈-그르니에 서한집>이 발간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멘토이자 스승으로 삼았던 그르니에에게 노벨상 수상 작가인 까뮈가 보낸 편지들과 자신의 재능에 대해 늘 불안해했던 제자 까뮈에게 보낸 그르니에의 편지들을 엮은 책이라고 합니다.
그르니에의 저서를 접하고, "길거리에서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 없이 읽기 위하여 한걸음에 달려가던" 가난하고 병약했던 고등학생 알베르 까뮈는 <이방인>으로 세계적인 작가가 되기까지 스승 그르니에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회고합니다.
청년 까뮈는 그르니에와의 서한에서 자신의 포부를 늘어놓기도 하고, 자신이 쓴 원고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런 까뮈에게 그르니에는 자신이 무엇인가를 전달했다면 그것은 이미 그가 그 씨앗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끼친 영향을 "병이나 열정의 전염"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편지를 통해 맺어진 당대의 두 지식인의 우정과 "열정의 전염"을 보며 부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불안감이나 인생의 가치관, 그런 존재론적 고민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어떠한 이야기라도 마음을 털어놓고 다른 이와 오랜 기간 편지를 통해 조우하는 모습이 우리에겐 조금 생소해 보입니다.
편지를 쓰는 일이 생소해지기도 했지만, 적당한 말벗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50자의 짧은 글 안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과 "트윗"을 날리고 "리트윗"을 할 수 있는 시대라지만, 인생의 방향을 함께 설계해 나가고, 기꺼이 "열정의 전염"에 동참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더구나 하얀 종이 위에 쓴 글을 통해 누군가와 대면한다는 것이 말도 되지 않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하얀 공백의 편지지 앞에 서서 자신을 털어놓고 답이 올 때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을 까뮈와 그르니에의 모습이 조금은 부럽기도 합니다. 그르니에게 쓴 표현처럼, 그 누구일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항상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서로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