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서희원 l 무모한 용기를 위하여

2012-11-20 (화) 12:00:00
크게 작게
며칠 전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마지막 수강신청을 끝낸 뒤 잠시 짧다면 짧은 대학 생활이 제게 남긴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결코 적지 않은 돈으로 얻어낸 얇은 졸업장 한 장에 적힐 말들이나, 이제는 익숙해져야 할 이력서 두 번째 줄에 적힐 숫자 말고도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는 점에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때때로 닥쳐오는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가끔은 머리 속에 쑤셔 넣어야 했던 지식의 단편들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그 끝엔 “저지를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이 있었습니다.


지난 3년간의 대학생활은 “가끔은 돌아가도 괜찮다”는 어릴 적 어른들의 말씀의 결코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무모해 보이고 누군가는 시간 낭비라고 부를 작은 경험들이 모이고 모여 새로운 기회가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을 배우게 해준 시간들이었습니다.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해도, 그때 그 자리에 그 돌이 아무 이유도 없이 있지는 않았다고, 그러니 넘어지게 될 것이 두려워 너무 조심조심 걸어갈 필요는 없다고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친구들과 모여 앉아 실없이 뜬 구름 잡는 소리를 하고, 이미 정해져 어떤 힘으로도 바뀔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게임의 룰에 대해 떠들기도 했던 시간들도 쓸모 없는 시간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꿈보다는 계획이 앞서고, 낭만보다는 인스턴트 식품 같은 자극이 앞서고, 다가올 불확실함에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지긴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한심하다고 여길 무모한 도전의 시간들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고마워지는 연말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대학 생활도 청춘에 대한 예의를 다하기 위해 후회하지 않을, 지금이 아니면 하지 못할 도전들로 꽉 채워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굽어서 흐르는 강이 더 큰 산을 품을 수 있게 되는 거라고, 가끔은 정해진 지름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 더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게 될 거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