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배아람 l 한국의 가을이 그리운 때

2012-10-2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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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습니다. 나뭇잎들이 빨갛게 물들어가기 시작하고 살랑거리는 가을의 바람이 뺨을 스칠 때면 한국의 가을이 그리워집니다. 가을은 저에게 그리움입니다.

어느 해 가을에 부모님과 함께 강릉으로 자동차 여행을 다녀왔었습니다. 어머니는 빨갛기도 하고 주홍빛 같기도 한 강원도의 단풍을 소녀처럼 마냥 즐기셨었습니다. 경포대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한쪽 눈을 감고 오른손을 쭉 뻗어 동해바다의 수평선을 손가락끝으로 만져보고자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릴 때 지나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평창휴게소에서 따끈따끈 갓 구워낸 호도과자를 한입 베어물던 그때를 그리워합니다. 가을은 저에게 설레임입니다.


어느 해 늦가을 상쾌한 찬바람이 불던 날, 어릴적 단짝친구가 결혼을 하던 날, 친구의 부케를 받아들고서 친구의 빈자리를 서운해하던 날 그 서운함을 채워 줄 인생의 반려자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편지와 전화로 보고싶은 마음을 달래며 일년을 지냈습니다. 가득한 설레임으로 다시 만나던 날도 그 상쾌한 찬바람이 불었습니다. 오랜만에 잡아보는 그의 손이 찬바람을 무색하게 했습니다.

기왕이면 단풍이 고울 때, 가을의 바람이 뺨을 스칠 때 한국을 방문해 보고 싶었습니다. 자녀들의 방학기간을 이용하느라 여름에만 한국을 방문할 수 있었는데 수년 전에는 동생의 결혼을 핑계로 두 주간 한국의 가을을 만나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우리 가족은 부산으로 가는 KTX에 몸을 실었습니다. 비행기 타고 가는 듯 깔끔하고 세련된 내부시설에 감탄하는데 3시간만에 벌써 도착하였습니다. 최근 해운대를 중심으로 열렸던 부산국제영화제의 소식은 수년 전 방문했던 부산의 기억을 더듬게 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비린내나는 자갈치시장이었지만 살아서 꿈틀거리는 낚지를 들어올리며 신기해하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2005 년에 열렸다던 APEC 회의장 누리마루가 위치한 동백섬의 운치와 마치 홍콩에 와 있나 하고 착각할 정도인 마천루의 호텔들이 즐비한 해운대의 정경이 대조적이었습니다. 호텔방에서 광안대교의 현란한 불빛을 내려다보던 그 밤으로 다시한번 돌아가고 싶은 2012년 10월의 어느 가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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