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이예지ㅣ한국학 전공 개설을 꿈꾸며

2012-10-08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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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버클리의 동아시아 학과에서 미국 최초로 한국어 수업을 개설했다. 그 당시 한국어의 수요가 적었기 때문에 한국 자원봉사자들이 임금을 받지 않고 한국어를 가르쳤다고 한다.

과거에 이런 애국자가 있었기에 다방면으로 성장하며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발전했으리라. 그분들에게 뒤늦은 감사를 드리며 문득 의문이 들었다. 미국 학부의 첫 한국어 수업을 개설한 지도 벌써 70년, 왜 버클리는 아직도 한국학 전공이 없는 것일까?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공은 둘째치고 한국학 부전공마저 휘청거렸다. 2008년 예산 위기를 맞아 동아시아 학과 역시 피해가기 힘들었다. 한국어 수업이 절반도 넘게 없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학생들의 서명운동과 모금 활동을 통해 수업을 부분적으로나마 지키고 부전공을 살렸다.


처음에는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의 힘이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해서 모자라고 버클리 내에서도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버클리 교수님들과 한국학센터 관계자 분들과 얘기해본 결과 더 현실적인 걸림돌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일단 전공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tenure를 받았거나 tenure과정을 밟고 있는 한국학 정교수 2명이 필요하다.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사료될 수 있지만 정교수 한 명을 확보하려면 무려 오백만불이란 어마어마한 재정이 들고 특히 주정부 funding에 의존하는 주립대로서는 제한된 예산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학과들이 새로운 교수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경쟁을 뚫기가 쉽지 않다.

동아시아 학과에 속해 있는 불교학 부전공을 만들었을 때는 외부 자선단체의 지원이 컸다고 하는데, 이러한 외부 단체나 조국의 도움 없이 홀로서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벌써 존재하는 내부적인 관심을 적극적으로 외부로 알리는 홍보가 절실한 것 같다.

한국 드라마와 아이돌 열풍, 올림픽 쾌거, 또 최근의 싸이 열풍에 힘입어 상승하는 외국인들의 관심 속에서도 한국학은 아직 안정된 자리를 잡지 못했다. 단시간에 실현될 수 있는 꿈은 아니지만 한국 정부와 한인 동포 , 그리고 버클리 학부가 하나로 모여 인내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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