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조은미 l 장애학교 스탭들에게 배운 점

2012-10-05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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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사깅안 빈민촌 한가운데 위치한 방 한칸의 조이장애학교는 일주일 내내 북적댄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초 중 고등학교로, 주말에는 교회로 새벽부터 밤까지 많은 이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학교를 못다니는 사깅안 아이들을 위해 조이센터에서 채용한 전임교사 마크가 주중 늦은 오후까지 수업을 하고, 저녁에서 밤중까지는 고등학교 검정고시 준비반이 운영되며, 주말에는 아그네스 목사님 인도로 예배와 성경공부가 진행된다.

이 많은 사역이 마틴 선교사님과 신학생 스탭들의 합심으로 일주일 내내 이루어진다.“합력하여 선을 이루는”그들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받아온 나도 이번 학기 대학원 강의를 기쁨으로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사깅안 빈민촌에서 태어나 자란 스탭들은 영양실조와 과로로 대부분 체격이 왜소하여 다 자녀를 둔 성인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일단 그들과 대화를 시작하면 유난히 반짝이는 눈동자를 통해 장애사역의 감사함과 소명감이 전달되어 은혜를 준다. 그들은 개개인의 재능과 흥미를 살려 각기 다른 일로 장애아를 섬긴다.

청소년기에 아빠가 되어 현재는 조이학교 바로 앞에 살고 있는 조셉은 음감이 뛰어나, 정식으로 음악공부한 적이 없는데도 CD만 듣고 음을 익힌 뒤, 학생들에게 노래를 가르친다. 가장 나이가 어린 메간은 테크놀러지에 관심이 많아 학교와 교회의 음향 및 컴퓨터 작업을 도맡아한다.

시각장애를 가진 18세 남동생과 고아로 자랐다는 에밀리는 신학교을 마친 뒤 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교사가 될 꿈을 키우고 있고, 나이가 많고 성격이 차분한 캐롤라인은 장애학교 교육과정 및 주일학교 교사를 담당하고 있다.

어려운 가정환경과 조건에도불구하고 그들은 현재에 충실하며, 가진 것을 나누기에 힘쓴다. 모든 스탭이 노래를 즐기고 음악만 나오면 리듬에 맞추어 춤추며 흥겨워한다. 그들의 진솔하게 즐기는 삶의 태도를 통해 겸허를 배운다.

재산문제로 나이 든 부모를 죽이는 모 명문대 교수, 정서 및 도덕성 함양보다는 학업성취도에 목을 매는 한국교육이 불러온 높은 청소년 자살률,“내 아이를 최고로”만들기 위한 선행학습으로 영/유아를 위한 고액 영어원어민 과외가 판치는 우리 현실 앞에서“나누고 섬기는 이가 참된 지도자”라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메세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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