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조은미 l 장애자녀의 부모마음은 똑같다

2012-09-2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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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동안 꿈꾸어 왔던 하와이로 환상적인 부부여행을 위해 비행기를 탔지만 정작 도착한 곳은 낯선 나라.

이젠 출발지로 돌아갈 수도 없어 그곳에서 전혀 원치 않는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사랑하는 부부가 행복한 가정을 소망하며 기쁨 가운데 임신을 하고 벅찬 출산을 경험한다.

그러나 아이가 장애를 지니고 태어나면 낯선 나라에 착한 부부처럼 예상치 못한 것들과 마주한다.


1998년 4월부터 인연을 맺고 있는‘북가주 한마음회’부모님들이 그렇다. 원치 않았지만 낯선 나라에 착륙해야 했고, 그곳을 여행해야 했다. 그러나 그 낯선 나라를 결국엔 하와이로 만들어 그 안에서 누구도 누리지 못하는 축복을 누린다.

특수교사 연수 중 특히 젊은 백인교사들은“아시안계 아버지들은 장애자녀 교육에 통관심이 없어요”라고 종종 말한다.

학부모회의 때나 개인별 교육프로그램(IEP) 모임시 아시안계 아버지들의 낮은 참석률 때문이겠지만, 그들이 자녀교육에 관심이 없지 않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올 여름 필리핀의 사깅안 빈민촌에서 학부모 세미나를 하기 위해 서둘러 장애학교로 들어서던 나는 무척 놀랐다. 한시간이나 일찍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방 안이 부모(주로 어머님)들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다.

특수교육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지만 미국에서 자신의 자녀가 가진 문제점(장애)을 도와주려고 전문가가 왔다하니 그 많은 부모들이 새벽부터 참석한 것이었다.

중간중간 장애아동들과 음악에 맞추어 춤도 추면서 세미나를 잘 마친 뒤, 그 자리에서 필리핀 사깅안 한마음회를 만들게 되었다.

일단 영어와 타갈로그를 할 수 있는 좌니메리 엄마가 나와 친분이 있는 필리핀대학교 특수교육학과 교수의 특수교육학 기본 강의를 청강하면서 그 내용을 다른 부모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또한 폐지를 활용해 멋진 조화를 만들 수 있는 좌쉬아 엄마는 집에서 놀고 있는 다른 부모들에게 조화와 바구니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어 그것을 팔아 한마음회 기금조성을 하기로 했다. 모두들 자녀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신나했다.

떠나기 전 날 필리핀 한마음회 부모들은 정성껏 만들어온 조화 바구니 선물로 나를 감동시켰다. 한마음회는 장애를 가진 자녀에게 최선의 교육 기회와 사랑으로 그들이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그 마음은 필리핀 사깅안 빈민촌에서도 똑같다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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