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의 향기] 손종렬 l 이 한 장의 사진

2012-09-16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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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사진의 설명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질주>라고 하였다. 방송가는 올림픽 후 연일 국민들의 가슴 한 구석의 헛헛함을 달래줄 올림픽 스타들의 특집편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 올림픽 직후에 열린 페럴림픽(Paralympics, 장애인 올림픽 경기)에는 별로 관심 조차 없는 현실이 안타까운 가운데, 신문에 실려 있는 사진 한 장이 나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그야말로 신선한 감동이 묻어난 사진이었다. 바로 35 살의 구족(口足, 입이나 발에 붓을 끼어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기도 하며 뇌성마비 여자 육상 선수인 전민재 라는 선수가 런던 장애인 올림픽 200m 결선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여 31초 08이라는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한 인간 승리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100 m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하여 영광의 2관왕이 되었는데 지난 4년간 숱한 고난과 역경들을 이겨내고 값지게 따낸 쾌거이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질주가 아닐 수 없다.


"많이 힘들었습니다. 운동을 포기하려 할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힘을 내 오기와 끈기로 지금 이 자리에 와 있습니다." 말하는 것, 손 움직임도 불편한 전민재 선수가 성원해준 사람들에게 발로 편지를 써서 감격을 전했는데 어떤 편지보다도 따뜻하고 가슴 뭉클하게 내게 다가왔다.

‘장애는 단지 조금 불편한 것이지 불구가 아니다.’라며 그 사회적 편견이 점점 바뀌어 가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자신이 잘 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비록 몸에 장애를 지녔지만 세상의 편견에 맞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며 장애를 딛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그러면서 자신만의 꿈을 향해 오늘도 각고의 노력을 하는 그들이 아름답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육체적으로는 건강한데 정신적으로 문제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외모와 눈에 보이는 것만을 중시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하지만 사회나 이웃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남을 비방하거나 모함을 하고 상처를 주는 행동 역시 장애에 속한다.

또한 사회성이 결여되어 있어 조그만 일에도 쉽게 상처를 받는 것도 또 다른 장애에 속한다 할 것이다.

이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그러한 정신적인 장애랄 수도 있는 열등감으로 나 역시 무척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가령 친구들과의 대화 도중이나 모임에서 무심코 하는 이야기 중에도 내가 남들하고 비교 당한다고 느끼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도리어 화를 내어 분위기를 망쳐버리거나 그 자리를 뜨곤 하였던 일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그들이 나를 남과 비교하였던 것이 아니고 나 스스로 자격지심에 그렇게 느껴 지혜롭게 행동하지 못한 일들이 더 많았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의 관계를 왜곡하고 잘못 해석하며 원만하게 처신하지 못하던 나의 또 다른 정신적인 장애라 할 만한 일이었다.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고,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결과를 낳게 마련이다. 그 긍정적인 생각의 가장 밑바탕에는 바로 <사랑>이 깔려 있다. 너무 귀하고 소중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오늘도 나는 그 사랑을 가슴 깊이 지니고 모든 대상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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