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나효신 l 아름다운 불협화음(Dissonances are beautiful!)

2012-09-1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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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라면 질색이던 내가 작년 10월부터 일주일에 여섯 번씩 물속에어로빅체조(water aerobics)를 시작했다.

이 체조는 우리집 근처의 실내 수영장에 가서 강사(하마터면 해군 교련 하사관이라고 쓸 뻔했다)의 지도에 따라 단체로 운동을 하는 것이다.

물속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물 바깥에서 움직이는 것이 부자유스럽기 때문에 물속에어로빅체조를 선택한 것처럼 보이고, 그래서 그런지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대부분이다.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본 수영장 풍경: 본인이 운동하는 데에 필요한 공간을 요구하는 사람…

움직이는 속도가 느린 사람을 밀치는 사람(운동을 하자면 물속에서 어느 정도의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단체로서 어느 특정 방향 혹은 적어도 비슷한 방향으로 한꺼번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본인을 밀치면 벌컥 화를 내며 소리 높여 싸우기 시작하는 사람… 운동을 하는 대신 한군데 모여 서서 수다를 떠는 몇몇 사람들(사람들이 내는 큰 소리와 디스코 음악 때문에 체조를 가르치는 강사의 목소리가 묻혀서 잘 들리지 않고, 따라서 강사는 무척 애를 먹는다)…

물론 조용히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있고, 자기 혼자만의 영적인 세계에 취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일 년 가까이 같은 수영장에 다니다 보니 이제는 누가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모이면 언제든 갈등이 생기기 마련인데-- 우리는 이 갈등을 불협화음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내가 만약 불협화음을 기피하고자 타인과의 접촉을 거부한다면 나는 매우 고독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불협화음을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일종의 드라마라고 여긴다면, 나는 불협화음 때문에 마음고생을 그다지 많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음악 안에서 불협화음을 생각해 보자--우리가 불협화음에 대해 법칙을 정해 놓기 때문에(이를테면 이 음과 저 음은 불협화음이고 또 다른 음들은 협화음이다라고) 불협화음을 들을 적에 불편한 것이다.

반면, 우리가 불협화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인정한다면 그것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고, 나아가서는 불협화음 자체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도 있는 것이다.

불협화음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음악은 얼마나 지루할 것인가? 그리고 불협화음이 없다면 협화음을 무엇과 비교할 것인가?

수영장 안에서의 불협화음은 신체적으로 다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반면 음악적인 불협화음은 안전하다. 나는 불협화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내일도 수영장으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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