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어느 날, 나는 서점에서 우연히‘페데리코 펠리니 – 꿈에 관한 책’(Federico Fellini - The Book of Dreams)을 샀다.
이 책은 1960년-1968년 사이와 1973년-1990년 사이에, 이태리의 영화감독 펠리니가 꾸었던 매우 창의적이고 환상적인 꿈을 그가 잠에서 깨자마자 드로잉과 글로 583쪽에 걸쳐 상세히 기록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다가 1965년 2월 5일에 꾸었던 그의 꿈을 기록한 것에 주목하게 되었는데 – 그 꿈의 내용은, 펠리니 감독이 자기의 어머니와 그가 어렸을 적에 봤던 서커스단 코끼리의 죽음에 대해 미친 듯이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읽으며 나는 단박 펠리니 감독의 1970년 영화‘어릿광대’(The Clowns)와 이 꿈이 가진 유사점을 발견했다.
그 꿈이 5년 후에 펠리니 감독의‘어릿광대’라는 작품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이 나의 주의를 끌었던 것이다.
물론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많이 연구하고 계획하고 또 고민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시발점은 그가 꿈꾸었던 그리고 그 꿈을 기록했던 순간이다.
그는 이렇게 잠재의식 상태의 경험조차 기록함으로써 늘 깨어 있으려는 노력을 실천했던 것이다.(그리고 꿈이란 때로 황당무계하기도 하고 어떨 적에는 겸연쩍기도 한 것인데, 펠리니 감독이 허심탄회하게 본인의 꿈을 기록했던 점을 나는 존경할 수밖에 없다!)
2008년에 그의 꿈에 관한 드로잉과 글을 접한 후 나는 그의 영화‘어릿광대’를 다시 여러 번 봤으며 4년 후인 지난 봄에‘꿈꾸는 펠리니’(Fellini Dreaming)를 작곡했고 나의 이 작품은 2012년 4월 28일에 카브리요 칼리지에서 초연이 되었다.
서커스의 어릿광대 두 사람이 우쭐우쭐 까불다가 한 사람이 먼저 넘어지면서 옆의 친구를 본의 아니게 밀쳐, 결국은 둘이 한꺼번에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훌러덩 자빠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웃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일 것이다! 그러나 어릿광대는 겉으로는 바보짓을 하는 익살꾼이지만 가슴속에는 슬픔을 더께더께 껴안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나는 시, 그림, 새소리, 혹은 아름다운 나무로부터 영감을 받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렇다. 일상의 많은 것들이 작곡하는 데에 자극제가 되는데, 나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일어나고 있는 나 자신의 내면세계의 현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