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신조어인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의 준말.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우월한 상대를 뜻함)’에 딱 들어맞는 존재가 바로 중국 탁구라는 말이 나왔다. 그런 중국에 한국 탁구가 도전했다. 그리고 졌다.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은 남녀 모두 똑같이 중국을 넘지 못했지만 양상과 결과는 달랐다.
개인전은 애초 비중 있는 목표가 아니었지만 주세혁(삼성생명)·오상은(KDB대우증권), 김경아(대한항공)·박미영(삼성생명)이 모두 첫 판 32강이나 8강에서
탈락할 정도로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중국과의 격차는 더 벌어진 반면 수년 전까지 한국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왔던 다른 경쟁자들은 급격히 성장했다.
대한탁구협회가 최초로 대표팀 전임 감독을 두고 야심차게 런던올림픽을 준비에 나섰던 점을 고려하면 이런 결과는 결코 만족스럽다고 할 수 없다.
여자팀의 경우 강희찬 감독이 실전에서 한 번도 벤치에 앉지 않고 대신 현정화 전무가 나서는 등 전임감독제란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감독이 선수 선발과 운용 등 전권을 행사하는 대신 성적에도 책임을 지는 중국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에 2년 뒤 인천아시안게임과, 4년 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현재 중국의 주축인 장지커와 마룽, 딩닝, 리샤오샤 등이 이미 20대 초중반에 최정상급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데에 비해 한국은 오상은, 주세혁, 유승민, 김경아의 뒤를 이을 뚜렷한 에이스가 없기 때문이다.
김택수 KDB대우증권 감독은 "나이 많은 선수들이 현대 탁구 기술의 빠른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세대교체도 경쟁과 자극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유망주들이 실력으로 치고 올라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키워내려면 투자는 필수다. 특히 중국 탁구를 많이 접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준비해야 다음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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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엑셀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탁구 단체전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선수들이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남규 감독, 유승민, 조양호 대한탁구협회장, 오상은, 주세혁. 201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