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민소란 l 확장, 그 아름다운 모험

2012-08-0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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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우리 가족은 한 자리에 모여 지난 해를 돌아보고 다가오는 새해를 계획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작년 말에는 이런 시간을 갖지 못했다. 분주한 연말을 보내고 연초를 맞았을 때, 정해진 계획과 목표 없이 마음 활짝 열고 한 해를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격상 길을 정해 놓고 가는 것을 편안해 하고 새로운 것 시도하기를 주저하는 편인 나에게, 이러한 출발은 예사롭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니, 7개월의 시간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특별한 선물을 많이 안겨준 것 같다.


우선 짜장면 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족한 내 모습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의 실수에 너그럽게 반응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또 이번 방학에는 한국에서 줄을 이어서 방문한 여러 손님들과 복닥거리면서 푸짐한 여름을 맞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구해 온 장편 소설 몇 권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우리 글 읽는 즐거움을 다시 맛볼 수 있었던 것도 아주 큰 축복이었다.

얼떨결에 떠맡게 된 ‘여성의 창’ 글쓰기 또한 내게는 빼놓을 수 없는 멋진 도전의 기회였다. 일주일에 한 편씩 삼 개월 동안 글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글감이 떠오르기까지 내면을 살피며 진득하게 기다리면서 느끼는 긴장감, 충분히 글을 다듬지 못하고 원고를 보냈을 때의 아쉬움, 주변의 긍정적인 피드백에 우쭐해 하지 않고 부정적인 피드백에 기죽지 않으면서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 애썼던 바둥거림,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작가들이 경험하는 힘겨움의 단편을 맛보고 나서 갖게 된 다른 이들의 글에 대한 독자로서의 예의, 내가 쓴 글에 대해 느끼는 진지한 책임감,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조금은 크게 만들었다.

내게 주어지는 기회들에‘예’하고 응하면서 지나온 시간들이 때로는 힘들고 아프기도 했지만 참으로 행복했다. 앞으로 남은 시간들이 어떤 새로운 세계로 나를 이끌지 알 수 없지만, 성장을 위한 그 아름다운 모험의 세계로 오늘도 떨리는 마음으로 한 발을 내디딘다. 그리고 많이 부족하지만, 그 동안 나의 천방지축 확장 얘기를 읽어 주신 독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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