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지은칼럼 - 비대함의 유죄

2012-07-27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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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52일째, 수술 6번. 퇴원 계획 없음. 여자의 현재 상황이다. 담석이 발견된 것은 53일 전, 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에 실려와 단층 촬영을 한 후였다.

응급수술로 담석을 제거했지만 문제는 수술 후. 상처가 아물지 않고 또 덧나고 또 덧나 재수술, 또 재수술을 해야 했다. 계속 되는 개복 수술, 아물지 않은 복강 내 장기들 때문에 음식물을 먹을 수 없었다.

전해질과 영양의 공급을 위해 아직도 정맥 주사를 준다. 여자의 근본적인 문제는 과도한 복부 지방층 때문에 새로운 조직을 만들며 아물어야 하는 부분들이 방해를 받는 것이다.


외과의사 말에 의하면 봉합을 한 위에 또 봉합을 하고 조직과 조직이 잘 붙도록 하는 수퍼글루를 바르고 또 그 위를 봉합해도 상처 부위가 벌어지며 아물지 않는단다.

6번의 수술을 받고도 아직도 아물지 않은 수술 부위! 지방을 제거하고 봉합해 놓으면 봉합사 사이로 또 다른 지방조직이 밀고 들어와 상처 부위가 벌어진다며 머리를 절레 절레 젖는다.

언제쯤 퇴원 계획을 잡아야 할까, 외과의에게 물어 보았지만 시간을 기다려 보는 일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단다. 상처는 복부 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크다.

옆으로는 몇 개의 작은 드레인 백도 달고 있다. 드레싱은 움직일 때마다 쓰닥거리고 화장실이라도 가려고 일어서면 밑으로 후르르 떨어져 내리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여자의 게으름이었다.

상처부위가 아프다는 핑계로 물리 치료사들이 걷는 것을 도와주고, 간호사들이 의자에 앉도록 도와 준다는 것도 싫단다.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상처는 더 더디 아문다고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소 귀에 경 읽기다.

그때 나의 역할은 시작된다. 처음엔“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퇴원하면 집에선 누구 당신을 돌보아 줄 사람은 있지요?”라고 공손하게 묻는다.“아직 상처도 아물지 않았고 음식도 못 먹는 상태인데 퇴원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반응이다.

드레싱 바꾸는 법을 배우고, 정맥 주사는 기구 사용법도 가르쳐 줄 터이니 보호자 중 누군가 배워야 하고 집으로 퇴원해야 한다고 하자, 펄쩍 뛰며 상처가 완전히 아물 때까지는 절대 안 된단다.


“의료 시행령에 따르면 당신 같은 환자는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간호를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외과의사는 이제 상처가 아물기 만을 바라는 것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는군요. 내일까지 가족 중 누가 당신이 퇴원한 후 집에서 간호해 주는 것을 배울 것인지 알려 주세요. 저와 상처와 환부 전문 간호사, 정맥 주사 간호사가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 드릴께요. 이젠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어요.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 병원이라는 제한된 공간보다는 퇴원 후 친구들도 만나고 바깥 공기도 쐬고 하면 훨씬 더 상태가 좋아질 수도 있어요”“절대로 퇴원 못해요. 다 아물 때까지는, 그리고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때까지요.” 한동안 입씨름이 이어졌다.

난감했다. 디렉터에게 보고를 하고 원무과에 알렸지만 나가지 않겠다는 것을 억지로 떠밀어 낼 수는 없는 일이고 보면, 스스로 생각이 바뀌어 퇴원하겠다고 할 때까지 기다려 보는 수 밖에.

여자를 장기 요양병원이나 가정 방문간호사를 보낼 수 없는 이유는 의료보험이 없어서 였다. 지난 두어달 동안 근처의 모든 요양 병원의 문을 두드려 보았고 메디케어를 신청해 둔 상태라는 것도 명기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바마 케어가 2014년이면 시행이 될 예정이다. 이 여자 환자가 그때 입원을 한다면 입원 진료비보다 더 많은 벌금을 부과 받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세부 지침은 실무자인 나에게도 아직 오리무중이다.

오늘도 환자는 나의 방문을 받으며 너무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않아 입맛도 잃었고 덕택에 살도 많이 빠졌다며 좋아라 한다. 웃자고 한 말이겠지만 내 동생이었으면 한 대 쥐어박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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