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최정우 l 임산부가 조심해야 할 것들

2012-07-2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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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가지면 주변에서‘조심하라’한다. 유산 위험이 있으니 무리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고 쉽게 피로해지니 힘든 일을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허나 삼가야 할 일에 대한 경계가 불분명해서 산모와 태아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는 때가 많다.

가장 흔한 경고는 음식에 관한 것이다. 먹어서는 안 될 음식에 대한 정보가 근거없이 떠돌며 산모의 식사를 방해한다.

수은 축적양이 큰 생선을 먹는 횟수를 줄여야 한다거나 균이 들어있는 치즈를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 정도라면 합리적이다. 일정량 이하일 때 아무 무리가 없는 카페인 음식 전체나 밀가루 음식을 금하라며 산모를 위협, 비난까지 하는 말들은 보호는커녕 태아와 산모에 스트레스만 준다. 아이가 닭살이 돋지 않게 하기 위해 닭고기를 금해야 한다는 식의 미신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또 다른 경고는 화장품에 관한 것이다. 임신 중 피해야 할 화장품 성분은 주름 예방을 위해 많이 쓰이는 레티노이드(Retinoids)와 여드름 등의 피부 트러블을 관리하는 살리실산(Salicylic acid) 정도다.

위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모든 기초화장품, 제모제, 선크림, 메이크업 제품들은 위험하다고 볼 수 없다. 화장품에 많이 들어있는 허브 역시 태아와의 상관관계가 거의 연구가 된 바 없다. 화장품 사용에 대한 두려움과 경고는 상술에만 이용될 뿐 산모와 태아에 아무 도움이 못 된다.

산모의 태도 자체도 경고 대상이다. 사람들은 산모가 힘든 임신 과정을 겪으면서도 행복하고 기꺼워만 하며 출산과 육아에 대한 두려움, 부담을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않을 것을 기대한다.

허나 임신과 출산은 다른 모든 삶의 과정처럼 기쁨과 고통이 함께하는 일이다. 산모가 남들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왜곡하고 스스로 솔직할 수 없게 되면 임신과 출산은 산모가 아닌 주변인이 겪는 일이 된다. 육아는 물론 산모와 아이의 삶 역시 뒤틀릴 수밖에 없다.

산모가 자신이 아이를 위해 포기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들은 이외에도 끝없다. 그 주장들을 수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산모는 그것도 못 참으니 엄마 자격이 없다는 비난에 직면한다.

엄마 자격은 아이를 임신하고 사랑으로 키우는 모든 여성에게 천부적으로 부여된다. 다른 누구도 주거나 뺏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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