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어머님께서 다니시는 노인대학 졸업식이다. 어머님은 그곳에서 미술을 배우고 계신다.
이젤 위에 연필을 잡고 계신 어머님 손에 보이는 주름에 마음이 쓰이지만 손재주가 많으셨던 어머님은 그동안 묻어두었던 본인의 재주를 이제서야 꽃피우고 계신다.
졸업식날은 그동안 배운 것들을 서로 발표하는 시간이어서 영어반은 영어 연극을 준비했고, 판소리반은 애닳은 판소리와 아리랑을 불러 박수를 받았다. 한국무용반의 부채춤과 노래교실반의 율동과 함께 부르는 ‘열일곱살이에요’가 제일 박수를 많이 받았다.
더 많은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마지막에 손자손녀들의 축하공연에서 먼저 우리 아들이 노래를 부르고 앵콜로 우리 남편이 기타를 치고 다함께 ‘에델바이스’를 불렀다.
어르신들의 주름진 얼굴 사이로 인정 넘치는 푸근함과 머리는 하얗게 되셨어도 함께 박수치며 즐거워 하시는 모습에서 정말 열일곱살 같은 열정이 느껴졌다.
그분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울컥 하는 것은 아마 나도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고, 예전에 대학교수 하던 분도 슈퍼마켓 하던 분도 농사 짓던 분도 세월 앞에서는 함께 걸어 가야만 하고 누구나 늙는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mystery, Today is gift’란 말이 떠오른다. 자꾸 옛날이 더 좋았던 것 같고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워지지만 오늘 하루하루의 소중한 시간들이 쌓여가는 것이 나의 인생이기에 지금 이순간을 즐기고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을 선물처럼 여기며 헛되이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르신들을 보며 허무하기보다는 아직도 자신을 찾아가는 열정으로 열심히 이 세상에 흔적을 남기시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잘 모르고 방황하던 10대와 내 인생의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20대, 남편과 아이들에게 온정성을 쏟았던 30대, 그리고 그냥 살아지는 것 같은 40대를 보내면서 워즈워드의 ‘초원의 빛’이란 시가 생각난다.
’돌이킬 길 없는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우리는 서러워 하지 않으며 뒤에 남아서 굳세리라’ 얼마 남지않은 40대를 굳세지기 위하여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