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최현정ㅣ기적
2012-07-17 (화) 12:00:00
내가 출석하는 미국 교회에서 한 선교사 가족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아프리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아이들 4명을 포함한 전 가족이 그 곳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분이라 하여 호기심을 갖고 참석했다.
선교사 가족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모임이라 아프리카 현지 사정과 선교사들의 생활 모습을 자세히 들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날 나눴던 대화는 매우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었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내 주의를 끈 것은 내용보다는 간담회 동안 듣게 된 미국 선교사의 영어 발음이었다.
선교사님의 영어 발음은 매우 특이했다. 솔직히 영어 발음이 상당히 어색하고 알아듣기 힘들었다. 그러던 중 한 미국 교인이 질문을 했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나셨나요? 영어 엑센트가 특이하신데…”그 분의 대답은 의외였다. “아닙니다. 저는 중부 아이오아 지역에서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그곳에서 지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지내는 동안 제 발음이 붕괴됐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선교 지역에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과 가까워지다 보니 그 사람들의 발음체계도 어느덧 본인의 모국어인 영어 발음조차 바뀌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선교사님의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되었다. 그 분에게 바뀌어진 것은 언어만이 아니었으리라. 아프리카에 있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사랑한 마음과 열정의 결과였을 것이다.
이 선교사님을 생각하다보니 가끔씩 신문보도나 인터넷 뉴스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된 사건들을 떠올리게 된다. 어처구니없이 미군들이 코란을 불 태워서 현지인들의 심각한 분노를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일부 한국사람들이 외국으로 나가서 불교 사원 앞에 십자가를 세워놓아 빈축을 샀다는 이야기들이 생각났다.
이 모든 사건들이 타 문화의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은 결과이다. 나와 같지 아니하면 그것은 틀린 것이며 부정해도 좋다는 식의 일방적 배타심은 이제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미국에 살면서 느끼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나와 같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문화, 종교, 언어도 다르고 먹는 것조차 다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잘 어울려 산다는 것은 기적이다. 이런 기적을 매일 경험하며 사는 것도 내 인생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