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민소란 l 두 손님
2012-07-13 (금) 12:00:00
그 날도 초보 웨이트리스로서의 티를 팍팍 내면서 서빙을 하고 있었다. 점심 시간이라서 테이블이 반 넘게 차 있었다. 한 여자 손님이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음식을 주문하고 조용히 드신 후, 남은 음식을 싸 가지고 갈 박스를 부탁했다.
그러나 다른 손님들의 급한 필요가 있어서 잠시 그 분의 부탁을 잊고 있었다. 5분쯤 지났을까, 여유를 갖고 홀 전체를 둘러보니 그 여자 분이 웃으면서 손을 들고 있었다. 일찍 갖다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박스를 갖다 드렸다. 잠시 후 음식 값을 계산해서 잔돈을 갖다 드리고 다른 손님들을 서빙했다. 어느 순간 그 여자 분과 눈이 마주쳤는데 여전히 웃으면서 계산서를 들어 보였다. 잔돈이 잘못 계산된 것 같다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한 손님에게 두 번이나 실례를 한 것이라 나는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래도 그 분은 미소를 잃지 않고 괜찮다고 상냥하게 말했다.
다른 손님이 사장님과 한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했고,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서빙을 했다. 그 남자 손님은 식사를 마친 후 사장님과 함께 나갔다. 잠시 후 사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웃으면서 서빙을 안 했다고 그 손님이 한마디 했단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다리의 맥이 풀리면서 주저앉을 뻔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려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나는 기억해냈다. 내가 심하게 체해서 사흘째 물 종류만 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두 손님 모두 내 사정을 알지 못했다는 면에서는 동일했다. 그러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첫 번째 손님에게는 고마움이 그리고 두 번째 손님에게는 야속함이 올라왔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판단하기에 민첩한 내 모습이 곧바로 떠오르면서, 내가 그 남자 손님에게 뭐라 할 처지가 못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누군가에게 서운하거나 실망스런 마음이 들 때 스스로에게 상기시킨다. 내가 모르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러니 섣불리 딱지 붙이지 말자고. 그러고 보면 그 남자 손님에게도 누군가의 웃음이 필요한, 내가 알지 못하는 삶의 이야기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