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훌륭한 시는 지금 당신이 끼적이는 시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지금 당신이 부르고 있는 노래
최고의 날들은 당신이 현재 살고 있는 나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당신이 현재 바라보고 있는 수평선
가장 먼 여행은 당신이 지금 걸어가는 길 위
가장 빛나는 별은 당신의 가슴 속에 반짝이는 별(엘리자벳 김)
가장 아름다운 날은 아직 오지 않았으며,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고 나짐 하크메트(Nazim Hikmet터어키 시인, 1902-1963)는 노래 불렀지만 나는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날은 ‘바로 지금 이 자리(Right Now, Right Here)’라고 부른다.
가장 훌륭한 시는 지금 우리가 끼적이는 시들이 아닌가 말이다. 하늘의 별이 땅 위에서도 빛나고 있음을 알았을 때 우리는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음을 알았고 진정한 여행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의 제 14회 문학캠프는 각자의 가슴 속에 깊게 숨겨져 있던 소망 하나를 끄집어 낸 시간들이었다.
망설인 끝에 용기를 내어 오게 돠었다는 참석자들을 바라보면서 2003년 요세미티 계곡에서 열렸던 나의 첫 캠프였던 6회가 생각났다. 당시엔 자작시가 별로 없어서 내가 좋아하는‘정호승 시인’의 “슬픔으로 가는 길”을 대독했던 기억이 있다.
흐르기를 멈추어 버린 강물처럼 어디에다 내 시선을 두어야 할 지 모르는 날들이었다. 내게 주어진 나날들이 그리 찬란하지 않을것이라는 생각에 모든 것이 슬펐다. 그러한 때 문학캠프에 가서 새벽에 홀로 산책을 하기도 하며 또한 참가자들과 어울리며 또 다른 새로운 기운을 받았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예전에 끈기가 부족했던 나는 늘 이것 저것 손 대놓고 끝내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피아노를 배우다 말았으며, 기타를 배우다가 그만두기도 하였고, 의상학도 배우다가 중도에 그만 두었다. 그 이유는 늘상‘다음에 해도 시간이 충분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결국 피아노는 배우지 못했고 기타는 조금 튕길 줄 아는 정도이며 패션 디자인은 나중에 미국에 와서야 정식으로 학교를 끝낼 수 있었다.
그렇게 늘 끝을 내지 못하여 무엇하나 똑 부러지게 잘 하는 것이 없는 나 자신이 싫었다. 또한 후에 충분할 것이라던 시간은 대부분 내게 주어지지 않았고 일상적인 삶에 떠밀려 시간은 속절 없이 흘러가 버렸다. 그런 내가 문학캠프만은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9번동안 지속적으로 참석하였는데 그 9번의 의미는 아주 중요하게 다가온다. 끈기가 없었던 내게, 문학은 끈기를 가르켜 주었고 성취감과 더불어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문학을 함으로써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그러다 보니 무심코 바라보았던 나무들, 사물들에게도 생명의 존중함을 느끼게 되었지만 무엇보다 자아존중감을 가지게 되었다.
강사였던 김종회 경희대 교수님 역시 <글 쓰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자아존중감(Self-esteem)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즉 실패를 외면하거나 상처를 회피하지 않고 그것들을 수용하면서 자신을 소중하고 가치있는 존재로 여기는 마음 가짐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뜻 일 것이다. 정호승 시인은 < 10년 뒤의 나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를 언제나 생각하라는 말을 붙들고 살아왔다는데, 그러나 예지력이 부족한 나는 지금도 10년 후의 나의 모습을 확연히 예감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비록 그러한 미래의 나의 모습을 예견할 수는 없을지언정 문학이 내 곁에 있는 한 적어도 내 인생을 후회하지 않고 행복해 하며 작은 그 무엇이라도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살아갈 것이다.
이번 14회 캠프는 Donna Lake 근처의 커다란 캐빈에서 현재 주어진 시간들을 가장 소망스럽게 지내고자 하는 참석자들과 함께 지내고 왔다. 이번의 문학캠프 역시 내 인생의 가장 값진 시간들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별과 계곡물과 바람들이 서로의 감춰졌던 상처들을 보다듬고 위로하였고 불씨만 남아 아스라했던 새로운 참석자들의 문학에 대한 동경에 휘발유 한 통 끼 얹은 시간들이었다.그래서 인생은 정말 살아볼 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