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최혜정ㅣ가족
2012-07-04 (수) 12:00:00
한국은 장마가 시작되었다. 지금 나는 한국에서 끈적한 공기와 시댁에 있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나마 어제 보았던 콘서트의 신선한 공기가 나를 숨쉬게 해 주는 것 같다. 오랜만에 음악에 취해서 감동도 받고 소리지르면서 발산도 하고 나니 내가 가지고 있던 삶의 찌거기들은 다 내뱉은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간격을 없애줄 수 있는 가장 큰 융화제는 공감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음악을 듣는 동안 시어머니와의 어색함도, 남편에 대한 기대감과 자식에 대한 욕심도 다 사라지고 우리는 음악 속에 하나가 되었다. 남편도 일어나서 몸을 흔들고 칠십세가 넘으신 시어머니도 일어나서 야광 막대기를 들고 음악이 주는 자유로움에 몸을 맡기신다. 얼마전 암 수술한 시누이도 기운 없는 팔을 흔들며 즐거워 하고 우리 아이들도 처음 접한 한국 가수의 콘서트에 신나게 공연을 즐겼다.
가족이란 서로 다른 개체들이면서도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서로 엉켜있는 존재들이다. 서로 다르다는 것이 인정되기보다는 가족이라는 공동체감이 우선 되다보니 갈등도 있고 상처도 생기고 미움도 있는 복잡한 관계이다.
그동안 나는 엄마와 아내 역할에만 충실했는데 한국에 오니 더 많은 역할을 기대 받는다. 며느리 딸 올케 숙모 등 나를 둘러싼 많은 만남들이 형성한 고리 안에서 압박감과 함께 나의 희생을 요구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덮어줄 수 있는 것이 정인 것 같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살아오면서 함께 보낸 시간들, 서로의 보살핌이 주는 든든함, 관심을 가지고 살펴주는 따스함, 이런 감정들이 살아있는 정으로 표현된다. 나도 나이들어가고 나의 아들 딸과 새로운 가족을 또 형성할 것이다.
콘서트에서 바비킴이 마지막으로 불러준 마마란 노래 가사가 자꾸만 머릿속에 맴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길 헤메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그곳엔 언제나 당신이 웃고 있었죠 내 그림자를 안고서- 가족이란 바로 이런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