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최현정 ㅣ 자신감

2012-07-0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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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뒷모습이 예쁜 할머니가 걸어가고 있었다. 뒤에서 갑자기 할머니를 보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같이가, 처녀. 같이가, 처녀…” 그 소리를 들은 할머니는 싫지 않았다. 하지만 할머니는 목청껏 부르는 사람을 실망시킬 수 없기에 뒤돌아볼 수 없었다. 앞만 보고 할머니는 그저 열심히 걸었다. 다음날 할머니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같은 장소에 가서 열심히 두리번거렸다. 드디어 듣고 싶던 목소리가 들렸다. “ 갈치가, 천원. 갈치가, 천원….”


이 우스갯소리를 맨처음에 들었을 땐 피식하고 여느 농담처럼 그냥 웃었는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이야기였다. 할머니는 자기 자신을 많이 사랑하셨나 보다. 어쩌면 자신감이 많은 분이셨을지도 모른다. 그 자신감은 할머니가 아름답다는 확신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을까?

합창단에서 음악을 가르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어떤 이들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목소리나 음악성을 평가 절하해서 더이상 노래 부르는 것이 늘지 않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당당한 자신감으로 눈에 띄는 발전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배우는 학생들이 모이는 합창단에서는 그런 경향이 더욱 심하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은 ‘아이들은 스폰지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가르치는 대로 아이들은 스폰지가 물기를 빨아들이듯 바뀐다. 그들은 변화되고 발전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언제나 ‘자신감 부족’이었다. 내가 가르치는 합창단에서 어떤 학부모님과 언젠가 나눈 이야기도 그러했다. 아이들에게는 가지고 있는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발표할 때의 자신감이라고… 아무리 연습하고 훈련해도 무대 위에서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엉뚱한 연주를 하고 만다면 그것은 참으로 낭패인 것이다.

당당함과 자신감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론으로 철저히 무장한 사람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엇인가 발표하려면 덜덜 떨리긴 마찬가지인 것이다. 많은 경험을 겪은 사람이라야 당당해질 수 있는 것이다. 미국 땅에서 자라나는 한국 청소년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주는 음악 단체로서 퍼시픽 콰이어가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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