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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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부터‘틴틴’을 영화로 찍고 싶었다”

2011-11-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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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인터뷰 ‘틴틴의 모험’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28년이나 벼른 영화
준비기간 2년 걸렸고
촬영에 3년, 재밌었다

배우들은 내 협조자
무엇을 지시하지 않고
나는 그들에게 늘 질문


오는 12월21일에 개봉될 모션 캡처(동작 포착) 만화영화 ‘틴틴의 모험’(The Adventures of Tintin)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64)와의 인터뷰가 지난달 23일 파리의 조지 V 호텔서 있었다.‘틴 틴’은 작고한 벨기에 만화작가 에르제가 그리고 쓴 인기 만화책 시리즈로 젊은 기자 틴 틴과 그의 애견 스노이의 모험과 액션을 그렸다. 회색 머리에 잔 수염을 하고 타이에 털 재킷을 입은 스필버그는 두 손으로 제스처를 써가며 질문에 조용한 음성으로 확신과 정열이 있는 답변을 했는데 유머도 잊지 않아 인터뷰가 편했다. 안경 뒤의 눈초리가 강렬한 그는 매우 겸손하고 관대하며 또 상냥했는데 정해진 인터뷰 시간이 끝났는데도 본인이 시간을 연장해 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인터뷰 후 그와 함께 사진을 찍을 때 기자가“나는 한국 출신”이라고 소개하자 스필버그는 “서울에 두 번이나 가 봤다”며 큰 미소를 지었다. <박흥진 편집위원>

*당신은 지난 80년대 초부터 이 영화를 만들려고 계획하다가 이제야 완성했는데 왜 그렇게 끈질기게 이 작품에 매달렸는가.

- 계속해서 아이들을 낳았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틴틴’을 읽은 것은 아직 아이가 없던 지난 1981년이다. 그 뒤로 ‘틴틴’ 시리즈를 모두 구해 읽었고 지난 1985년부터 아이들을 낳기 시작했는데 아이들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책은 계속해 내 삶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전과 달리 비디오 게임에 몰두하고 또 다소 발랑 까진 요즘 아이들에게 이 영화가 어필할 수 있다고 보는가.

- 아이들은 언제나 새 경험을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본다. 나도 비디오 게임을 하지만 극장엘 가듯이 요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늘 다른 것을 섭취할 공간을 갖고 있다.

*공동 제작자로 피터 잭슨(‘반지의 제왕’ 시리즈 감독)이 참여했는데 그와의 관계는 어땠는가.

- 그는 매우 여유가 만만한 사람이다. 아주 흥미 있는 사람으로 시치미 뚝 떼고 사람을 웃긴다. 우리는 이 영화를 만들려고 지난 2년간 상의하고 협조했다. 그 동안 둘 간에 단 한 번의 불화도 없었다. 그리고 그는 영화의 각본에도 기여를 했다.


*지금의 당신이 만약 37~38년 전에 ‘조스’를 만들 때로 돌아간다면 젊은 스필버그에게 어떤 조언을 하겠는가.

- 아이를 일곱이나 두고 감독 일을 할 수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 때 내 장래가 어떤 것인 줄 알았더라면 난 아마도 스트레스 때문에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뭘 배웠는가.
- 28년간이나 만들려고 별렀고 또 준비기간 2년에 제작 기간이 3년이나 되지만 ‘E.T.’ 이후로 가장 재미있었다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다.
*이런 동작 포착 만화영화는 결국 배우들을 무용지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 아니다. 이 영화는 그 어느 영화들보다도 배우가 더 필요한 영화다. 틴틴 역을 맡은 제이미 벨은 바로 틴틴이다. 그의 안면근육 움직임이나 연기의 동작 포착 없이는 틴틴은 있을 수가 없다.

*그러나 꼭 수퍼스타를 쓸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 난 흥행 때문에 빅 스타를 쓴 적이 없다. 난 늘 역에 적합한 배우를 고를 뿐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탐 크루즈와 ‘라이언 일병 구출작전’의 탐 행스 등이 그 예로 그들이 우연히 빅 스타였을 뿐이다.

*스노이 역의 개를 다루기가 힘들었는가.
- 전에도 개와 일한 적이 있는데 개들은 반드시 하라는 대로 하진 않는다. 그런데 스노이는 내가 하라는 일을 그대로 다 했다.

*만약 내일 사운드가 없어진다면 그래도 영화를 만들겠는가.
- 그렇게 된다면 당장 탐 행스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붙잡아 무성영화를 만들겠다. 그들은 가장 훌륭한 무성영화 배우들이다. 그러나 기술은 어디까지나 목적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 목적이란 당신이 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얘기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볼 때 10분쯤 지나면 기술적인 것을 잊고 얘기를 따라가게 되기를 원한다.

*에르제가 틴틴을 창조한 벨기에 브뤼셀을 다시 방문한 소감은.
- 내가 처음 에르제와 전화 통화를 한 것은 지난 1983년이다. 우리는 전화 통화에서 그의 책을 영화로 만드는 것을 논의하기 위해 2주 후 만나기로 했었다. 그런데 그가 사망하면서 난 영화 제작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어 에르제와 그의 부인 화니의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화니가 날 보자고해 처음 브뤼셀을 방문했다. 1만명의 팬들이 운집한 가운데 화니가 눈물을 글썽이는 것을 보니 감개가 무량했다.

*제이미 벨은 자기가 틴틴이 아니라 당신이 틴틴이라고 말했는데 그것이 무슨 뜻인가.

- 그것은 내가 기자인 틴틴처럼 끊임없이 좋은 얘기를 찾아다니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같은 사람이다. 나는 카메라를 틴틴은 펜을 들었을 뿐이다.

*당신은 이제 나이 64세(오는 12월18일로 65세)인데 무엇이 아직도 당신으로 하여금 영화에 대한 정열을 불사르게 만드는가.

- 언제나 얘기다. 늘 새 얘기를 찾아내면 난 흥분한다. 그 땐 다시 아이가 된다. 나의 젊음의 샘은 아이디어나 얘기다. 난 드림웍스의 창업자로서 책상 뒤에 앉아 있는 것보다 일 하기를 좋아한다.

*영화를 만들 때 관객을 생각하는가.
- ‘쉰들러 리스트’나 지금 만들고 있는 ‘링컨’ 같은 역사영화를 만들 때는 그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역사영화 보러 오리라고 기대하지를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틴틴’ 같은 영화를 만들 때는 늘 관객과 함께 극장에 앉아 있는 자세로 만든다.

*당신은 아직도 동심의 사람이라고들 말하는데.
- 우린 단순히 자기 본연의 모습을 지닐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나는 아직도 살아 있는 동심의 소유자라고 말하는데 그것이 사실일지는 몰라도 난 그저 본연의 나일뿐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내 동심이 보다 현명해지기도 했지만 다소 녹도 슬었을 것이다.

*왜 ‘틴틴’시리즈 제7편 ‘유니콘의 비밀’을 첫 영화로 만들었는가.
- 그 내용이 관객을 즐겁게 해줄 모험과 액션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책의 내용도 조금씩 빌려다 썼다.

*에르제와 전화로 무슨 얘기를 했었는가.
- 먼저 내가 책의 팬임을 말했더니 에르제는 자기가 ‘레이더스 오브 더 로스트 아크’를 너무 좋아한다고 대답을 했다. 그러면서 나보다 더 책의 인물을 잘 이해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자기 책을 영화로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속편이 나올 것인가.
- 이미 제2편의 제작을 준비 중이다. 제1편이 성공하면 관객들이 원하는 한 계속해 속편을 만들 예정이다.

*당신은 언젠가 당신의 동심은 당신의 어머니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 어머니를 위한 영화를 만들 생각이라도 있는가.

- 벌써 내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델로 한 영화 각본을 내 여동생이 써놓은 상태다. 언젠가 만들기는 하겠지만 나의 가족 얘기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이어서 겁이 난다. 마법사에게라도 문의해 자문을 구해야겠다.

*날로 발전하는 영화기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기술이 너무 발전하다 보면 모든 주의가 그 쪽으로만 기울어 작가와 각본과 좋은 아이디어와 이야기에 대해 소홀해지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돈을 내고 얘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업적을 보게 되기 쉽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기술이 지나치게 발전하면 젊은 작가들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할 입지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잃게 되고 영화계도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배우들을 어떻게 지시하는가.
- 난 배우들을 나의 협조자로 생각한다. 나는 그들을 파트너로 삼지 무얼 하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난 그들에게 늘 질문한다. 감독이란 배우와 감독이 합의하는 것이다. 서로 함께 앉아 어떻게 하면 감정과 아이디어를 형성해 내느냐 하는 것에 합의하는 것이다.

*7명의 자녀를 돌보는 일과 감독 일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는가.
- 무조건 아이들이 먼저다. 난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이들을 위해 아침을 마련한다. 물론 내 아내가 도와주지만 아침 하는 일은 나의 일과다. 그리고 아이들을 차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 준다. 아이가 먼저고 영화는 둘째다. 세트로 아이들의 전화가 걸려오면 난 모든 작업을 중단한다. 그것이 나의 생활 철칙이다.
*영화를 보면 오페라 여가수가 노래할 때 새가 날아와 그를 공격하는데 이 장면은 히치콕의 ‘새’를 본 딴 것인가.
- 아니다. 난 오페라처럼 지루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느낌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고맙게도 영화의 노래 소리는 르네 플레밍이 우리를 위해 부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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