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군 장교 출신의 전직 목사, 피습 당한 소녀와 동행여정
▶ 악당과 총격 등 온갖 역경…연기·촬영·음악 모두 훌륭, ★★★★ (5개 만점)
캡튼 키드(왼쪽)가 조핸나를 마차에 태우고 텍사스 광야를 거쳐 마을을 찾아가고 있다.
‘캡튼 필립스’에서 함께 일한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탐 행크스가 다시 손잡고 만든 준수한 웨스턴으로 행크스의 첫 웨스턴이다. 화면을 가득 메우는 서부의 거친 아름다움과 함께 액션과 감정 그리고 우수와 지성까지 고루 갖춘 심오한 작품으로 연기와 촬영과 음악 및 내용 등이 다 훌륭하다.
남북전쟁이 끝난 지 5년 후인 1870년 텍사스. 전직 목사로 남군 장교출신인 캡튼 제퍼슨 카일 키드(행크스)는 벽촌 마을을 순회하면서 동네 사람들에게 신문과 잡지에 난 뉴스를 읽어주는 사람. 푼돈을 받고 마을 사람들에게 세상 소식을 읽어주는 기자이자 얘기꾼인 셈.
키드는 어느 날 길을 가다가 피습당한 마차에서 살아남은 소녀 조핸나(헬레나 젱엘)를 만나 조핸나를 자기 마차에 태운다. 금발의 백인인 조핸나는 태어난 직후 키오와 인디언에 의해 약탈된 뒤 인디언으로 키워졌는데 키오와 인디언들이 말살 되면서 미 정부당국자를 찾아 가다가 난을 당한 것. 할 수 없이 조핸나의 보호자가 된 키드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해 의사소통이 안 되는 조핸나를 소녀의 먼 친척집으로 데려다 주기로 작정한다.
키드와 조핸나가 길고 험한 여정을 함께 하면서 온갖 역경과 난관 그리고 악인들을 만나면서 액션이 벌어진다. 키드가 조핸나를 사겠다는 살인자 무리의 제의를 거절하면서 키드와 악인들 간에 박력 있고 긴장감 가득한 총격전이 일어난다. 영화에 액션은 많지 않으나 이 장면은 스릴 넘치고 박력 있는 장관이다.
마을을 돌면서 키드를 멀리하던 조핸나는 서서히 마음 문을 열고 일종의 키드의 보조자가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키드와 조핸나 간에 정이 영근다. 영화 중간쯤에 키드와 조핸나가 이래스 카운티에 들르면서 흥미진진한 내용이 전개된다. 이 마을은 멕시칸과 인디언들을 몰아내고 마을을 독식하려는 미스터 활리(토마스 프랜시스 머피)가 군림하는데 인종차별주의자이자 착취자인 그는 자기선전용 신문의 발행자이기도 하다. 활리는 키드에게 주민들에게 자기 신문을 읽어주라고 지시하나 현명한 키드는 이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용한다. 미스터 활리가 요즘 미국의 어느 정치인을 연상케 하는지는 쉽게 짐작할 만하다.
마침내 키드는 조핸나를 친척집에 데려다 주면서도 소녀와 헤어지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를 간청하는 눈길로 바라보는 조핸나의 모습이 애처롭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영화의 끝이 아주 흐뭇하고 감동적이다.
전설적 분위기가 배인 고전 스타일의 웨스턴으로 지성과 감정의 깊이를 모두 지닌 얼굴 표정과 눈의 연기를 보여주는 행크스의 화면을 가득 채우는 존재가 작품의 품격을 높여준다. 영화에서 경탄할 것은 독일 태생 젱엘의 연기다. 거의 대사가 없이 눈과 표정만으로 복잡다단한 내면의 전모를 표현하는데 앞으로 대성할 배우다.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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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