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압도적 스펙터클 대서사시 “영웅담 아닌 젊은 청년의 성장기”

2024-03-08 (금)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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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맥스 최적화 ‘듄: 파트 2’의 드니 빌뇌브 감독
▶티모시 샬라메·젠데이아의 화려한 액션과 로맨스

▶ 섹시 빌런 오스틴 버틀러와 플로렌스 퓨 등 합세

압도적 스펙터클 대서사시 “영웅담 아닌 젊은 청년의 성장기”

‘듄: 파트 2’의 주인공 폴을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왼쪽)가 드니 빌뇌브 감독과 함께 모래언덕의 전투 장면을 모니터하고 있다. [워너 브라더스 제공]

압도적 스펙터클 대서사시 “영웅담 아닌 젊은 청년의 성장기”

폴 아트레이데스(티모시 샬라메)와 프레멘 종족의 여인 챠니(젠데이아)의 사랑이 영화 속 한 축을 이룬다. [워너 브라더스 제공]


압도적 스펙터클 대서사시 “영웅담 아닌 젊은 청년의 성장기”

젊은 폭군인 하코넨의 아들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와 일대일 결투를 벌이는 전사 폴(티모시 살라메). [워너 브라더스 제공]


압도적인 스펙터클이 방대하고 복잡한 구성과 어려운 이름을 극복한다. 프랭크 허버트 작가가 창조해낸‘듄’의 세계관은 인간의 생존과 진화, 생태를 다루고 종교, 정치, 권력을 망라한다.‘듄: 파트 2’(이하‘듄2’)는 최초의 문학성을 갖춘 이 과학소설에 기술적인 아이디어를 더한 아이맥스 최적화 영화다. 티모시 샬라메와 젠데이아를 주연으로 레베카 퍼거슨, 스텔란 스카스가드, 하비에르 바르뎀 등 기존의 캐스트에 오스틴 버틀러·플로렌스 퓨·레아 세이두·크리스토퍼 워컨 등이 새롭게 합류하면서‘듄2’는 더 웅장하고 서사적이 되었다.‘한 세대를 위한 영화적 경험’이라는 평가를 받는‘듄 2’는 극장 경험을 사랑하고 극장의 힘이 발휘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미학적 성취다. 지난달 27일 화상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드니 빌뇌브 감독은“한 청년이 다른 문화의 여성을 사랑하는 내용이 크게 영감을 줬다.‘듄2’는 훨씬 강인한 영화다. 액션이 많다는 의미다. 액션이 굉장히 복잡해서 개인적으로 겸허해졌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자신 만의 영화적 언어를 지향하는 드니 빌뇌브 감독과 일문일답.

- 연출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듄2’는 훨씬 강인하고 액션이 많다. ‘듄1’은 명상적이고 관조적이었다. 어린 폴이 새로운 문화를 알게 되고 새로운 행성(듄이라고 알려진 아라키스)을 발견하는 이야기였다. ‘듄2’에서 폴은 남자가 된다. 사랑에 빠진 게릴라 전사가 되고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며 전쟁을 한다. 게릴라전을 벌이고 상대의 기술에 맞서게 된다. 책에 묘사된 대규모 전투로 ‘2편’을 마무리하면서 서사적인 느낌을 더해야 했다.


- 권선징악이라는 고전적 주제에 회화적 상상력을 더했다

▲화면에 어떤 뉘앙스를 담고 싶었다. ‘1과 0’ 혹은 흑백이 아니라 미묘한 차이를 남기는 것. 순수한 악은 존재하지만 드물다. 대부분의 경우 관점의 문제이다. 물론 아무도 하코넨 남작(스텔란 스카스가드 분)이 악이라는데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황제(크리스토퍼 월켄) 같은 인물은 정치적 게임에 휘둘려 매우 나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지만 순수한 악이라고 확신할 순 없다.

- 장대하고 스펙터클하면서 감동을 담아냈다

▲아이맥스 촬영은 거대한 자연 풍광을 직접 볼 수 있고 배우들과의 친밀한 관계가 가능해진다. 방대함과 배우와의 가까운 거리 사이 밸런스를 유지하려 했다. 서사적이고 액션이 있는 장면은 어렵지 않았다. 폴과 차니의 이야기에 초점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려웠다. 두 사람의 관계가 영화의 핵심으로 극적 전개의 좌우한다. 차니와 폴의 눈을 통해 정치적 압박, 문화적 억압을 느끼는 것. 그래서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에 중점을 두고 영화를 구성했다. 제작진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믿지 못하면 이 영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계속 말했다. 촬영 내내 두 사람을 최대한 배려하고 가까이서 지켜보는 데 중점을 두었다.

- 요르단 사막에 도로를 건설해야 하는 모래 언덕에서 촬영했는데

▲사막에서 2마일 떨어진 모래 언덕(듄)을 선택한 것은 자연광만 사용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렉 프레이저 촬영감독과 통했던 점이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리 둘 다 햇빛을 이용하는 방식을 좋아했다. 모래언덕의 형태도 중요했다. 프로덕션 디자이너 패트리스 베르메트는 미래를 상상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파트1에서 자료 수집과 철저한 탐구를 했다. 태양 아래에서 모래 벌레의 행동이나 진화 여부, 모래 언덕의 바다 속 모양, 모든 상호 작용과 같은 것들이다.

- 모래벌레를 타는 장면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꿈꿔왔던 장면이 바로 폴이 거대한 모래벌레를 타는 시퀀스였다. 회전하는 플랫폼과 갈고리, 사막의 모래가 날리는 모습 등 지금까지 해본 것 중 가장 복잡한 장면이었다. 사실감을 살리기 위해 거대한 구조물이나 그림자를 만들어야 했고 빛을 사실적으로 표현해야 했다. 특히 현실감이 가득하면서 엣지 있고 우아하고 위험하지만 흥미진진한 느낌이 나기를 바랬다. 스크린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두 달 동안 두번째 유닛을 동원해 촬영)이 필요했지만 이 장면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 영화 속 그림자와 빛이 정말 놀랍다

▲사막 장면 대부분은 태양과 풍경을 바라보는 특정한 드라마틱 요소에 따라 촬영 장소를 달리 해야 했다. 퍼즐을 맞추듯 복잡합에 도전해야 했다. 같은 장면을 두 군데에서 촬영하는 건 예사였고 파트 2에서는 12~14개의 다른 장소에서 촬영을 할 때도 있었다. 우리는 태양의 방향을 예측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바위 주변에서 전투 장면을 촬영할 때 촬영감독은 가상 환경에서 바위와 주변의 모든 지형을 캡처한 다음 이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촬영일인 11월3일에 맞춰 태양의 각도를 계산했다. 9시45분이라는 답이 나오면 카메라를 그 위치에 설치하기 위해 9시13분에 도착했다. 태양은 15도에 있고 배우는 이 곳에 있어야 한다는 과학적 근거를 대입했다. 재미있었지만 압박감도 상당했다.

- 가장 마음에 들었던 촬영장 세트는

▲모래 바다로 걸어 들어가면 웅장하다. 마치 성당, 거대한 교회에 들어서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벽에 가까이 다가가면 프레멘 예언의 모든 글씨가 보인다. 이는 실제로 패트리스 베르메트와 데이빗 피터슨이 작업한 실제 언어여서 더 의미가 있다. 가장 좋아하는 세트는 ‘새들의 동굴’이었다. 패트리스가 재현한 부다페스트의 자연적인 형성 같았다. 매우 시적이었다. 마치 거대한 동물의 뼈대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영화 제작자로서 지금까지 가본, 가장 시적인 공간이었다.

- 각색을 할 때 염두에 둔 점이 있는가

▲프랭크 로버트는 정확한 의도를 갖고 듄(DUNE) 1권을 썼다. 메시아적 인물들에 대한 경고 메세지, 교훈적인 이야기로 읽히기를 원했다. 막상 책이 출간됐을 때 독자들의 반응에 실망했다. 폴이 반영웅이길 원했다. 그래서 그 관점과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일종의 에필로그 같은 책 ‘듄의 메시아’라는 2권을 썼다. 듄 파트 1과 2는 프랭크 허버트의 초기 의도에 가깝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듄 1권의 내용이 ‘듄 파트 2’에서 완벽하게 마무리된다. 이 영화는 폴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경고의 메시지’다.

- 듄이 꾸준하게 인기를 끌고 사랑받는 비결은

▲폴의 정체성 탐구는 꽤 감동적인 이야기다. 한 소년이 마침내 고향을 찾고 다른 문화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는 것. 매우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또한 인간 정신에 대한 생각으로 많은 희망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책에서 인공지능이 금지되었다는 것, 인간의 정신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것, 기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주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다. 생태계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우리가 생태계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자연과 인간의 관계라는 신성한 개념을 어떻게 재정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든 탐구도 담겨있다. 자연을 지배하려 하지 않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프레멘들처럼 자연을 존중하는 모습은 젊은이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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