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이샤의 비극

2010-08-11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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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시사주간지 ‘타임’(8월8일자)에 놀랄만한 카버사진이 실렸다. 코와 귀가 잘려나간 18세의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끔찍스런 얼굴이다. 리차드 스텐젤 ‘타임’ 편집국장은 이례적으로 ‘타임’이 왜 이같은 사진을 실었는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이번주 커버사진은 쇼킹하고 비참하다. 사진의 주인공은 18세의 아프간 여성 아이샤이며 그녀는 시집에서 도망치려 했다는 죄로 탈레반 사령관의 명령으로 남편에 의해 코와 귀가 잘렸다. 아이샤의 스토리는 아프가니스탄에 탈레반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프간 여성들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아이샤가 코가 잘리는 잔인한 형을 받게 된 스토리는 이렇다. 시집간 후 남편과 시집 식구들의 학대에 견디다 못해 도망가려다 붙잡혀 탈레반 사령관으로부터 코와 귀가 잘리는 형을 언도 받았다. 이때 시동생이 아이샤를 꼼짝 못하게 타고 앉자 남편이 예리한 칼을 들고 와 그녀의 코를 베어 버리고 귀를 잘랐다. 그녀는 피를 흘리며 삼촌 집에 달려가 구원을 청했으나 삼촌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아이샤가 거리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미군이 이를 발견하고 아프간 미군병원으로 급송해 그녀를 살려냈으며 캘리포니아의 그로스만 의료재단에서 성형수술을 돕겠다고 나서 마침내 미국으로 오게 된 것이다.


엊그제 ABC-TV 이브닝뉴스에서 앵커우먼 다이앤 소여가 아이샤를 특별 인터뷰하는 장면이 방영 되었는데 코가 잘린 그녀가 웃는 모습은 눈물겨웠다. 순간 이런 생각들이 얼핏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여자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미국과 한국여성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네. 종교가 계율을 너무 중요시 하다보면 상식이하의 편견을 가지는 함정에 빠지는구나. 알라의 이름으로 알라를 욕되게 하는 자들에게는 누가 천벌을 내리나. 인류는 지금 피할 수 없는 문명의 충돌로 가고 있구나” 등등 아이샤의 일그러진 얼굴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탈레반은 이슬람의 근본주의를 떠받드는 종교집단이다. 그러나 알라가 정말 집을 뛰쳐나가려는 여성의 코와 귀를 자르는 것을 허락 했을까. 그럴 리가 없다. 이는 이슬람 법전인 샤리아를 일부 무슬림들이 잘못 해석하는데서 오는 비극이다. 사랑보다 율법을 앞세운 신앙의 추한 모습이다.

종교는 도덕보다 한 차원 높은 단계에 있다. 종교의 계율이 도덕보다 낮은 차원에서 헤매고 있다면 이는 인류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여성의 코를 베는 것이 어떻게 신의 뜻에 따르는 것이 될 수 있는가. 인간의 도덕적인 수준에서도 납득이 안되는 처사다.

무슬림 세계에서 의식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이는 곧 생활혁명이기도 하며 여성혁명이기도하다. 종교가 종교답기 위해서는 사랑과 자비, 자유가 기초를 이루고 있어야하며 어떤 형태로든지 이것이 결핍된 신앙은 신앙이라고 말할 수 없다.

아랍속담에 ‘남아가 곧 행복’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 남아를 낳는 산모는 4일-6일 입원해 향료가 가득한 알후소라는 수프를 먹는 등 대우가 극진하지만 딸을 낳으면 부끄러워 낳는 그날로 퇴원한다. 성별 차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딸을 낳으면 호적에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모로코를 여행하면서 들은 이야기다.

교회는 교도소가 아니다. 교회가 지나치게 계율을 주장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을 아이샤가 보여주고 있다. 종교로부터의 해방 - 이것이 오늘 아랍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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