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재정난으로 시달리는 와중에서 맞는 여름방학은 부모들에겐 이중삼중으로 힘든 시기다. 체감경기가 여전히 흐려있는 금년엔 부모들의 한숨 소리가 더욱 커진 듯하다. 초등학생 자녀의 데이케어 마련에서 고교생 자녀의 학원 등록비, 일자리 못 구한 대학생 혹은 대학 졸업자녀의 생활비까지가 부모의 어깨를 짓누르며 괴로운 방학을 예고하고 있다.
만사가 그렇듯이 어려움에 닥쳤을 때 최선의 첫 걸음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나무 아닌 숲을 보며 가장 중요한 것만 선택하면 된다. 방학 플랜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부담에서 생각의 방향을 조금만 바꾸면 보다 장기적으로 자녀의 내일을 위한 좋은 계기로 삼을 수 있다.
2~3개월의 긴 방학동안 무엇을 하게 할 것인가. 우선 쉬게 하자. 팽팽했던 경쟁의식을 몸과 마음의 먼지와 함께 털어낸 후 한껏 자유로워진 상태에서 꿈을 꾸게 해주는 것이다.
꿈이 없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간다. 높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에 간다는 ‘목표’는 확실한데 좋은 대학을 졸업한 후 무엇이 왜 되고 싶은 지, 어떤 보람을 느끼며 어떤 삶을 살고 싶은 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등에는 대학생조차 답을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꽉 짜인 스케줄에 갇혀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육학자 칼 오노레는 “여름방학은 학업의 트레드밀에서 내려와 아이들이 깊이 사고하고, 재충전하고, 놀고,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이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형편 따라 플랜을 짠다 해도 충분히 놀게 하며 세 가지를 빼놓지 말자. 첫째, 책 읽기. 즐겁게 많은 책을 읽었다면 공부엔 더 이상 신경을 안 써도 될 것이다. 둘째 일 하기. 어린 자녀는 간단한 가사를 돕도록 하고 10대 이상은 파트타임 잡을 못 구하면 자원봉사를 하도록 한다. 셋째, 가족 여행. 여유가 없다면 1일 피크닉도 상관없다. 함께 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면 된다.
쫓기지 않는 여유 속에서 아이 스스로 깊이 생각하는 습관을 익히고 자신을 돌아보는 사고 속에서 꿈을 발견하게 된다면 이번 방학은 그 아이의 일생에 가장 중요한 여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