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클리닉
2009-02-24 (화) 12:00:00
토라진 아내를 달래 보려고
장미 한 송이 싸 들고 마음 두근거린다
위로가 될까 기대하면서
멋쩍게 꽃을 숨기며 문을 열지만
표정 관리가 어색했다
좋아하는 음악 소리도 없이 방문은 닫혀있고
기도소리에 서러움이
축축이 젖어있었다
미숙한 영어로 빌붙어 살자니
가슴에는 언제나 못이 박히고
긴 밤사이 소복이 쌓였던 눈이 자고 나니
흔적도 없이 녹아 없어져
냉기만 무섭게 들어 앉고 삶도 병들어 있다
무거운 침묵이 안개가 걷히듯 신선한 바람이
정녕코 오겠지만
연약한 자존심을 보이지 않으려고
눈물을 숨기는데
긴 겨울을 무사히 건너온 동백꽃에
피할 수 없는 얼음 비가 맺힌다
텃밭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그녀
사랑이란 사치가 그 여자에 얹혀질까
엉거주춤 몸 둘 곳 없이 심난하지만
억척같이 비비며 꽃을 꽂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