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름달이 밝으면

2009-02-1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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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경찬 /시인

조각구름 사이로
보름달이 밝으면
인기척 없이
미루나무 위로
살포시 내려 앉아서
오늘도 누구에 소원을
들어 주는지 밝기만 한데

이렇게 보름달이 밝으면
돌아가신 어머님은 언제나
정한수 장독 위에 올려 놓으시고
합장하시며 소원을 비시던
애처롭 던 어머님의 모습이
밝은 달빛에 떠오르는 그리움

흑백의 색바랜 어머님에 사진으로
슬프게 눈길이 비껴가는
장독 위 정한수에 담긴 보름달은
자식들에 모습으로 가득 채우셨을
어머님 품 안의 넒은 그 사랑에 삶
흐르는 눈물로 어머님에 사진을
오랜만에 가슴에 꼭 안고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았습니다.
어머니 보름달이 지붕을 넘어가네요

보름달이 밝은 밤에 다시 찾아 뵈려고
창에 커튼을 내립니다
영원한 사랑을 주신 보름달에 울 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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