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니언] 단상-아버지의 유품

2007-12-1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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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인 /글렌버니, MD

태엽을 감아야만 되는 롤렉스 시계, 지금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값비싼 시계,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버지의 숨결이 느껴지고 아버지의 모습을 가득히 담은 그 시계는 아버지가 2년 전 온 가족과 이 세상을 떠나시기 며칠 전, 삼남매 중 막내의 손에 쥐어주셨습니다. 수많은 말을 삼킨 채 넘겨진 그 시계는 아버지의 사랑이었고, 아버지의 심장이 뛰는 소리였습니다. 깨질까 더렵혀질까 닦고 들여다보며 아버지를 붙잡고 살아온 막내.
그런데 며칠 전, 형이 첫아들을 낳았을 때 모두가 고인을 그리며 기쁨을 함께 못한 아픔에 안타까워 할 때 막내는 주저하지 않고 그 시계를 풀어 형에게 주며 조카(장손)에게 주라고 내놓았답니다. 두 번째 다시 아버지를 보내는 아픔보다 그 시계는 형에게 돌아가야만 된다고 믿어온 막내의 깊은 마음을 알아차린 형은 “더 간직하고 있다가 아이가 크면 네가 직접 할아버지의 유물이라며 전해주거라”하며 돌려주었다는 이야기가 가슴 뭉클하게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망각 속에 묻어버린 의좋은 형제의 볏단나누기는 피를 물보다 흐리게 하는 유산의 다툼 속에서 까맣게 잊혀졌고, 나 혼자, 아니면 내가 더 차지하겠다는 욕심이 피로 나눈 끈끈한 형제애의 끈을 끊어버린 이 세상이기에 이 형제의 이야기가 환한 빛으로 다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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