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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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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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 (Diva) ★★★★★(5개 만점)

귀도 눈도 황홀한 로맨틱 스릴러
‘라 왈리’아리아 녹음테입 싸고
범법자-경찰에 쫓기는 우체부는…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시각적으로 경탄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팝 아트와도 같은 완벽한 화면 구성을 한 프랑스 영화로 장-자크 베네 감독의 데뷔작이다.
1982년산으로 나는 지금도 이 영화를 봤을 때의 경이감과 재미와 아름다움과 황홀감을 잊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새로 번역된 영어 자막과 새 프린트로 재개봉된다. 반드시 보도록 권한다.
일종의 서양과 동양의 만남이자 만화와 필름 느와르의 만남과도 같은 흥미진진한 스릴러로 로맨티시즘이 풍만한 여체와도 같은 작품이다.
특히 촬영이 눈부신데 백색 시트로앙과 바닷가의 등대와 주인공의 창고를 개조한 아파트의 폐품 자동차 등으로 만든 내부 장식 등 사물 하나하나가 영화를 하나의 미술작품으로 만들고 있다.
또 하나 기쁘고 감동적인 것은 주인공인 젊은 우체부가 우상처럼 섬기는 미국의 소프라노가 무대에서 부르는 알프레도 카탈라니의 오페라 ‘라 왈리’ 중의 아리아. 천상에서 들려오는 듯한 신비감과 아름다움이 깃든 이 노래를 들으면 황홀무아지경에 빠지는 주인공의 마음을 알 것 같다.
플롯이 다소 복잡하다. 모패드를 몰고 다니는 파리의 젊은 우체부 쥘르가 극장에서 유명한 흑인 오페라 가수 신시아(윌헬메니아 위긴스 페르난데스가 노래 부른다)가 부르는 ‘라 왈리’ 중 아리아를 몰래 테입으로 녹음한다.
그런데 신시아는 자기 노래를 절대로 녹음하지 않는 가수여서 이 테입을 노리고 파리의 암흑가 건달들이 쥘르를 집요하게 쫓는다.
이와 함께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는 파리 경찰서장의 비리를 담은 테입이 우연히 쥘르의 행낭에 떨어지면서 쥘르는 범법자들과 부패경찰의 공동표적이 된다.
통쾌한 스릴 넘치는 장면은 모패드를 몰고 지하철 구내를 도주하는 쥘르를 쫓는 건달들의 추적 장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대만과 베트남 사람들이 영화의 중요한 역을 맡고 있다.
이렇게 스타일 좋고 멋있고 재미있는 영화도 드물다.
성인용. 6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가진 자와 못 가진 자’(To Have and Have Not)

하워드 혹스 감독의 1944년산 모험과 로맨스 영화. 헤밍웨이 소설이 원작. 2차 대전 때 프랑스령 식민지에서 사는 냉소적인 선박소유주(험프리 보가트)가 젊고 선정적인 여인(로렌 바콜의 데뷔작)으로 인해 잠자던 자신의 양심과 이상주의가 깨어나 나치 저항운동에 가담한다.
이 영화는 보기와 바콜의 은근짜 러브신으로 유명한데 당시 유부남이던 보기는 방년 19세의 바콜에 반해 부인과 이혼하고 바콜과 결혼했다. (사진)

‘깊은 잠’(The Big Sleep·1946)

역시 혹스 감독의 걸작 필름 느와르로 보기가 사립탐정 필립 말로로 나온다. 바콜 공연. 30일 하오 7시30분 에어로 극장(1328 Montana Ave. 샌타모니카) 동시 상영.

‘스펠바운드’(Spellbound·1945)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로 우아하고 재미있다. 몽유병과 악몽에 시달리는 정신병원 원장(그레고리 펙)을 사랑하는 여 심리과의사(잉그릿 버그만)가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를 살인혐의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해 프로이드의 심리분석 방법을 사용해 남자의 내면 깊이 잠재해 있는 병인을 캐내간다.
질병과 성적 환상의 애매모호한 경계를 탐구한 명작으로 오스카 음악상 수상.
특히 이 영화는 꿈 장면에 사용된 달리의 그림으로 유명하다. (사진)

‘어두운 거울’(The Dark Mirror·1946)


흥미 있는 심리 드라마로 올리비에 디 해빌랜드가 쌍둥이로 1인2역을 한다.
뉴욕의 심리학자가 하나는 착하고 다른 하나는 악한 쌍둥이 자매 중 누가 연인을 살해했는지를 조사한다.
12월 1일 하오 7시30분 LA 카운티뮤지엄 극장(5905 윌셔).

‘배드랜드’ (Badland)★★★

전쟁 후유증이 남긴 ‘광기의 삶’
아프간-이라크전 참전 젊은 해병을
‘분노의 화신’으로 만든 건 뭐길래…

이라크 전에 참전했다가 귀향한 군인들의 정신적 상처와 그로 인한 가정 파괴 등 이 전쟁의 후유증을 다룬 멜로드라마.
이 영화는 이라크전에 투입된 뒤 돌아온 군인 가족의 4명의 아내가 남편에 의해 살해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전쟁의 경험 때문에 내적으로 치유 받지 못할 상처를 입은 군인과 그로 인한 가족의 피해를 파헤치려는 진지한 노력만큼 영화가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흥미 있는 소재와 좋은 연기 때문에 권할 만하다. 상영시간 160분짜리로 심각한 주제를 피상적이요 감정적으로 다뤄 아쉽다.
제리는 걸프전에 참전했을 때만 해도 젊은 애국자요 이상주의자였던 해병. 그러나 그 후 아이를 셋이나 낳고 아내와 함께 어렵게 살고 있는 제리가 다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에 배치되면서 그는 지켜지지 않은 약속과 이루지 못한 욕망 등으로 뒤범벅이 된 삶 속에서 분노와 회한을 씹으며 사는 인생 패배자가 되고 만다.
제리는 완전히 인간이 변해 고향에 돌아온다. 전장에서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공포와 살육을 경험했고 또 잊지도 용서치도 못할 광기와 고통을 겪은 제리는 제대해 상점을 겸한 주유소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삶을 저주하는 인간이 됐는데 언제 이 분노가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트레일러 홈에서 사는 제리는 자신의 악몽과 고통을 이해 못하는 아내 노라와 아이들에게 불쑥불쑥 광적인 분노를 폭발시킨다.
제리는 아내가 여차 하면 자기를 버리고 도망가기 위해 몰래 돈을 모아둔 것을 발견, 아내와 두 아들을 권총으로 살해한다. 그러나 외동딸은 차마 죽이지 못한 제리는 딸을 데리고 도주의 길에 오른다.
제리는 딸과 함께 한 마을에 도착, 식당을 운영하는 고독한 여인의 배려로 식당 쿡으로 일하면서 재생하려고 몸부림치나 그의 과거가 그를 결코 가만히 놓아두질 않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죄의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제리와 딸 역의 제이미 드래븐과 그레이스 훌턴이 호연한다. R. 선셋 5(323-848-3500).

‘마법에 걸린’(Enchanted)

디즈니 만화영화 속의 인물들이 실제인물로 살아나 요즘 뉴욕에서 뉴요커들과 관계를 맺으며 벌어지는 환상적인 영화로 만화영화와 실제영화를 섞어 만든 흥미만점의 가족용.
춤과 노래와 액션과 모험과 사랑이 있는 영화로 지난주 개봉, 흥행 1위를 했다.
만화영화 속 왕국에서 뉴욕으로 쫓겨난 공주 지셀이 어린 딸을 혼자 키우는 변호사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지셀의 뒤를 쫓아 동화 속 의상을 입은 채 현실 세계로 오는 남자가 만화영화 속의 지셀의 약혼자인 에드워드 왕자.
에드워드의 뒤를 쫓아 지셀을 미워하는 에드워드의 의붓어머니인 마녀 여왕도 뉴욕에 도착한다.
PG. 전지역.

‘암살자’(Hitman)

폭력적인 인기 비디오 게임을 영화로 만든 정치스릴러.
머리 뒤에 새겨진 바코드 47로만 알려진 우아하고 주도면밀한 암살자의 이야기로 티모시 올리판트 주연.
에이전트 47이라고만 알려진 엘리트 암살자인 주인공은 유전인자를 조작해 생산된 킬러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범죄자들에 의해 어릴 때 키워진 뒤 다시 교회에서 추방된 성직자에 의해 성장된다.
자신의 존재가 죄라고 여겨지는 에이전트 47은 조용하나 치밀하게 세상의 악을 상대로 전쟁을 행한다. 그는 카리스마가 있고 총명하게 또 매력적이나 자신에 관해 침묵을 지키는데 이런 킬러가 양심의 가책과 신비한 러시아 여인에 의해 처음 야릇한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자신의 임무에 차질을 빚게 된다. R. 전지역.

‘벌금’(Forfeit) ★★★

10대 때 어머니와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LA의 집에서 도망 나온 뒤 성인이 되어 혼자 고독한 삶을 사는 정신적 상처를 입은 프랭크 오닐이라는 남자에 관한 심리드라마다.
이제 30대가 된 프랭크는 LA로 돌아와 현금운반 무장차의 가드로 일하면서 옛 애인 캐런과의 재결합을 시도한다.
그러나 곁으로 보기엔 멀쩡한 프랭크는 내면이 완전히 고장 난 인간으로 TV의 목사 설교를 따라하며 줄줄 외우는 사이코. 그는 머리는 영특해 치밀하게 자기 회사를 털 계획을 꾸민다.
그리고 이 일을 성공적으로 끝낸 뒤 그 혐의를 캐런에게 뒤집어씌운다. 성인용. 일부 극장.

‘섹스와 조반’ (Sex and Breakfast)

관계의 불이 식어가는 두 젊은 부부가 익명의 그룹섹스를 통해 애정의 재점화를 시도하면서 자신들의 관계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드라마로 ‘홈 얼론’의 꼬마 매컬리 컬킨이 주연한다.
제임스(컬킨)와 헤더는 관계가 원만치 않아 고민을 한다. 둘 중에 공격적으로 이 관계의 문제를 개선하려는 사람이 헤더. 그러나 그녀의 공격성 때문에 이런 시도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엘리스와 르네의 관계도 마찬가지. 둘은 꺼져버린 정열의 불을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들 부부간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의사 웰브리지가 두 쌍에게 관계 재점화를 위해 부부교환을 처방으로 제시한다.
그 결과 두 부부는 진실한 사랑과 영속적 관계가 궁극적으로 섹스와 조반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성인용. 선셋 5.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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