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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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 민정부부 60일간의 미 대륙 횡단기 <4>

2007-11-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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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 민정부부 60일간의 미 대륙 횡단기 <4>

케이프 코드에 있는 J. F. 케네디 박물관 앞에서.

이주영 - 민정부부 60일간의 미 대륙 횡단기 <4>

보스턴 하버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

자연이 주는 눈부신 감동
’나이애가라 빅쇼’

아케디아공원 ‘초록빛 드라이브’ 멋진 추억
볼거리 많은 보스턴… 엄청난 주차비 황당

여섯번째 여행목적지 : 나이애가라 폭포


오늘로써 사과를 네 조각으로 나눈 것이라면 그중에 한 쪽을 먹었다. 60일의 여정 중에서 15일을 보냈고 또한 오늘부로 동부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뉴욕주가 이렇게 깨끗하고 좋을 줄 몰랐다. 특히 시골로 들어올수록 정돈이 잘 되어있고 초록의 물결로 온 천지가 물들여진 산천이 왜 아름다울 미자에 나라 국자를 쓰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침부터 안개가 너무 짙게 깔려서 걱정이 많았지만 안개 낀 마을 뒷산의 모습은 돈 주고도 볼 수 없는 상상 속의 모습 그대로였다. 오늘만큼은 내가 시인이었으면 좋겠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한 시간반 후 나이애가라 폭포에 도착했다.
나이애가라 폭포는 두개의 커다란 폭포로 구분돼 있는데 하나는 호스슈(Horseshoe) 폭포이고 또 하나가 아메리칸(American) 폭포이다. 그 대단함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TV나 잡지에서만 봐오던 장관이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 폭포 아래에선 무지개가 피었다가 사라졌다 하면서 날 황홀경에 빠뜨렸다.
휠체어 탄 몸으로 주립공원 투어버스까지 타봤는데 신기하게도 묘한 장비가 차에서 내려오더니 나를 싣고 목적지에 데려다 주었다. 차에서도 혁대 같은 것을 휠체어에 묶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했는데 처음에는 별일을 다 하네… 하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차가 이리저리 움직이니까 이 사람들이 참으로 현명하고 안전하게 하는구나… 싶었다. 10시부터 3시30분까지 이곳저곳을 휠체어로 다니면서 흥분(?)했더니 나중엔 몸도 마음도 다 지쳐서 볼 것도 다 못 봤지만 숙소로 돌아오려면 또다시 1시간반 가량을 운전해야 되니까 아쉬움을 남기고 그냥 떠나 왔다.

일곱번째 여행지: 메인주의 아케디아 국립공원
미국의 가장 동쪽 끝 제일 윗부분에 있는 주가 메인(Maine)주인데 너무 멀어서 중간부분인 매서추세츠주의 스프링필드시에서 하룻밤을 자야 하기에 그냥 드라이브만 하는 날이다. 텅 빈 도로를 달리면서 어제 구경한 광경이나 또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금방 휴게소가 나오고 또다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점심 먹을 장소가 나온다.
운전하면서 내가 사는 LA를 생각해 봤다. 무엇이 먼저 떠오르고 생각나나 그려봤더니 힐허스트와 로스펠리스 길의 루이스 레스토랑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한 달이면 세 번, 아무리 안 가도 한 달에 한번 이상은 꼭 가게 되는 편안한 식당인데 오늘은 그 식당이 자꾸만 그립다. 두 번째가 그로브몰 안에 있는 반스 앤 노블이라는 책방인데 지난 1월부터 대륙횡단 자료 준비 때문에 거의 매주 가다시피해서 꼭 내 집 같이 지낸 곳인데 먼 곳에서 생각해 보니 내가 사는 가까이에 이런 좋은 곳이 있다는 게 참으로 기쁘고 행복하다. LA에 돌아가면 그 곳들을 껴안고 더더욱 사랑해야겠다.
아케디아(Acadia) 국립공원. 1947년 10월 대화재로 인해서 무려 1만에이커가 불타버렸다는데 지금은 청록의 나무들로 빽빽하게 메워진 산천은 푸르고 또 푸르기만 했다. 1년이면 200만명 정도 다녀간다는 이 국립공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시닉 루프 로드를 타고 공원 전체를 드라이브하는 것인데 그 길이가 27마일 정도 된다. 눈으로 즐기는 그것만으로도 그저 행복할 뿐이다. 1번 도로를 타고 Buck Sport에서 Ellsworth를 지나서 Machias까지 이른 아침에 드라이브해 봤는데 한적한 아침에 드문드문 지나는 차들을 벗 삼아, 가랑비도 안 되는 얇은 비는 살짝 내려주고 옆에는 사랑하는 아내가… 창밖엔 맑은 공기며 오락가락하는 갈매기들… 캬. 다리가 멀쩡하다면 깎아지른 바위산 사이로 펼쳐진 모래 해변을 마냥 걸어봤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다. 3박4일 동안 즐긴 메인 주에서의 휴식. 내 평생에 또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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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은 유명 대학들과 보스턴 커먼 퍼블릭 가든 등 볼 것이 너무 많은 곳이다.

여덟번째 여행지 : 보스턴과 케이프 코드 베이
메인주의 바 하버(Bar Harbor)에서 1번 도로를 타고 마냥 아래로 달렸더니 보스턴이 나왔다.
시카고와는 달리 이상하게도 편안하게 느껴져서 체크인하자마자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한복판에 자리 잡은 성당(Trinity Church) 안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구경도 잘했지만 그 성당 앞 광장 모습이나 사람들 모습에 와~~~ 소리가 절로 나온다. 보스턴은 가볼 곳도 느껴볼 곳도 너무 많아서 3박4일만에 다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내 말은 한 가지라도 편안히 휴식이 될 수 있는 스케줄을 만들자는 말에 주눅이 들어서 서너 가지만 제대로 보아야 될 것 같다.
다음날 아침 보스턴 커먼(Boston Common)과 퍼블릭 가든 공원부터 찾아갔는데 7시15분밖에 안 됐는데도 곳곳에 사람들이 많았다.
한쪽은 주민들이 운동하느라 정신이 없고 한쪽은 우리처럼 연신 카메라를 이쪽저쪽을 향해서 눌러대느라 정신없다. 미국에서 최초로 시민공원이 되었다는 이곳은 일반적인 공원이지만 괜스레 좋아 보이는 것은 웬일일까.
이어 보스턴 하버라는 곳을 찾아갔다. 주차비만 황당하게도 32달러. 이곳에서 45분간 강변을 지나는 배를 탔는데 잔잔한 물 위를 지나는 배에서 보스턴 건물들을 바라보는 맛이 참으로 좋았다. 하버 한쪽의 벤치에 앉아서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바라보다가 바다 저 멀리 떠다니는 돛단배도 보고 햇살은 따사롭고… 그저 살아있다는 게 행복할 뿐이다.
보스턴에서 1시간15분 정도 남동쪽으로 가면 존 F. 케네디 뮤지엄이 있다. 미국 지도를 보면 케이프 코드(Cape Cod)라는 전갈꼬리 같은 지형인데 케네디 대통령이 어린 시절을 보냈고 꿈과 희망으로 젊은 시절을 보낸 곳이다. 그 중간에 히아니스(Hyannis)라는 조그만 도시가 있는데 그 곳에 그의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는 뮤지엄을 만들어 놓았다. 작은 규모지만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해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입장료가 일인당 5달러이고 주차비는 무료였는데 기념품으로 모자와 티셔츠 하나를 샀다. 아내와 난 어딜 가도 기념품 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곳에서는 괜스레 주머니를 열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뮤지엄 한쪽에 방명록이 마련돼 있었는데 아내와 나는 기쁜 마음으로 굵은 글씨로 이름을 남겼다. 케이프 코드라는 이곳. 참으로 아름답고 낭만적인 곳이다. 이렇게 좋은 곳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보스턴에서 3박4일을 보낼게 아니라 이 곳에서 많은 날을 보내는 것인데… 하면서 후회한 그런 곳이다. 어쨌든 보스턴에서 3박4일을 다 보내고 뉴욕으로 떠난다. 참으로 겁나고 조심스런 뉴욕인데 모든 게 순조롭고 잘 되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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