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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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역사의 현장-렌초 로스 알라미토스

2007-11-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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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비치 히스토릭 팍>

롱비치 히스토릭 팍 내에 위치한 랜초 로스알라미토스(Rancho Los Alamitos)는 서기 500년께부터 현재까지 남가주의 역사가 그대로 살아 숨 쉬는 곳. 스페인 식민기에서부터 멕시코 점령시대와 19세기 목축업의 중심지로서 캘리포니아 남부가 지나온 과거의 모든 흔적을 소중하게 보존하고 지켜온 중요한 사적지다.화려했던 전성기의 2만8,000에이커 중에서 이제 남은 부분은 7.5에이커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서 이곳을 지나간 무수한 사람들과 긴 세월의 발자취를 되밟아 볼 수 있으며, 숲속 별장에라도 들어선 듯 아늑하고 한가로운 정취가 흠뻑 느껴져 가을 나들이에 적격이다. 190년을 지탱해온 어도비(adobe) 벽돌집과 헛간 건물, 그리고 20세기 초 캘리포니아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아름다운 정원을 통해 남가주의 어제와 오늘을 품고 있는 랜초 로스알라미토스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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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치하우스의 북쪽으로는 19세기 미션 스타일 분수와 다양한 식물이 단정하게 꾸며져 있어, 숲속의 비밀 정원을 방문하는 느낌을 준다.>


19세기땐 28,000에이커 목축업 중심지

■역사
이곳의 역사는 캘리포니아 원주민 통바족(Tongva) 때부터 시작된다. 대대적인 종교의식이 정기적으로 열렸으며, 주변 마을과 부족들이 만나는 교역의 중심지로 부각되었다.
따라서 가브리엘리노 인디언인 통바족의 마을로서 ‘퍼벙가’(Puvunga: 군중의 장소, 모이는 곳이라는 뜻)라는 이름이 오래 전해졌으며, 16세기 유럽인들이 미 서부 탐구차 샌피드로 베이로 진입했을 때까지도 통바족이 이곳에서 거주하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이 남아있다.
17세기 스페인 식민기가 시작되면서 통바족을 비롯한 인디언 부족들은 흩어져 버리고, 롱비치부터 현재 오렌지카운티의 대부분을 포함하는 거대한 초원지역은 1790년께 군인 출신인 마누엘 퍼레즈 니에토라는 인물에게 스페인 정부의 무상 토지불하의 개념인 랜드 그랜트로 넘어간다. 총 면적이 20만에이커에 달했다는 설도 있는데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
이후, 18세기에 들어 그랜트 땅이 다섯 개 지역으로 나누어지고, 마누엘 니에토의 아들 환 호세 니에토가 로스알라미토스 지역을 물려받아, 1806년께 랜초를 건설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적 건물인 어도비 하우스를 애이블 스턴이 세운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 건설자는 니에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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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초 로스알라미토스의 자랑거리인 정원. 4에이커에 달하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공간에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남가주 스타일 가든을 감상할 수 있다.>

19세기에 들어 랜초는 무수한 주인을 거치게 되는데, 1844년 동부 매서추세츠 출신 상인 애이블 스턴에게 매각되어 서부 최대의 방목장으로 전성시대를 맞이한다. 골드러시 시절에는 북가주로 가장 많은 쇠고기를 보급하는 목장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1860년대 대가뭄을 지나면서 방목장은 거의 문을 닫고, 랜초 자체도 일손을 놓게 된다.
1881년, 캘리포니아 목축업의 전설적인 가족인 빅스비 패밀리(Bixby Family)가 남가주 부동산 붐을 타고 이곳을 인수한 뒤 농장이 다시 살아나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원래 이름은 이곳에 포플러의 일종인 미루나무가 많아서 ‘미루나무 목장’(Ranch of the Little Cottonwoods)이라는 뜻의 랜초 로스알라미토스인데, 흔히 ‘빅스비 랜치’라고도 불린다.
현재 남아있는 건물의 모습이나 유품들은 모두 빅스비 형제와 사촌 가족들의 것으로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캘리포니아 농가의 삶을 보존하고 있다.
마지막 빅스비 가족인 프레드 빅스비가 숨진 뒤 랜초는 농장의 역할을 거의 멈춘 상태였고, 인근 지역이 개발되면서 차츰 규모가 줄어들어 1968년에는 7.5에이커만 남아 롱비치시 소유가 되었으며, 1981년 전국 역사지 명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에 히스토릭 사이트로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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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초 투어 때 볼 수 있는 19세기 농기구. 자원봉사자가 농장의 역사와 더불어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가든
랜초 로스알라미토스를 방문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바로 이 잔잔한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4에이커에 달하는 정원을 처음 디자인 한 조경사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플로렌스 빅스비의 의뢰에 따라 여러 명의 디자이너가 수년에 걸쳐 작업하여 아름답게 꾸몄다고 전해진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스타일의 캘리포니아 가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랜치하우스 앞에 서있는 두개의 장대한 무화과 계통의 베이 피그 트리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것으로, 수잔 빅스비가 1880년대에 심은 것. 엄청난 크기의 뿌리와 두꺼운 줄기가 120여년의 세월을 말해 준다.
랜치하우스 북쪽으로는 미션 스타일 분수와 오랜 페퍼트리의 잘린 밑동이 남아 있고, 서쪽으로는 등나무 위스티어리아 바인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장미 정원, 향신료 위주의 허브 정원, 선인장 정원 등은 천천히 음미하면서 구경할 만하다.

<‘숲속의 별장’7.5에이커>


■랜치하우스
흰색 바탕에 붉은색 트림으로 단장한 집은 일반 어도비 벽돌집 분위기를 거의 느낄 수 없어서 자칫 나무로 만들어진 평범한 1950년대식 가정집으로 보인다. 오리지널 어도비 벽돌은 건물의 중앙과 동쪽 포치(porch)에서 주로 볼 수 있는데, 복도라고도 할 만한 포치는 완전히 미션 스타일 아치와 스크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아치와 아치 사이에 나무 격자세공이 인상적이다.
애이블 스턴이 증축한 건물의 북쪽 부분과 프레드 빅스비에 의해 지어진 남쪽 부분은 나무로 지어졌으며, 어도비 벽돌집과의 사이에 벽이 세워져 공간이 뚜렷이 나뉘어져 있다. 실내 모든 가구와 장식은 빅스비 가족의 소유물로, 마치 주인들이 잠시 방을 비운 듯 실감나게 사소한 물품까지 보존되어 있다. 침실, 부엌과 식당, 서재, 그리고 뮤직 룸 등 19세기의 삶을 그대로 볼 수 있게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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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진흙, 짚 등을 섞어 만드는 어도비 벽돌집은 천연 재료이기 때문에 인체에 좋고 시원하며 견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 남서부 지역에 아직도 어도비 벽돌을 만드는 곳이 있다.>

■랜초
롱비치 주택가의 한 게이티드 커뮤니티 내 ‘빅스비 힐’(Bixby Hill)로 불리는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언뜻 보기엔 작은 숲처럼 나무가 울창하고 건물들은 높은 돌벽 안에 숨어 있어 외부에서 바라보면 무심코 지나칠 수 있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그만큼 아늑하고 독립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팔로 버디 스트릿 남쪽 끝에서 경비실에 들러야 비로소 랜초에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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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초 로스알라미토스의 중심인 랜치하우스. 겉으로 보기에는 나무집 같지만, 캘리포니아에 많이 남지 않은 오리지널 어도비 벽돌집이다.>

■헛간과 마구간
원래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밭과 초원 쪽에 위치했는데, 랜초의 규모가 작아지면서 랜치하우스에 가깝게 옮겨졌다. 빅스비 가족이 대대적인 농축업을 벌이던 때부터 밭농사로 바뀐 뒤까지 이곳을 거쳐 간 동물들의 흔적과 농기구를 모아놓았다. 짐수레를 끄는 말 벨지언 말, 농사용으로 쓰이던 영국 샤이어 말, 소, 염소, 양, 고양이, 닭, 오리 등 실제 가축들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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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초 로스알라미토스 마구간에서 쉬고 있는 말. 짐수레용 벨지언 말과 농업용 샤이어 말을 비롯하여 다양한 가축이 모여 있다.>

-Rancho Los Alamitos Historic Ranch and Gardens - 6400 Bixby Hill Rd., Long Beach, CA 90815, (562)431-3541
-개장시간: 수요일부터 일요일 오후 1시에 문을 열어 마지막 투어는 4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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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랜초란?

스페인 식민 시절과 멕시코 지배 당시 정부에서 방대한 초원 및 대지를 사용하도록 허락한 랜드 그랜트에 의해 소나 양을 기르던 농장 및 거주 지역을 말한다.
1784년 스페인의 칼로스 3세에 의해 처음 허가된 오리지널 랜초는 크게 세 군데로 알려져 있다. 애로요 라구나 캐년부터 샌타애나 강까지 지금의 브레아 지역을 포함하는 ‘랜초 샌티아고 데 샌타애나’, 맨해턴비치와 로스앤젤리스 강까지 ‘랜초 샌피드로’, 그리고 마누엘 니에토에게 하사된 대대적인 ‘랜초 로스니에토스’ 등이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니에토의 랜초는 롱비치, 레익우드, 다우니, 놀웍, 샌타페 스프링스, 위티어, 풀러튼, 헌팅턴비치, 볼사치카, 실비치, 애나하임, 부에나팍, 가든그로브, 그리고 아테시아와 세리토스의 작은 도시들을 모두 포함하는 광대한 지역이었다고 한다.
스페인 시절 랜초는 국왕이 하사하는 형태였다면, 멕시코 정부는 지역 통치자 및 관리자들로 하여금 스테이트 그랜트를 허가하도록 했다. 따라서 거의 모든 토지가 멕시코인 소유의 거대한 목장으로 변했고, 미션마저도 사회에 환속되어 개인 소유화되었다.
1830년대 캘리포니아 내 개인 랜초는 약 50개에 달했는데, 20세기에 들어 모두 없어지거나 규모가 축소되어 이제는 역사적 사적지로 남아 있다.

<고은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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