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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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의 테마여행 - 로마네 꽁티를가다

2007-10-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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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타운의 상징 ‘본’

11월‘호텔 뛰’호스피스 자선 쇼에서 그해 와인가격 결정

로마네 꽁티(Romanee Conti)-한 병에 4,000달러다. 도대체 어떤 포도로 어떻게 만들기에 그렇게 비싸단 말인가. 와인에 관심 있는 사람치고 로마네 꽁티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프랑스 여행도중 하도 궁금해서 교통의 불편을 무릅쓰고 로마네 꽁티 와이너리를 구경하기로 했다.
로마네 꽁티는 부르고뉴 와인으로 ‘꼬뜨 도르’의 ‘꼬뜨 드 뉘’(Cote De Nuits)라는 지역에 있다. 지난번 남북정상 회담 때 김정일이 만찬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내놓은 와인들이 바로‘꼬뜨 드 뉘’지역의 와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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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뒷골목. 타운 전체가 레스토랑과 와인 바, 와인 가게로 꽉 차있고 낮부터 밤늦게까지 포도주 마시는 관광객들로 붐벼 주당과 식도락가에게는 천국이다.>

이곳을 보려면 파리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본’(Beaune)이라는 마을로 가서 관광신청을 하면 되는데 8명이 한 조가 되어 안내를 받는다. ‘로마네’라는 단어는 옛날 이 지역에 포도를 심은 로마인들을 의미하고 ‘꽁티’는 18세기 이곳의 영주였던 프린스 드 꽁티의 이름을 딴 것이다. 로마네 꽁티 포도 밭(사진)은 입구에 십자가가 세워져 있어 찾기가 용이하며 돌로 된 표지판에 ‘로마네 꽁티’라고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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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와이너리 이야기는 너무 내용이 복잡해 기회 있을 때 다시 소개하려고 한다.
‘로마네 꽁티’ 와이너리를 보러 갔다가 전혀 새로운 것을 발견한 것은 근처에 있는 ‘본’이라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타운 전체가 와인 샵, 와인 시음장, 와인 저장고, 와인 바, 와인전문 레스토랑으로 연결되어 있는 와인 타운이다. 대낮부터 관광객들이 바에서 와인을 마실 수 있고 레스토랑마다 부르고뉴 명물 요리인 달팽이(에스카고), 쇠고기(뵈프 부르고뉴), 닭고기(뿔레 드 브레스)를 뛰어나게 요리해 식도락가들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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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호텔 뛰’. 일반 호텔이 아니라 호스피스 시설이 있는 건물이다.>

밤늦게까지 동네가 왁자지껄해 활기가 넘친다. 호텔, 와인, 음식 값 모두가 싸고 관광객에 친절하다. 와인 시음장은 마을 전체의 지하에 퍼져있는데 마시는 과정이 재미있다. 입장료 25달러를 내면 국자 같이 생긴 것을 하나 준다. 지하에 내려가 끝없이 뻗은 와인 저장고를 지나면 아무도 없는 10개의 방에 와인과 촛불이 켜져 있는데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 마지막 방에 그랑 끄뤼급의 좋은 와인이 있는 것을 모르고 관광객 대부분은 처음 방에서 싼 와인을 마셔 취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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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네 꽁티 등 부르고뉴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와인전문가.>


그리고 나서 출구로 나가면 와인 전시장이 나오고 세일즈 걸들이 와인 판매를 한다. 부르고뉴 명품 와인은 수없이 많으나 가장 유명한 것은 로마네 꽁티, 에세조, 본 로마네. 샴베르탕, 뉘상 조르쥬 등이다. 와인 레이블에 ‘꼬트 드 뉘’라는 지역 이름만 쓰여 있으면 가격과 관계없이 맛이 뛰어나다. 샴베르탕은 나폴레옹이 모스크바 원정 때도 진주에서 마셨다 하여 일명 나폴레옹 와인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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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역의 냄새가 물씬한 ‘본’의 기차역. 파리서 3시간 거리.>

‘본’에서는 해마다 11월 셋째 일요일에 와인 경매 쇼가 열리는데 세계에서 수천명의 와인업자들이 몰려온다. 여기에서 그 해의 부르고뉴 와인 가격이 정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본’을 프랑스 와인의 캐피털이라고 부른다. 이곳에는 15세기에 지어진 ‘호텔 뛰’라는 호스피스 병원이 있는데 경매행사에서 얻어진 이익금을 이 ‘호텔 뛰’에 기부한다. 이곳 와인업자들은 부르고뉴 와인이 프랑스 와인의 KING이며 보르도 와인은 QUEEN이라고 말한다. “프랑스 여행을 하려고 하는데 어디가 좋으냐”고 누가 물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부르고뉴의 ‘본’과 남부 니스 근처 산꼭대기에 있는 그림 같은 마을 ‘생 폴 드 벵’을 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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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 쇼의 음악회 리허설. 뒤에 보이는 붉은 커튼이 호스피스 환자 침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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