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브레이크 키드’
(The Heartbreak Kid) ★★★(5개 만점)
신혼여행서 만난
이상형 여자에 마음이 끌려…
농짙은 질펀한 입담, 배꼽잡는 코미디극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그것이 실수인 것을 깨닫는 것과 동시에 신혼여행지에서 진짜 자신의 천생연분 여인을 만나게 되는 신랑의 난처한 입장을 그린 1972년작 동명 코미디의 리메이크.
상스럽고 불경스럽고 욕지기나는 언어와 시각 농담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피터와 밥 파렐리 형제 감독의 작품이다.
종종 눈살을 찌푸리게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화면에서 얼굴을 외면하면서도 시종일관 배꼽을 잡고 깔깔대며 웃게 만드는 재미있는 코미디.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포츠용품상을 경영하는 에디(벤 스틸러)는 참 사랑을 기다리는 나이 40에 미혼이다. 그가 어느 날 소매치기에 손가방을 날치기 당하는 늘씬한 금발 미녀 라일라(말린 에이커만)를 도와준 것이 계기가 돼 둘은 데이트에 들어간다.
환경보호운동을 한다는 라일라에게 호감을 느끼는 에디는 그러나 결혼을 서두르지는 않는데 라일라의 곤란한(?) 사정 때문에 데이트 몇 주 후 둘은 결혼한다.
그리고 둘은 멕시코의 해변도시 카보로 차를 몰고 신혼여행을 떠나는데 이때부터 에디는 라일라가 그야말로 ‘지옥에서 온 신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데이트 때와 달리 라일라는 천박하고 과거에 마약을 너무 많이 사용, 코에 이상이 있는가 하면 섹스를 마치 전쟁 치르듯 하고 잘 때는 요란하게 코를 곤다. 그래도 착한 에디는 라일라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카보에 도착한 에디는 달콤한 허니문을 즐긴다기보다 악몽과도 같은 경험을 하는데 우연히 미남부에서 온 가족과 함께 놀러온 건전한 몸과 마음을 지닌 미란다(미셸 모내한)를 보고 이 여자가 진짜 자기 배필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에디는 자기가 기혼자임을 밝히지 않고 미란다와 데이트를 시작한다.
에디가 일광욕으로 온 몸이 시뻘겋게 탄 라일라를 호텔방에 둔 채 미란다와 데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온갖 해프닝이 일어난다. 영화는 그로부터 몇 년 후에 끝나는데 끝을 살짝 비틀어놓았다. R. 전지역.
‘내 아이도 그건 그릴 수 있어’(My Kid Could Paint That)
4세 때 ‘꼬마 피카소‘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추상화를 그린 마리아 옴스테드를 둘러싸고 법석을 떨어댄 매스컴과 마리아의 가족과 이 천재소녀에 열광하던 대중을 통해 ‘예술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살펴본 기록영화.
뉴욕주에 사는 마리아의 그림이 갑자기 세상에 알려지면서 소녀는 국제적 스타가 되고 그림만도 총 30만달러여어치가 팔렸다.
이와 함께 마리아 부모의 딸의 인기 착취와 현대미술의 무의미 등도 논의되면서 마리아는 수많은 뉴스 매체의 총아가 됐다.
그러나 마리아가 유명해진지 불과 5개월 후 CBS의 ‘60분’이 마리아의 그림의 진위여부를 따지는 방송을 내보내면서 마리아의 인기는 급락하고 마리아의 부모는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게 된다.
이 영화는 마리아의 부모가 마리아의 재능이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감독 아미르바-레브에게 부탁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감독은 마리아의 진실에 대해 애매모호한 답을 하고 있다.
PG-13. 랜드마크(310-281-8233),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타운센터 5(818-981-9811) 등.
‘도쿄 여명’(Tokyo Twilight)
야수지로 오주 감독의 1957년작. 두 성장한 자매의 이야기를 나란히 서술했다.
한 여자는 원치 않은 임신 때문에 고민을 하고 다른 한 여자는 결혼 불화 때문에 고민을 한다.
이 두 자매가 늙어가는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와 함께 사는데 오래 전에 죽은 줄 알았던 자매의 어머니가 갑자기 나타나면서 온 가족이 혼란과 위기에 빠져든다.
오주의 마지막 영화로 인간성의 본질을 에누리 없이 파헤쳤다.
6일 하오 7시30분 LA 카운티 뮤지엄 빙 극장(5905 윌셔).
‘다르질링 특급열차’ (The Darjeeling Limited)
인도 대륙 횡단하는 삼형제 스토리
상상력 자유로운 영혼치유 영화
스타일에 치중, 주제 소화 못시켜
내용과 시각적인 면에서 모두 괴팍할 정도로 독창적인 코미디를 만드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심각한 코미디로 그의 컬트 팬들이 일반 관객들보다 훨씬 더 좋아할 영화다.
다채롭고 역동적이요 상상력이 자유로운 영혼 치유에 관한 영화인데 너무 스타일에 치중, 주제를 제대로 소화 못 시켜 공허감을 남긴다.
이 영화는 앤더슨의 단골 배우인 코미디에 능한 오웬 월슨이 주연하는데 그는 얼마 전 자살을 시도해 뉴스가 됐었다. 영화에서도 우연히 앤더슨은 모터사이클 사고로 얼굴 전체에 붕대를 감고 나와 보노라면 그의 자살시도를 연상케 만든다.
1년 전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서로 한 번도 대화를 나눈 적이 없는 위트맨 3형제가 장남 프랜시스의 주선으로 인도에서 대륙횡단 다르질링 특급열차의 침대칸에 탄다.
3형제는 모두 심적으로 털어버려야 할 짐들을 알고 있다. 프랜시스(윌슨)는 모터사이클 사고로 얼굴에 미라처럼 붕대를 칭칭 감았고 둘째 피터(에이드리안 브로디)는 아내의 임신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고민한다.
막내 잭(제이슨 슈와르츠만)은 아직도 전 애인을 못 잊어 애인의 앤서링머신을 도청하기에 바쁘다.
이들이 기차여행을 하면서 열차 내서 여러 가지 사건이 벌어지는데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잭과 당돌한 인도인 열차 웨이트리스 리타와의 열차 내 정사.
3형제는 열차 규칙위반으로 중간에서 퇴차 처분을 받는데 이 때 프랜시스가 여행의 목적을 발표한다.
히말라야에서 수도원을 운영하는 어머니(앤젤리카 휴스턴)를 만나러 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세 아들을 만나기를 별로 원치 않는다.
영화는 좁은 기차 공간과 넓은 기차 밖 공간을 번갈아가며 얘기의 무대로 삼아 변화감이 좋다. 인도의 복잡한 도시와 광야를 찍은 촬영이 훌륭하고 색깔이 알록달록하게 눈부시다.
아쉬운 것은 좋은 작품 의도가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한 것. 좀 더 인물 개발과 감정 묘사에 깊이가 있었더라면 아주 좋은 영화가 됐을 것이다.
PG-13. 일부지역.
‘빈둥거리는 날들’(In Between Days) ★★★
12세 때 부산에서 미국으로 이민 와 홀어머니 밑에서 LA서 자란 여류 김소용이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각본을 쓰고 감독한 성장기 문턱에 선 한 젊은 여인의 성격탐구 영화이자 성장기.
규모가 매우 작은 저예산 독립영화이지만 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면서 자기 내면의 감정을 제대로 분출 못해 좌절감에 빠진 젊은 사람의 얘기가 보편타당성을 지녔다.
홀어머니와 함께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10대 소녀 에이미는 유일한 친구인 트란을 사랑하나 둘 간의 우정을 잃어버릴까 두려워 그런 마음을 표현 못한다.
에이미와 트란 간의 서로 달리 이해되는 감정은 이로 인해 매우 민감한 상황에 빠지는데 이런 상황은 새 세계가 에이미에게 요구하는 여러 가지 도전 때문에 더욱 미묘해진다.
에이미는 트란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성적이 떨어지기만 하는 영어 공부마저 중도에 집어 치운다. 이로 인해 에이미는 재혼하려는 어머니와 다툰다. 그리고 에이미는 트란을 미국화한 한국 소녀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많은 문제들의 답을 찾기 위해 내면 성찰을 하게 된다.
뮤직홀(310-274-6869).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