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애비뉴 축제
차없는 거리… 하루종일 문화장터로
남가주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문화지역인 다운타운 로스앤젤레스에서 9월말 열리는 ‘그랜드 애비뉴 축제 및 LA 다운타운 시식회’는 음악, 미술, 문학, 무용, 퍼포밍 아츠 등을 총망라한 예술과 엔터테인먼트의 잔치이며, 수년간의 활성화 노력으로 완전히 재탄생한 다운타운 65개 블럭 지역과 그 지역 내 문화 단체 및 비즈니스를 기념하는 축제다. 그랜드 애비뉴 페스티벌의 특징은 우선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다는 배경과 프로그램의 다양성에서 찾을 수 있다.
뮤직 센터,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현대미술관, 중앙도서관 등 굵직한 단체들이 적극 참여함은 물론 전문 극단, 무용단, 오케스트라가 총동원되기 때문에 하루종일 문화의 다각적인 면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다. 또한 평소에 자동차로 지나던 거리를 마음껏 활보하면서 기웃거리는 재미가 뉴욕 맨해턴을 방문한 것처럼 남가주에서는 독특한 경험으로 기억에 남을 만하다.
4년 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많은 관심과 호응을 받아 이제는 무려 3만명 이상의 관중을 동원하는 대대적인 행사로 자리잡은 그랜드 애비뉴 축제의 올해 프로그램을 간단히 소개한다.
<지난해 그랜드 애비뉴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댄스 무대. 화려한 의상과 열정적인 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부담없이 즐기는 공연이다.>
■주요 공연
총 13개 문화 단체 및 기관에서 준비한 40여개 프로그램 중 주요 공연은 다음과 같다.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 LA필하모닉의 체임버 뮤직 콘서트 및 패밀리 콘서트
-콜번 스쿨에서 재즈와 마임을 현대무용에 접목한 퍼포먼스
-중앙 도서관 LA퍼블릭 라이브러리에서 패밀리 뮤직 프로그램
-뮤직센터에서 러시아 전통 문화와 보사노바, 삼바 등 브라질 음악 소개하는 시간을 비롯한 공연 다수
-센터 디어터 그룹에서 ‘애비뉴 큐’
<문화의 다양한 면모를 접할 수 있는 그랜드 애비뉴 페스티벌은 모든 연령층이 즐길만한 가족 주말 나들이로 더없이 적합한 기회다.<사진 Gary Leonard>>
■놀거리 및 가족 프로그램
다운타운 곳곳에서 행사 시간 내내 아이들 놀거리 및 가족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켁(Keck) 야외극장 및 정원에서 댄스파티
-현대미술관(MOCA)에서 전문화가 및 미술교사가 이끄는 미술 교실
-뮤직센터 플라자에서 다양한 축제 분위기 놀이와 인터액티브 프로그램
-대성당(Cathedral of Our Lady of the Angels)에서 인형극 및 어린이 합창단 공연
65개 블럭 지역, 12개 단체 참여
음악·미술 등 40여개 행사 펼쳐
별미 시식회, LA 유명식당 총출동
가족들에게 특히 권할만한 프로그램으로는 뮤직센터 플라자에서 오전 11시30분부터 열리는 한국 전통음악과 댄스 앙상블의 공연. 미국에서 성장하면서 한국 전통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한인 어린이 및 청소년들이 자유로운 야외무대에서 고전 무용과 음악을 가까이 감상할 수 있어서 단순한 문화 체험뿐 아니라 자긍심을 키워주는 계기도 될 수 있다.
한편, 시식 및 시음회 ‘테이스트 오브 LA’에서는 ‘핏츠 커피’‘옴니 호텔의 NOE 식당’‘스프링 스트릿 스모크 하우스’‘캔들스 브래서리’‘캘리포니아 피자 키친’‘하츠챌린저’ 등의 유명 식당들이 대거 참여하여 6달러 이하에 이색적인 퓨전 요리와 음료를 맛보게 해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그랜드 애비뉴 페스티벌에서 한국 전통 음악과 무용을 만나게 된다. 공연은 30일 오전 11시30분, 뮤직센터 플라자에서 열릴 예정.>
Grand Ave. Festival and Taste of Downtown LA
▲일시: 9월30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
▲장소: Grand Ave.(Temple과 4th St. 사이)
▲입장: 축제 자체 입장은 기본적으로 무료지만 일부 참여 기관에서 정원 초과를 막기 위해 입장권을 판매하는 경우가 있으며, 시식회 비용은 평균 6달러선.
▲주차: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주차장, 캘리포니아 플라자 주차장(Olive St.에 입구가 있음), 랏 17, 랏 26 등이 행사장에서 가장 가까우며, 서너블럭 떨어진 거리 주차장들도 모두 이용이 가능함.
▲문의: www.grandavenuefestival.org, (213)972-7611
재개발 10여년 되살아난 도심
공연·전시장 속속 개장… 예술벨트화
자전거 경찰관 - 안내자도 등장
트렌디한 유명 식당 입주 늘어
상주자 급증, 3년새 무려 20%나
<프리웨이에서 보이는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전경.>
아무도 걸어다니지 않는다는 로스앤젤레스. 그중에서도 정부기관과 사무실 건물에 둘러싸여 양복 차림의 직장인들만 오가던 곳. 해가 지면 쓰레기와 범죄가 만연해서 누구든 프리웨이를 타고 지나칠 뿐 선뜻 찾아가고 싶지 않던 7스퀘어마일의 콘크리트 정글이 마침내 10여년의 노력 끝에 되살아난 곳이 바로 LA 다운타운이다. 그런 황폐한 대도시의 그늘을 되살리고자 하는 움직임은 미국내 다운타운의 붕괴가 시작된 20세기 중반부터 무수히 시도된 일이지만, 대대적인 투자와 부동산법 구역 조닝(zoning) 조절 등의 구체적인 변화에 따라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99년, 2만석을 자랑하는 스테이플스 센터 개장을 기점으로, 2002년에 LA 대성당이 완공되고, 2003년에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이 문을 열면서 그와 함께 멜로즈와 웨스트 LA의 트렌디한 유명 식당들이 입성하여 본격적인 다운타운 활성화가 이루어졌다.
<그랜드 애비뉴와 다운타운 활성화에 정점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는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그 후 재개발된 로프트와 고급 고층 아파트 건물이 들어서면서 2005년과 2007년 사이 다운타운 거주자는 무려 20% 상승한 2만8,878명으로 늘어났다. 1950년대 문을 닫은 이후 50여년간 다운타운 시장에 무관심했던 랄프스 마켓이 지난 2007년 7월, 새 지점을 연 것만 보아도 최근 급증하는 LA 다운타운 거주지역을 실감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활성화가 실현되면서 2000년대에 들어 이미지 쇄신을 위한 거리청소 및 미화운동이 실시되었다. 빈 건물들의 외부벽을 뒤덮었던 낙서와 갱 표시들이 사라지고 새건물 주변으로 나무와 꽃이 들어섰다. 노숙자들의 아지트에는 고급 아파트와 주차장이 세워졌으며, 상점들도 새로이 단장하고 늦은 시각까지 영업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다운타운 거리 전체에 단 3개의 휴지통이 존재했다고 하는데, 이제는 공식 통계에만 350개 이상이 설치되어 있으며, 방문객이 많은 거리에는 자전거 경찰관과 ‘앰배서더’로 불리는 안내자들까지 등장했다.
그런 변화 속에서 이번 축제가 실시되는 그랜드 애비뉴도 완전히 새롭게 되살아났다. 그랜드 애비뉴가 위치한 지역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LA의 정치, 경제계 인사들이 모여살던 고급 주택지역 벙커힐.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다운타운 외곽지역 주택가 개발붐이 시작되면서 주민들은 빠져나가고 정부 기관과 사무실 건물들만 남게 되었었다. 특히 그랜드 애비뉴 주변은 금융관련 회사들이 주축을 이루어서,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이 들어설 때까지 수십년간 뮤직센터 혼자 덩그러니 한 블럭을 차지하는 이외에 아무런 특색이나 흥미거리가 없는 삭막한 지역으로 버려졌던 셈이다.
그러나 주변 비즈니스가 활성화 되면서 뮤직센터와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부터 현대미술관 MOCA와 중앙도서관까지 연결하여 작은 문화지역이 형성되었고, 거기에 2003년 정식 화랑가로 인가받은 갤러리 로(Gallery Row)와 식당 다수가 합세하여 완벽한 문화지구를 조성하게된 것.
거기에 브로드웨이의 극장들, 메인 스트릿, 시티 홀, 빌트모어 호텔 등의 건축물을 더하고, 조금 더 지역을 넓혀 동쪽 창고 지역의 ‘아츠 디스트릭’까지 합세하면, LA 다운타운은 다른 어떤 대도시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문화 지구로 손꼽을 수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 말끔해진 LA 다운타운 거리. 1980년대까지만 해도 단 3개의 휴지통이 존재했던 다운타운에 이제는 350개 이상 휴지통이 설치되어 있으며, 곳곳에 나무와 꽃이 심어졌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20억달러 예산의 ‘그랜드 애비뉴 프로젝트’가 올해 안에 시작되면, 몇년 후에는 디즈니 콘서트 홀과 시티 홀 사이에 16에이커짜리 공원이 들어서고 그 주변으로 뉴욕 센트럴 팍과 5가 샤핑 지역을 연상케 하는 최고급 식당 및 상가, 그리고 고층 콘도가 들어서게 된다.
한때 아무도 찾지 않던 다운타운 LA는 이제 문화가 꽃피는 도심의 휴식처로 계속 성장하게 되었다.
■통계 및 자료 출처: Downtown Center Business Improvement District, LA Inc., The Convention and Visitors Bureau, Meetings West March 2004, Site Selection
고은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