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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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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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가로질러’ (Across the Universe) ★★★★½(5개 만점)

뉴욕 밀항 청년 광부
“내사랑 얘기 들어보소”

비틀즈 노래 곁들여 화려한 시각미
히피들의 삶 그린 감동적인 뮤지컬


끊임없이 노래 불러지는 비틀즈의 노래들을 통해 미국의 1960년대를 살펴본 마법적이요 환상적이며 또 독창적이요 열기에 들 뜬 감동적인 뮤지컬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이언 킹’을 연출한 줄리 테이모가 감독했는데 변화무쌍하고 화려한 시각미와 함께 사람의 마음을 뒤 흔드는 감정적인 얘기가 잘 조화됐다. 영화의 핵심은 러브스토리다.
영국 리버풀 해변에 앉은 청년 주드(짐 스터지스)가 관객을 향해 내 사랑의 얘기를 들어보라며 노래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홀어머니와 둘이 사는 그림에 재질이 뛰어난 광부 주드는 사진에서만 본 아버지와 꿈을 좇아 미국으로 밀항, 뉴욕에 도착한다.
그는 여기서 프린스턴 대학생 맥스(조 앤더슨)를 알게 되고 이어 맥스의 여동생 루시(이반 레이철 우드)를 소개 받는다. 루시의 애인은 베트남전에 나가 전사한다.
그리고 이들 셋은 맨해턴의 히피 아파트에 세 든다. 아파트에 먼저 세 든 사람들은 불같은 성격의 가수 새이디(데이나 훅스)와 기타리스트 조조(마틴 루데) 및 치어리더 출신의 프루던스(TV 카피오).
이들 5명의 일상과 히피들과의 버스여행과 노래와 연주와 함께 이들간 사랑과 상심과 고뇌와 후회 등이 만화경 같은 시각미를 뽐내는 장면들과 비틀즈의 편곡한 노래들과 함께 다채롭게 묘사된다.
사랑의 주인공은 주드와 루시. 그리고 이와 같은 5명의 삶을 배경으로 격렬한 인권운동가 반베트남전 시위가 힘차게 묘사된다.
과연 이런 난국 속에서 주드와 루시의 사랑은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인가.
알록달록하고 거의 괴기할 정도의 상상력이 지닌 무한한 능력을 보여주는 심금을 울리는 영화로 비틀즈의 노래들의 가사가 그 어느 때보다 생생히 가슴에 와 닿는다.
특히 카피오가 부르는 ‘아이 원트 투 홀드 유어 핸드’와 앤더슨이 부르는 독창적인 시각효과를 동반한 ‘아이 원트 유’ 그리고 평화를 위한 절규인 ‘렛 잇 비’ 및 ‘스트로베리 필즈’ 등이 벅찬 감격과 함께 눈물마저 자아낸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한 뛰어나게 자유롭고 정열적인 영화다.
PG-13. 일부 지역.

‘캘리포니아의 왕’(King of California)

현대 가족과 아메리칸 드림에 관한 다크 코미디 드라마로 마이클 더글러스가 정신병자로 나온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16세난 미란다는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학교를 중퇴한 뒤 동네 맥도널드에서 일한다. 미란다의 아버지 찰리는 정신병원에 있다.
찰리가 18개월의 병원생활 후 귀가하면서 미란다의 평온했던 삶은 격랑을 맞는다. 찰리는 옛날에 분실된 스페인 개척자의 보물들이 동네 코스코 지하에 파묻혀 있다고 확신, 미란다에게 코스코에 취직하라고 이른다. 둘이 가게가 문을 닫은 뒤 땅을 파 보물을 캐내자는 것. 처음에 아버지를 의심하던 미란다가 마침내 아버지의 뜻을 따른다.
성인용. 아크라이트, 랜드마크, 모니카.

‘아이라와 애비’(Ira & Abby) ★★★½

사랑과 결혼과 행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의 수용태도 및 대화 상대의 필요성을 조촐하고 우습고 다정하게 그린 시트콤 스타일의 로맨틱 코미디.
맨해턴에 살면서 심리학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중인 아이라는 모든 것을 끝내지 못하는 소심한 남자. 그가 어느 날 헬스클럽에서 일하는 명랑한 애비를 만나면서 둘은 즉각 사랑에 빠진다.
낙관주의자인 애비는 대뜸 아이라에게 청혼을 하고 아이라도 이를 수락한다.
그러나 둘이 결혼에 이르기까지에는 여러 가지 난관이 있음은 물론. 주연 남녀배우 못지않게 중요한 구실을 하는 사람들이 유대인인 아이라의 부모와 히피스타일의 애비의 부모. 이들의 연기와 상호 교감이 아주 재미있다.
성인용. 일부 극장.

‘엘라의 계곡’ (In the Valley of Elah)★★★

실종아들 찾아나선 애틋한 부정


이라크전 참전군인 후유증에
살인 미스터리 등 어설픈 반죽
죽도 밥도 아닌 평범한 스릴러

제목은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지명을 말하는데 사실 영화 내용과 별 관계가 없어 왜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일종의 이라크전 후유증을 다룬 영화로 전쟁을 겪은 젊은 군인들의 심리적 부상과 고향에 있는 그들 가족의 문제 같은 심각한 요소를 살인 미스터리 스릴러와 섞었는데 반죽이 잘못 됐다.
심각한 척한 평범한 스릴러인데 ‘크래시’로 오스카상을 받은 폴 해기스 감독은 너무 자의식에 매달려 밥도 아니요 죽도 아닌 영화를 만들었다.
볼만한 것은 주연 타미 리 존스의 과묵하면서도 지지고 들어오는 듯한 레이저의 강렬성을 지닌 연기와 황량한 풍경을 찍은 촬영. 실화가 원전.
베트남전 참전용사로 아내(수전 서랜든)와 함께 테네시에 살면서 트럭 견인업을 하는 행크는 어느 날 뉴멕시코의 군기지로부터 아들 마이크가 실종됐다는 통보를 받는다.
마이크의 부대는 막 이라크서 귀국했는데 마이크만 종적을 감춘 것. 행크는 아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부대 인근 마을에 도착, 먼저 아들의 전우들을 면담하나 이들은 하나 같이 “나 몰라요”라고 대답을 한다. 그리고 군 수사관들도 비협조적이다.
행크를 돕는 유일한 사람이 외아들을 혼자 키우는 마을 경찰서 여형사 에밀리(샬리즈 테론). 아들의 행적이 오리무중인 지경에 이르렀을 때 부대 인근 벌판에서 불에 탄 채 토막이 난 사체가 발견된다. 그리고 이 사체를 놓고 군과 경찰이 서로 관할문제를 놓고 실랑이를 벌인다.
영화는 이라크전 참전 군인들의 심리적 상처와 아버지의 비극 그리고 남은 가족이 치러야 하는 희생과 반전감정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었지만 상상력 부족한 내용 때문에 평범한 스릴러로 그치고 말았다.
행크의 아들이 이라크에서 셀폰 카메라로 찍은 현장사진을 통해 전쟁의 현실을 포착해 군인들이 입은 경험의 후유증과 함께 묘사하려 했지만 역시 설득력이 모자라다. R. 일부 지역.

‘피델 탓이야’(Blame It on Fidel) ★★★

제목의 피델은 피델 카스트로를 말하는데 부르좌 부모가 갑자기 사회주의자가 되면서 이들의 어린 딸이 새로 경험하는 생활에 대한 반응을 뜻한다. 프랑스 영화.
1970~71년. 스페인 부유층 출신의 변호사 아버지와 잡지기자 어머니 및 어린 남동생과 함께 파리에서 행복하게 사는 9세난 안나의 동화 같던 삶은 부모가 남미를 방문한 뒤 급격히 사상을 바꾸면서 뒤죽박죽이 된다.
부모는 좋은 집 팔고 아파트로 이사한 뒤 매일 같이 밤새도록 혁명가들과 프랑스의 사회 정치적 변화를 위한 전략을 논의한다.
영화는 이런 어른들의 모습을 안나의 눈으로 묘사했는데 안나가 새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우습고도 통렬한 데가 있다.
안나역의 니나 커벨이 어른 뺨 칠 연기를 한다. 일부 지역.

‘12월의 소년들’(December Boys)

해리 포터역의 대니얼 래드클립이 주연하는 우정의 진실한 뜻을 깨닫는 소년들의 성장기.
1960년대 호주. 가톨릭 수도원 내 고아원에 사는 4명의 10대 소년들이 모처럼 여름을 맞아 해변으로 물놀이를 간다.
이들은 같은 원생들이 양자로 들어가는 것을 동경해 온 아이들로 나이가 자꾸 들면서 양자가 될 기회가 줄어든다는 사실에 가슴을 조인다.
그런데 이들이 해변에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두 젊은 부부를 만나면서 소년들은 서로 이 부부에게 잘 보이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그러나 소년들은 마침내 경쟁의식을 버리고 이 경험을 통해 더욱 튼튼한 관계를 갖게 된다.
일부 지역.

‘맹렬한 사람들’(Fierce People) ★★★½

제목은 남미 정글에 사는 폭력적인 원주민들을 말하는데 이와 함께 영화의 주인공들인 한 부유한 가족을 상징하고 있다. 연기와 내용 등이 모두 훌륭한 특이한 스릴러 스타일의 가족 드라마이자 소년의 성장기로 재미있다.
1978년. 16세 난 핀은 약물중독자인 어머니 리즈를 위해 코케인을 사다가 경찰에 체포된다. 리즈는 자신과 아들의 삶을 정상궤도에 앉히기 위해 아들과 함께 늘 자기를 아껴주던 거부 오즈본의 안마사가 돼 그의 외딴 대저택으로 거처를 옮긴다.
여기서 핀은 외부와 단절된 오즈본 ‘종족’의 일원이 돼 오즈본의 손녀 마야와 데이트를 하고 마야의 오빠와 친구가 된다. 핀은 이들의 마약과 섹스와 사치스런 생활에 급속도로 적응하나 그 것들이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R. 일부 지역.

‘치즈 같이 먹을 사람’ (I Want Someone to Eat Cheese With)★★★

먹는 문제와 과체중과의 투쟁 및 그로 인한 대인관계의 장애 등에 관해 언급한 별난 로맨틱 코미디로 소품이지만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나이 40이 다 된 제임스는 시카고에서 아직도 어머니와 함께 사는 고독한 노총각 배우. 제임스는 자신의 단골 아이스크림 가게 종업원 베스의 적극적 공세로 5년만에 첫 섹스를 하고 좋아하나 베스의 의도를 알고 낙심한다. 가슴을 다친 제임스가 이번에 만난 여자는 소박한 초등학교 선생 스텔라. 그런데 과연 둘이 잘 될까.
고백식으로 자신을 비하하면서 시치미 뚝 떼고 웃기는 코미디로 제임스역의 뚱보 배우 제프 갈린이 각본을 쓰고 감독까지 했는데 덩지 큰 착한 곰 같아 귀엽기까지 하다. 가슴 싸한 느낌마저 주는 데이트 영화.
성인용. 일부 지역.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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