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호숫가의 작은 분화구에서 증기가 계속 올라오는 경이로운 광경. 옐로스톤 호수는 백두산 천지의 100배 크기다.
‘옐로스톤의 그랜드 캐년’, 아티스트 포인트에서 볼 수 있는 폭포. 계곡 밑으로 떨어져 내리는 폭포가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중년의 네 자매 옐로스톤 여행기
여름방학도 거의 다 끝나갈 무렵 한국서 언니 두 분이 LA로 놀러오셨다. 우리는 모두 여섯 자매인데 그중 다섯이 한데 모이게 되었고, 그 가운데 일정이 허락하는 네 자매가 함께 옐로스톤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옐로스톤은 15년 전 노동절 연휴에 가족과 함께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얼마나 아름답고 인상 깊던지, 꼭 한번 다시 찾으리라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세월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서 내내 마음뿐이다가 이번에 언니들과 함께 원을 풀게 된 것이다. 나 말고는 모두 옐로스톤이 초행이었다. 여행사를 통한 관광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런 경우 다른 수가 없다. LA에서 1,007마일, 옐로스톤은 한두 가지 예약이나 계획으로 간단히 다녀오기가 어려운 곳이고, 우리처럼 한국과 미국에 떨어져 살던 중년의 자매들이 우르르 모였을 때는 그저 편안한 여행, 종일 버스만 타더라도 짬짬이 웃고 떠들고 수다를 나눌 수 있는 여행이 최고인 것이다. 아시다시피 단체관광의 이점이란 싼 가격에 아무 것도 신경 쓸 일 없는 여행 아닌가. 운전, 숙박, 식사, 관광일정을 모두 여행사가 알아서 해주니 모이랄 때 모이고, 먹으라는 것 먹고, 구경하랄 때 구경하고…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둘째언니 정은자, 셋째언니 정복자와 그의 딸 강혜인, 넷째언니 정선희, 다섯째인 나 정숙희, 이렇게 다섯 여자가 8월17일부터 20일까지 아주관광의 옐로스톤 3박4일 여행을 다녀왔다.
옐로스톤 관광에 나선 네 자매. 왼쪽부터 정선희, 정은자, 정복자, 정숙희.
3개주에 220만에이커… 세계 최초·미 국립공원 1호
‘태고의 신비’ ‘지구의 끓는 열탕’ ‘지층이 가장 얇은 곳’으로 불리는 옐로스톤은 1872년 연방의회의 승인으로 제18대 그랜트 대통령이 지정한 세계 최초, 미국 최대의 국립공원이다.
미서부 아이다호와 몬태나, 와이오밍 등 3개주에 걸친 220만에이커의 광활한 땅에 3개의 강(스네이크, 옐로스톤, 미조리 리버)이 흐르고 폭포, 호수, 평원, 숲, 산, 협곡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옐로스톤을 다른 국립공원들과 뚜렷이 구별 짓는 것은 곳곳에서 수증기가 하얗게 올라오는 1만여개 온천과 300여개 간헐천(전 세계의 70%라고 한다) 등 화산작용에 의한 특이한 지형. 옐로스톤은 지표면에서 40마일만 파고 들어가면 끓는 용암(마그마)이 있다고 하며(다른 지역은 지하 90마일), 옐로스톤이란 이름도 오랜 세월 지하에서 분출된 유황 온천수가 흘러내리면서 노랗게 변색된 바위들이 많아서 붙여진 것이다.
야생동물의 천국인 옐로스톤은 사슴, 무스, 흑곰과 회색곰, 늑대, 들소, 산양은 물론이고 1,000파운드나 나가는 버팔로들이 떼 지어 풀을 뜯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버팔로나 순록이 길에 나오면 이들이 차도를 벗어날 때까지 모든 자동차들이 정지한 채 기다리는 일은 옐로스톤 관광의 지극히 자연스런 일부분이다.
기상이변이 심한 고지대(5,314~1만1,358피트)라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공식 시즌은 5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6개월이다. 한인 여행사들도 9월말까지만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므로 올해 다녀오려면 서둘러야 한다.
미드웨이 가이저에서 뜨거운 온천물이 그대로 강으로 떨어지는 모습.
간헐천, 폭포 그리고 회포...옐로슽톤의 ‘특별한 여름’
첫날 아침 7시 LAX에 집합, 8시55분 발 사우스웨스트 항공기로 솔트레익시티로 향했다. 비행시간은 1시간40분. 도착하니 56인승 관광버스가 미끄러지듯 공항청사로 들어온다. 우리 단체는 총 52명.
새벽부터 나왔기 때문에 다들 배가 고프다. 더구나 유타주는 LA보다 1시간 앞서기 때문에 시간은 어느덧 정오. 솔트레익시티의 8개 한식당 가운데 그중 낫다는 장수장에 도착하니 식탁마다 모든 사람의 수저와 밥, 반찬이 차려 있고 10여개의 냄비에서 4인분씩의 매운탕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기다림이 전혀 없을 때의 감동! “음식 맛은 절대 LA와 비교하지 말라”는 가이드의 경고가 있었으나 시장이 반찬이라 기대보다 맛있게 식사를 했다.
식사 후 느긋해진 마음으로 도착한 곳은 천연 용암온천 ‘라바 핫 스프링스’(Lava Hot Springs). 100년 된 이 노천온천은 무색무취의 미네랄 온천이라 물이 맑고 냄새가 전혀 없다. 냄새 풀풀 나는 유황온천보다 몸에 훨씬 좋다고. 온천물이 몹시 뜨거워 다들 오래 담그고 있지를 못한다. 허리와 관절이 좋지 않은 언니들은 “너무 좋다”고 감탄을 연발.
저녁은 골든 코랄(Golden Corral) 식당에서 푸짐하게 했다. 홈타운 부페 스타일이라 음식 종류도 많고 맛도 괜찮은 편. 포카텔로 시에 도착, 호텔 체크인 하고는 다섯 명이 한방에 모여 두런두런 회포를 풀기 시작했다. 이 회포 풀기는 밤마다 계속되어 마지막 밤에 최고조를 이루었다.
그랜드 티톤의 위용을 구경하고 있는 한인들. 맨 왼쪽의 뾰족한 산이 그랜드 티톤, 그 오른쪽은 모란산(Mt. Moran)이다.
둘째 날 아침 일찍 출발 ‘옐로스톤 베어 월드’(Yellowstone Bear World)를 구경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일부로, 넓은 산야에서 60여마리의 야생 곰들을 키우고 있는 곳이다. 옐로스톤에서 야생동물을 직접 보지 못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곳으로, 방문객들은 차를 타고 가면서 곰들이 여기저기서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페팅 주(petting zoo)에서는 새끼 곰들이 싸우며 장난치는 광경을 바로 앞에서 구경할 수 있었고, 아이들은 돼지, 순록, 사슴, 공작새 등을 직접 만져 보거나 먹이를 주는 시간을 가졌다.
공원에 들어서니 15년 전과 크게 달라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불에 타 검게 그을렸던 황량한 산야(▲옐로스톤 대화재 참조)가 다시 파래진 것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산과 숲, 평원에는 1988년 까맣게 타서 죽은 나무들이 그대로 열을 지어 서 있거나 넘어져 있는데 그 밑으로 파랗게 자라난 어린 소나무들이 어우러져 죽음과 생명과 부활의 노래를 합창하고 있었다.
이날은 주로 옐로스톤 서쪽에 위치한 간헐천들을 집중적으로 관광했다. 처음 들른 곳은 매머드 핫 스프링(Mammoth Hot Springs). 공원 북쪽에 있는 온천으로 지하에서 분출되는 뜨거운 광물질이 오랜 세월 켜켜이 쌓여 하얀 계단을 이루면서 흘러내린 특수한 지형이 장관이다. 원래는 옐로스톤에서 가장 환상적인 곳이었다는데 지금은 그 신비로움이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사실 우리가 도착한 때마침 비가 내린데다 샌드위치 런치 먹는 일에 눈이 어두워 제대로 돌아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는데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올드 페이스풀’(Old Faithful). 이 간헐천이 한번 터지는 광경을 보기 위해 수백명의 사람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기다리는 모습 자체가 장관이었다. 올드 페이스풀은 전에 약 한 시간에 한번 터졌는데 점점 간격이 늘어나 지금은 90분(±13분)에 한번씩 분출되고 있으며 치솟아 오르는 높이와 힘도 자꾸 줄어든다고 한다. 한번 분출하면 약 30초 동안 1만2,000갤런의 물을 뿜어 올린다. 오후 4시30분께 드디어 분출, 다들 사진 찍고 비디오 촬영하기에 바쁘다.
그 다음 들른 곳은 미드웨이 가이저(Midway Geyser). 공원에서 가장 큰 온천지대로 옐로스톤의 신비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노천온천이 광활하고 컬러풀하게 펼쳐진 풍경이 압도적이며 너무 방대한 지역에서 수증기가 올라오기 때문에 트레일을 따라 한 바퀴 돌아오면 가벼운 사우나를 한 것 같은 상태가 된다.
이외에도 활화산의 작용으로 다양한 색깔의 진흙이 끓는 페인트 통 같은 ‘파운틴 페인트 팟’(Fountain Paint Pot)과 ‘머드 볼케이노’, 용트림 소리를 내며 수증기를 토해내는 ‘드래곤스 마우스’ 등에 탄성을 질렀고, 맑고 푸른 물이 잔잔하게 고여 있는 에메랄드 풀 등 이름도 다 기억 안 나는 예쁘고 신기한 샘들을 싫도록 구경했다.
저녁 먹고 호텔에 짐을 푼 뒤 언니들과 몰려나가 호텔 인근에 있는 아이맥스 극장에서 ‘옐로스톤’ 영화를 보았다. 아이맥스 영화가 늘 그렇듯 짧은 관광으로 볼 수 없는 공원 내의 신비한 풍경들이 거대한 화면으로 펼쳐지니 경이로움을 금할 수 없었다.
베어 월드의 페팅 주에서 한인들이 사슴들과 어울려 놀면서 사진 찍고 있다.
셋째 날 이날이 옐로스톤 관광의 피크라고 하더니 정말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점철된 하루였다. 날씨부터 좋았다. 아침 일찍 공원 내로 들어서니 물안개가 나무들 사이로 뽀얗게 올라오는데 공기는 부서질 듯 맑고 청량하며 가이저들은 이른 아침 더 많은 수증기들을 거침없이 뿜어낸다.
‘옐로스톤의 그랜드 캐년’(Grand Canyon of the Yellowstone)이라고 불리는 ‘아티스트 포인트’(Artist Point)에 도착했다. 약 30분간의 하이킹으로 다녀올 수 있는 이곳은 노란 바위들의 협곡이 절경을 연출하고, 계곡 밑으로 떨어져 내리는 308피트 높이의 폭포(Lower fall)가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옐로스톤에는 40여개의 폭포가 산재해 있는데 이 폭포가 가장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고.
강변을 따라 수백마리의 버팔로 떼가 나와 아침 식사하는 모습을 스쳐 지나가며 옐로스톤 레이크가 있는 웨스트 섬(West Thumb)으로 이동한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일급수의 맑고 푸른 호수가 작고 예쁜 가이저와 온천들과 함께 어우러진 특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 350만년 전 화산 폭발로 형성됐다는 옐로스톤 호수는 백두산 천지의 100배, 해발 7,700여피트의 높은 고도에 위치한 호수로 북미주에서 최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단다. 넓디넓은 호숫가를 끼고 한 바퀴 돌아오는 트레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옐로스톤 남쪽으로 내려와 공원을 벗어났다. 바로 붙어있는 그랜드 티톤(Grand Teton) 국립공원의 웅장한 위용을 구경할 차례. 그 높이가 1만3,770피트(4,197미터)에 이르는 이 거대한 산들은 약 1억년 전 대륙과 대륙의 충돌에 의해 급하게 융기한 특이한 바위산으로 존 D. 록펠러 주니어의 노력으로 19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그랜드 티톤의 위용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잭슨 레이크 라지 호텔에 잠깐 들렀다가 인근 잭슨홀 시티에서 스테이크 런치를 먹었다. 서부시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잭슨홀 동네를 한 시간여 구경하며 돌아다니다 포카텔로의 숙소로 향했다.
옐로스톤 여행의 마지막 밤, 언니들과 옛날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다가 잠이 들다.
옐로스톤에서는 맑고 푸른 물이 잔잔하게 고여 있는 에메랄드 풀 등 예쁘고 신기한 샘들을 싫도록 구경할 수 있다.
넷째 날 솔직히 이날은 이해할 수 없는 일정이었다. 옐로스톤 3박4일 관광인데 하루라도 옐로스톤을 더 보여줄 일이지 누가 소금온천에 구리광산, 몰몬 성전 구경을 하고 싶다고 했나?
그러나 이날도 우리는 즐겁고 재미있었다. 온천 중에 최고라는 소금온천을 아침부터 실컷 즐긴 후 세계 최대라는 빙햄캐년 광산(Kennecott’s Bingham Canyon Copper Mine)을 돌아본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처음 가본 거대한 광산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공원에서 가장 큰 온천지대로 옐로스톤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미드웨이 가이저. 노천온천이 광활하고 컬러풀하게 펼쳐진 풍경이 압도적이다.
솔트레익 시내 한 가운데 자리 잡은 몰몬 성전은 김수진 자매라고 밝힌 한인 선교사의 안내로 45분간 둘러보았다. 투어라기보다 몰몬교의 선전시간이었지만 이날 하루만도 한인 방문객이 200명을 넘었다니 솔트레익 시티의 가장 중요한 관광지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시대 중심의 샤핑몰에서 두 시간 가량 자유시간을 가졌다.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놀다가 한 구두 샵에서 둘째언니는 신발을 하나 사서 신었다. 조카 혜인이는 따로 떨어져 샤핑하고.
오후 8시45분발 비행기를 타고 LA에 도착해 짐을 찾으니 밤 10시. 다음날 일찍 한국으로 떠나는 언니들과 공항에서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돌아섰다. 3박4일이 이렇게 후딱 지나가다니, 올여름의 가장 짧은 나흘이었다.
일급수의 맑고 푸른 호수가 작고 예쁜 온천들과 함께 어우러진 특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옐로스톤 호수.
옐로스톤 대화재 그 후
공원 역사상 가장 건조한 기후를 보였던 1988년 여름, 6월부터 옐로스톤 인근 산야 곳곳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 인간의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9건, 번개로 인한 화재가 42건이었다. 공원 당국은 대부분 자연발화라는 점에서 일부러 끄지 않고 그대로 두었는데 8월부터 불이 바람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두 달간 총 2만5,000명의 소방대원이 달려들어 진화작업을 벌였으나 역부족이었고 불은 결국 9월에 내리기 시작한 눈과 비에 의해 자연 진화됐다. 미 역사상 최대로 기록된 이 화재로 공원의 36%에 해당하는 79만3,000에이커, 전체 삼림의 반 이상이 소실됐고, 300여마리의 야생동물이 죽었다. 그러나 생물학자들은 이러한 대화재도 옐로스톤 생태계의 자연스런 사이클로 보고 있으며 지난 1만년 동안 약 300회의 대화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학자들은 빠르게 치유되고 있는 옐로스톤의 식물과 동물, 토양 등 생태계의 변화를 연구하면서 자연의 경이로운 정화작용에 다시 한번 놀라고 있다.
물안개가 올라오는 강가에서 버팔로 떼들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옐로스톤 관광 메모
▲비용: 일인당 택스 포함 550달러. 호텔 2인1실 기준. 한 방에 3명 이상 숙박할 경우 할인된다. 여기에 가이드 팁(하루 10달러씩 4일간 40달러)과 옵션(온천, 베어월드, 구리광산 등 각 10~15달러)을 포함하면 일인당 70~100달러를 더 내게 된다.
▲식사: 도착하는 날과 돌아오는 날 솔트레익 시티에서 한식을 2회 먹고 나머지는 중식 1회, 서양식 3회, 샌드위치 도시락 1회, 그리고 3회의 아침은 모두 호텔의 컨티넨탈 브렉퍼스트. 생각보다는 괜찮은 편.
▲숙소: 포카텔로 시의 아메리텔(Ameritel) 호텔에서 이틀, 옐로스톤 서쪽 입구의 켈리 인(Kelly Inn)에서 하루 투숙하는데 둘 다 쾌적한 분위기. 각 방마다 퀸 사이즈 침대 2개, 실내 수영장과 자쿠지가 있다.
▲가이드: 어떤 가이드를 만나느냐에 따라 여행의 질이 크게 달라지므로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고객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고 순전히 운이라는 점이 좀 안타깝다. 우리가 만난 가이드는 최상은 아니었지만 오랜 경험으로 노련하게 업무를 수행, 큰 불만이나 사고 없이 여행을 마쳤다. 다만, 이 기회를 빌어 한인타운 여행사들의 가이드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몇 가지 있다.
많은 가이드들이 한국에서 오는 여행객들을 의식,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나 우리 버스도 그랬듯 여행객의 대다수는 미주 한인들이다. 또한 요즘 한국 사람들은 이미 미국을 수차례 방문했거나 신문, 인터넷, 친지들의 경험을 통해 미국 실정을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주제넘은 ‘교육’은 비웃음을 살 공산이 크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여행이지 공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들뜬 여행객들에게 4.29 폭동의 억울함이나 미국 역사를 강의하는 것은 부담스런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제발 귀를 쉴 시간을 많이 주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여행할 때 모처럼 가족과 대화도 나누고 싶고, 창밖에 펼쳐지는 풍경을 보면서 조용히 명상하는 시간을 갖고 싶기도 한데, 좁은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모든 것이 올스톱, 도저히 피할 방법이 없다. 여행지에 관한 정보만을 정확하고 맛깔스럽게 전해 주는 프로페셔널 투어 가이드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글·사진 정숙희 기자>
<협찬 아주관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