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요코 이야기

2007-01-23 (화) 12:00:00
크게 작게

▶ 시 론

▶ 이문형 <전 워싱턴 문인회장>

일본의 한 승려가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개입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며 “베트남 전쟁 때 한국 군인들이 어떻게 했는지와 같은 다른 마찰을 야기할 것”이라는 협박성 편지를 보스턴 한국총영사관에 보냈다 한다.
‘대나무숲 저 멀리’, 이 소설 한권의 얘기가 심상찮은 바람을 일으킨다. 책의 뒷 표지에 “용기와 생존의 실화”라고 찍혀있는 이 자서전적 소설이 던지는 문제점은 매우 심각 하다. 당장에 우리의 아이들이 내면적으로 겪어야할 정신적 충격과 외부로부터 오는 질시와 혐오의 눈총을 견디어낼지 심히 우려된다.
청소년의 자긍심이 파괴되고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키게 되면 그 회복이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그 책을 읽은 미국학생의 ‘2차대전 중 가해자는 독일과 한국’이라고 대답하는 것만 보더라도 당시의 정황을 모르는 채, 일본이 얼마나 흉측한 짓을 저질렀던 침략국인지도 모르는 채 이 책에서 말하는‘한국인들은 일본제국의 일부였지만 일본인들을 싫어했다’는 주장을 믿으면서 성장할 것이다.
개인적인 선택에 의해서 읽히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적어도 학생들의 교재로서의 선택(또는 권장도서)은 우리민족에 대한 혐오감을 유발시키는 인권 모독이고 인종차별이며 심각한 인권 침해이다. 우리는 군 위안부들의 비참한 증언집이나 마루타(731부대의 인간생체실험) 같은 책을 교재로 택할 것을 요구하거나 시도하지 않는다. 역사적 진실이지만 어린이들의 정서에 합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전, 평화주의자를 자처하는 이 책의 작가 가와시마 요꼬 왓킨스는 자신의 얄팍한 책 한권이 다른 사람(한국인)의 인격을 손상하고, 혐오감을 유발시키며, 역사가 왜곡될 수도 있는, 심각한 인권침해의 현상 앞에서 늦기 전에 양심선언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일본의 침략으로 인해 사람으로 살 권리와, 언어와, 풍습과, 재산까지도 빼앗긴 채 36년 동안 신음의 세월을 겪었던 피해국이 한국이었음을 자백하고, 당신 아버지의 전력이 인간을 생체실험 했던 731부대에서 종사 했다거나 다른 어떤 지독한 전범자였음이 다른 사람에 의해 밝혀지기 전에 스스로의 고백으로서 명명백백 밝히고 사죄해야 하며 책의 회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당신들의 역사가 침략의 역사, 왜곡 날조의 역사, 은폐 조작의 역사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온 몸과 온 마음, 참을 수 없는 결의로써 일주일 만에 교재사용 금지라는 결과를 얻어낸 11세 허보은 양에게 부끄러운 우리여서는 안 된다. 등교거부라는 결연한 소녀의 몸짓 앞에서 우리가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지역 3개 한인회가 주축이 되고(창구는 일원화) 워싱턴지역 한국학교협의회와 워싱턴 문인회, 그 밖의 뜻있는 단체들이 합심하여 서명운동을 벌이고, 미 교육 관계부처와 정부, 일본 정부와 유엔인권분과위원회에 이를 제출하고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 책의 교재로 선택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고 그것의 부당성을 인식시켜야 한다.
다시는 문학이라는 미명 아래, 평화라는 위장된 미소로 자행되는 특정 청소년들의 정서파괴와 특정국가에 대한 혐오감 유발을 막아야할 것이다.
전쟁범죄자의 자녀로서 양심을 감추고 실화인양 위장시키기 위하여 자서전적 소설로 꾸민 가치 없는 이것이 역사마저 왜곡 인식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야할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