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녀는 천사

2006-12-19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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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형자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3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의 일이다. 보훈병원에서 일어난 아름다웠던 애절한 ‘러브 스토리’다.
약 먹을 시간이에요, 기분은 어떠세요, 항상 규칙적으로 환자를 위해서 약을 준비해주고 먹여준다.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겼다. 간호원의 지극한 희생과 봉사로 상태가 좋아진 것이다. 환자는 육군 소위로 1967년 대간첩작전에서 끔직한 추락으로 부상을 크게 당했다. 구사일생으로 생명은 구했으나 1급 척추 장애로 판명이 났다.
투병 중 간호원은 환자의 생명의 은인이었고, 환자의 마음속에 첫사랑을 싹트게 만들어주었다. 사랑에 빠진 환자는 간호원을 그 넓은 가슴에 사랑의 울타리를 쳐놓고 끌어들이고 말았다. 그녀는 마치 펄펄 끓어오르는 용광로 불에 쇳덩어리가 녹아내리듯 동정이 애정으로 변했을 것이다. 두 사람은 드디어 10년 동안 치료해주고 병의 고침을 받고 난 이후 3년 동안의 사랑의 긴 세월 끝에 사랑의 우리 안에 함께 갇히게 된 것이다. 그녀는 천사가 아니고 무엇이었겠는가.
그녀는 밀알의 간증을 하면서 영혼 속에 파고 들어온 사랑을 포기하지 못했다고 한다. 결혼까지 결심을 하게된 것이다. 주위의 식구들과 친척들은 결혼을 못하게 말리고 완강한 반대를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천사의 마음을 그 누구도 붙잡고, 동아줄 같은 사랑의 끈에 꽁꽁 묶인 것을 끊어놓을 수가 없었다. 드디어 사랑의 열매 ‘네 손가락 세계의 피아니스트’, ‘무릎 밑으로 종아리가 없는’ 세계에서 제일 작은 소녀 예쁜 희야가 태어 난 것이다.
아기를 낳았는데도 시집 식구들은 아기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외국으로 양녀로 보내자는 의견도 있었고 많은 식구들은 고민과 불안한 시간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진퇴양난의 입장이었다. 결국 희야 엄마 우갑선 간호사는 식구들이 속 끓는 내용도 모르고 아기가 보고 싶어 미칠 지경에 다달았다. 아기를 보여 주지 않고 쉬쉬하는 온 집안 식구들, 아기를 감추고 내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우갑선 씨는 아기 방으로 몰래 들어가 아기를 훔쳐 가지고 집으로 왔다고 한다. 우갑선 씨는 흥분되고 격앙된 마음으로 왜, 어째서 나의 아기를 남에게 주느냐고 하면서 단숨에 집으로 데리고 왔다고 한다. 그 이후 정성과 사랑, 희생으로 지금의 희야, 훌륭한 딸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나는 우갑선 씨, 희야 엄마야말로 훌륭한 여인, 세상에서 가장 마음씨 착하고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칭찬해주고 싶다. 정말로 장해요. 당신은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예쁘군요. 정말로 복 받은 훌륭한 여인이에요. 항상 건강하시고 계속 힘차게 ‘희야’와 함께 꿋꿋하게 살아가세요.
조형자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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