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새
2006-11-21 (화) 12:00:00
유별나게 꽃을 사랑하는 내 창 앞에는 때 없이 새들이 날아온다.
지난 여름날 아침에 짹짹거리는 새소리 따라 툭 하는 소리에 바라보니 두 마리의 새가 솟구치듯이 유리창을 날아오르다간 떨어지는 동작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창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바로 새들이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마음이 포근해졌다. 새들이 내 창문 앞에 앉아서 두 눈을 회동그랗게 두리번거리면서 창안으로 날아들지 못하는 것을 저희 네끼리 조잘대는 것 같았다.
자년과 더불어 아름다운 기억으로 자리한 내 유년에는 식물과 자연을 사랑하셨던 아버지가 계셨다. 수많은 나무와 당시엔 볼 수가 없었던 무궁화도 동생과 나의 등교 길목에 나란히 하얀 무궁화꽃을 피게 하였고 연못가의 수국, 옥자마, 철쭉꽃들이 사계를 다투어 피어나 꽃을 보며 자랐다.
깃 푸른 물새가 연못가의 철쭉나무 곁을 떠나질 않았다. 꽃을 사랑하는 나에겐 친구들이 안아온 자연화, 조화가 아로새긴 창안으로 새들은 날아오르다간 유리에 몸을 다치고는 자갈밭에 떨어지곤 했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 날도 방충망 창틀 앞에 날아 앉아서 찍찍, 짹짹 사설이 한창이다.
교우 내외분이 성당에서 안아 오신 난이 부쩍 자라서 곧은 꽃대 위 흰 꽃이 환하다. 살짝 다가가 본 창밖엔 꾀꼬리 같은 깃털이 노란 새, 점박이의 이름 모를 새가 날아오르다가 지쳐 동구마니 창틀 앞에 앉았다. 방충망을 열고 싶은 충동을 참으면서 잔디밭 머리 자갈에 나뒹구는 작은 새들을 반겨주지 못해 어쩔 줄을 모른 채 서 있던 나는 꽃과 나비의 자연의 연상으로부터 꽃과 새의 새로움에 눈을 떴다.
많은 동양화, 특히 산수화 속에서 익히 보아왔던 꽃과 새의 조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옛 병풍의 화폭 속에는 너무도 많이 자리하고 있었다. 또한 우리의 고구려 시대에 있어서는 새를 사랑하였다는 고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더불어 우리의 선인들은 정서면에서도 빼어난 역사를 이어왔던 것을 꽃과 더불어 새를 사랑하던 선조들을 기리며 살벌하게 돌아가는 기계문명의 정서의 고갈로부터 들에 핀 이름 없는 풀꽃까지를 사랑했던 어버이의 풍요한 마음, 자연으로 돌아가는 고운 심성을 가꾸고 싶다.
이택제 /워싱턴 문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