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엔 사무총장과 별들의 꿈

2006-10-18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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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생각

▶ 이혜란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그때가 아마 내가 여자중학교 1학년 때인 것 같다. 신문에 커다란 기사 중 하나는 한국이 유엔 가입을 시도했으나 또 부결되었다는 것이다. 분단된 남한의 작은 땅덩어리에 사는 것도 서러운데 우리 나라의 약한 국력 때문에 우리 대표들이 뒷 방청석에 앉아 듣기만 하고 발언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어린 마음에도 무척 상처가 되고 화가 났던 것 같다. 그 때 한 아이가 “얘들아, 걱정마. 내가 나중에 유엔 사무총장이 되어 한국뿐만 아니라 너희들도 모두 멤버로 넣어 줄께”하여 웃으니까 다른 친구는 “얘들아, 그거 하늘의 별따기야”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우리는 유엔에 가입되고, 또 유엔 사무총장에 한국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선출됨은 우리의 커다란 자랑이요 자부심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그는 분단국가의 첫 번째 유엔 수장이 되는데 그는 외무관료 36년을 지나는 동안 남을 아프게 하지 않으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언행은 피하고, 늘 웃음이 얼굴에서 사라지지 않았다고 주위 사람들은 얘기했다.
그는 고교 3학년때 적십자사에서 뽑은 비스타 학생대표 4명의 하나로 케네디 대통령을 미국 백악관에서 접견할 때부터 그의 외교관의 꿈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워싱턴에 오래 총영사로 있을 때에도 많은 교포들의 모임에 참석해서 지금의 총영사나 그의 뒤를 이어가는 외교관들에게 모범과 관례를 만들고, 교포들에게 항상 가까운 사람으로 느껴지게 했었다.
유엔 사무총장의 자리는 국가 원수에 준하는 예우를 받으며, 지명도에서는 미국 대통령에 버금가며, 도덕적 권위 면에서는 교황에 종종 비유되는 자리다. 특혜중 하나는 월급 이외에 뉴욕에 있는 관저를 1년에 1불만 내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기는 5년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재임도 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그의 신뢰는 한국의 모든 국제사회에서의 긍정적 이미지와 외교사에도, 또 다른 커다란 페이지를 만들어갈 것이 틀림이 없다.
북한 핵실험 문제로 모두 긴장이 되어있는 이때에 이런 기쁜 소식은 진정으로 온 국민이 오래동안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던 뉴스이며 한국 역사에 커다란 변환점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 부디 그가 유엔 사무총장의 임무에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그의 건강과 막중한 임무수행에 성투를 빌어본다.
이혜란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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