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삶
▶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나는 산더미처럼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봤다. 푸르다 못해 시퍼런 북반구의 바다는 보기만 해도 몸이 시려왔다. 언덕처럼 높은 파도가 은발을 휘날리며 선창을 두드렸다. 나에게 이 망망한 바다는 내가 지나온 과거와 미래를 다 합친다 해도 엄청나게 모자란 것이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나는 새로운 날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무궁무진한 이 바다를 채울 희망을 가져 보는 것이다.
차가운 아버지의 눈초리를 뒤로하고 집을 나설 때, 뒤에서 어머니의 흐느끼시는 울음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렇지, 아버지는 나에게 손을 드셨다. 어머님도 나를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에는 뜻을 같이 하심은 틀림이 없지. 확신이 가자 나는 빠른 걸음으로 브로드웨이 전철역으로 갔다.
시애틀로 가는 서북행 기차는 제 시간에 도착하고 출발했다. 멋도 모르고 핀 담배가 마리화나로 둔갑하고 의기 소침해서 LSD를 음독하고, 거리에서 마약을 팔고, 총의 위협에 손칼을 사용하다가 상해를 입히고, 퇴학당하고, 감호소에 가서 석 달을 지난 후, 간신히 타 학교에 편입하여서, 반 학생의 지갑을 훔치고, 또 감호소에 들어가고, 술에 만취하여 면허도 없이 남의 차를 몰고 질주하다 경찰에 잡히고, 그래도 야간 고등학교를 마쳐서 고교졸업장을 탔다. 그렇지만 형제들은 나에게 등을 돌렸다.
바다의 새벽은 빨리 왔다. 13명의 어부들은 분주하게 갑판을 뛰었다. 게를 포획할 상자가 소리를 내고 바다에 던져졌다. 곧바로 다른 상자가 게를 가득 싣고 올라왔다. 다음은 저장소에 쏟아놓는다. 게들이 소리를 내며 내려갔다.
다음날 새벽은 의외로 어둡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 갑판에 있는 상자들이 날아갔다. 선장이 인터폰으로 어업중단을 알리며 선실에 대피하라고 했다. 나는 의자에 기대 깊은 잠에 떨어졌다. 큰 굉음과 함께 머리 위로 얼음이 쏟아져 내렸다. 순식간에 바다 밑으로 배가 가라앉는 듯 싶었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나는 큰 파도를 타고 있었다.
빗방울이 머리를 때리고 있었다. 몸은 점점 마비가 오기 시작했다. 손에 긴 널빤지가 와 닿았다. 수십 번 시도 후 간신히 널빤지에 올랐다. 널빤지가 갑자기 무언가에 부딪혔다. 선장이었다. 정신이 바짝 들었다. 선장을 살려야한다. 죽을힘을 다해 선장을 널빤지에 올렸다. 나는 그가 숨을 쉬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내가 깨어났을 때 나는 흰 병동에 혼자 누워있었다. 온몸은 붕대로 덮여있었고 몸은 아직도 감각이 없었다. 바깥 창 너머로 푸른 바다와 그 위에 떨어지는 햇살이 눈부셨다.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