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란(亂)

2006-10-17 (화) 12:00:00
크게 작게
김윤태(시인)

란(亂)이 성공하면 혁명이 되는데 중간에서 들통이 나버린 현대판 란(亂)의 두목 황우석! 도대체 박테리아 식의 그 방법을 어디서 배워 왔을까?
중국에서는 춘추전국시대를 비롯하여 국토 확장을 노리는 무수한 전쟁들 틈바구니에서 법의 통치가 해이해진 틈을 타 지방 환관들이 부패해졌다. 도탄에 빠진 나라와 백성을 걱정한답시고 조정을 상대로 시작한 민병의 시위가 오히려 백성을 괴롭히는 황건적의 란(亂)으로 변한 난동이 있었고, 한국에는 백성을 괴롭히는 지방정부와 부패한 정부를 대항하여 백성들을 살려보자는 홍경래의 란(亂)이 있었다.

그 뿐이랴. 곽재우의 란도 있었고 최제우가 이끄는 동학란도 있었다. 정치가 어지럽고 세도가들의 독기 오른 착취에 몹시 시달린 가난한 백성들이 삼삼오오 의기를 투합하여 대단위 집단을 이루었고 그 집단의 힘을 빌려 부패한 정부를 상대로 항거하던 시위였다.
학생시위로부터 시작한 4.19 소요가 집권당인 자유당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민주정치의 회복을 성공하지 못했다면 4.19 학생의 난으로 기록이 될 뻔한 4.19 혁명. 부패한 정부에 대항하여 일어났던 역사속의 의거나 사태가 만약에 성공을 했다면 이 모두가 혁명으로 기록이 되었을 터인데 불행하게도 별로 힘도 없는 정부군에 진압이 되어 역사책에 길이길이 란(亂)으로 기록이 되고 만 란(亂)들.


란(亂)이란 백성을 기만하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일을 말한다. 옳지 않은 일을 옳은듯이 속임수를 써서 출세를 바란다거나 이득을 보려 한다면 그 또한 란(亂)이다. 현대판 황란(黃亂)의 주인공 ‘황우석!’ 이 사람을 두고 어디서부터 훑어 나가야 될지 꼭지가 보이지 않았다. 배울 만큼 배웠고 인생살이 살 만큼 산 사람이, 아니 총명하기로 말하자면 대한민국에서 제일인 서울대학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급의 교수가 줄기세포를 빙자하여 국민 전체를 농락하고, 대한민국을 등에 업고 세계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했으니 어디서부터 말을 풀어가야 할 지 서두가 잡히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줄기세포 생산의 원천기술을 동원하여 자기의 간에다가 생쥐나 사자의 머리털을 이식해서 간이 부었는지 미국까지 와서 피곤한 한밤을 헌납하고 귀를 기울이는 이민자들과 전세계를 상대로 자기 과시용 사기 연설까지 하다니, 그 사람 참! 용감하다고나 할까. 아깝다고나 할까. 나같은 하생(下生)은 말이 나오지를 않는다.
난리가 났으니 한동안 난장판이 되었던 대한민국, 어디서부터 추스려야 그나마 남아있는 나라와 국민의 체면을 세울 수 있을까 걱정을 하였는데 얼마도 지나지 않은 지금, 그 주인공들이나 주인공 못지않던 조연들은 모두 다 어디로 갔는지 모두가 조용하기만 하고 한숨을 쉬고 있던 전국민들도 그 일을 다 잊어버렸는지 온 나라가 조용하기만 하다.

행정부도 조용하고 사법부도 조용하고 교육부도 조용하다. 몇 억원씩 나누어 먹었던 청와대 담당 여자 비서관은 대학교수로 갔고, 몇 백만원이나 몇 천만원씩 받아먹었던 교수들과 일부 국회의원들, 그리고 행정부 고급관리들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모두가 무사하다. 교도소에서 빈 방을 청소하며 기다리고 있던 정직한 간수가 씁쓸하면서도 허탈하게 웃는다. 그러면 그렇지! 여기가 좀도둑의 전용실이지 어디 대도들의 교육관인가?
황우석이라는 사람은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대단한 사람인가? 그 안에 누가 끼어있기에 저리도 겁을 먹고 온 나라가 조용할까? 그것이 궁금하고 법이 걱정스럽다.

법의 얼굴이 공평하지 않거나 냉혹하고 무섭지 않으면 그 나라와 사회는 정의롭게 유지되지 못하였고 어느 나라이건 가르치는 자가 썩으면 그 나라는 얼마 가지 않아 망했다. 그런 사례를 잘 아는 일본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데 절대적으로 법 관리에 철저하고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데에 있어서 처음부터 나라와 온 국민이 마음을 다하여 전력을 모은다. 그 중 첫째가 작은 일로부터 시작해서 큰 일까지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 아니된다는 것을 무섭도록 철저하게 가르친다.“남이야 어떻게 되던 말던 내가 내 재주로 벌어들이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를 가르치는 사람들이나 그런 사람들을 눈감아 주는 나라와는 처음부터 다르다. 황란(黃亂)의 주인공 황우석!

지금 그 사람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또한 그의 공모자들은 어디에서 낄낄대고 웃고 있을까? 또한 그 돈은 어찌 되었나? 나라에서도 답이 없고 수사를 철저히 한다고 시끌벅적하던 관련부서 조차도 아무런 답이 없다. 온 국민도 그 일을 다 잊어버리고 사건도 사람도 돈도 모두 오리무중이다. 가끔 들리는 소리 있으니 모두들 승진을 했다는 소식 뿐이다.대한민국 답고 대한민국 국민 답다. 그러나 나는 끝까지 정답을 기다리고 있을테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