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의 향기

2006-10-1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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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흙 내음과 구수한 나무냄새가 코끝에 닫고 또 분홍빛 새벽 속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셔가며 아내와 둘이서 운동도 하고 데이트하는 마음으로 산책을 하다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는 호수를 바라보니 자연의 신비로움에 다시 한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더욱이 그 잔잔한 호수에 자기네들만의 세계라고 자랑하듯 창공으로 비상하는 철새들의 모습이 과히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 호수주변에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서 붉고 노랑 색으로 물들어 가는 가을의 향취가 바람에 휘날려 힘겹게 살아온 인생살이에 순간적으로 그 무언가 삶의 향기를 뿌려주는 것 같아 우리는 티없이 밝게 웃으면서 어린아이 마냥 기뻐했다. 이러한 순간 순간 기쁨과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길다면 긴 인생행로가 얼마나 힘들고 버거웠을까 생각해본다.
삶이란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 자체 생활이 아닌가. 여기에는 인생의 첫출발점인 꿈과 희망을 안고 결혼이란 인생열차를 타고 달려가면서 애환도 맛보고 아이들도 낳아 기르면서 건강하고 반듯하게 커 가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과 흐뭇함에 살아가기도 하고, 살림살이가 차츰 좋아져서 가정생활에 생기가 넘쳐흐르면서 욕심내지 않고 평범하게 잘 살아가는 이도 있다. 그 반면에 예기치 못한 불행한 사고, 사건이 돌출하여 온갖 고초와 역경에 시달렸다가 좌초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보란 듯이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불굴의 의지를 갖고 사는 이도 있고, 때로는 병에 걸려 고통과 쓰라림에 울부짖으면서 사는 것 자체를 부정했다가 다행히 병이 차츰 완쾌해 가는 모습으로 변하면서 해바라기처럼 환하게 웃으며 사는 이도 있다.
몇 개월 전 죽마고우 중 한 친구가 덴마크 자기 집 정원을 가꾸다 갑자기 쓰러져 뇌를 3번 수술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지난주 덴마크에 있는 그 친구가 직접 전화로 많이 좋아졌고 회복단계에 있다는 생생한 목소리에 아, 이 친구가 살았구나, 안도의 숨을 쉴 수가 있었다. 예전 그대로의 목소리였다.
이렇듯 희 로 애 락 병 노 사의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게 우리의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다. 그 누가 한치 내일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자아를 찾아가면서 오늘에 처해있는 것들에 후회 없도록 노력하며 내일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착하게 살아온 과거, 진실한 마음씨, 소박한 생활, 그리고 아직도 가지고 있는 희망, 이런 것들이 우리를 지탱해주고 있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삶의 향기에 도취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꽤 좋지 않나 되새겨본다.

<홍병찬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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