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쯤 서울을 갔는데 마침 가까운 친척이 금강산 여행을 가자고 해서 함께 동행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약간의 두려움과 그곳에 갔다가 억류되어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람들의 신문기사들이 머리에 떠올라서 걱정을 했었다. 그랬더니 그곳 관광은 똑바로 한 줄로 갔다가 똑바로 한 줄로 온다고 하면서 이번에도 800여명 정도가 버스 14대로 가니까 안전하다고 한다.
강릉 쪽으로 4시간 정도 달린 버스는 군사 분계선 가까이 가서는 모두 내려서 출국 수속, 다시 버스를 타고 이북 쪽 초소에서 입국 수속을 하는데 사람들은 벌써 반은 얼은 듯 말이 없다. 세계 어느 곳보다 낯설고 조심스러운 그곳은 호기심과 걱정을 함께 갖게 했다.
군사분계선을 지나 호텔로 가는 길은 길 양편 끝에 길을 따라 철조망이(거기에 전기가 통한다고 얘기한다) 늘어서고, 이제야 왜 사람들이 한 길로 왔다 한 길로 간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 길의 저편에는 몇 미터마다 16~17세 정도 어려 보이는 이북 군인들이 장총을 들고 서 있다. 약간 마른 듯한 얼굴에 검은 피부, 그리고 깊숙이 눌러 쓴 모자. 목각 인형처럼 움직임이 없이 서있는 모습은 우리를 더 경직시켰다. 안내원은 필요한 말 이외는 삼가고 말조심해야지 어떤 이는 3,000불, 5,000불까지도 벌금을 물 수 있으며 잘못하면 잡혀가기도 한다고 했다.
현대건설에서 지었다는 호텔과 펜션의 숙소는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냉면 하나 김치 맛있게 먹은 것 빼고 메뉴도 조촐하고 과일도 눈에 안 띄고 먹을 것이 많이 없는 듯 했다. 북한 정부에서 관광객을 국빈대접하라고 지시가 나왔다는데 국빈이 이 정도면 일반 서민은 어느 정도인지. 온천과 평양 모란봉 교예노래단, 서커스가 약간 낯설고, 10시 이후는 통행금지 시간이니 호텔 밖은 얼씬도 말라고 한다.
관광 코스는 구룡폭포, 만물상, 해금강, 삼일포였는데 가는 곳마다 경치는 아름다우나 관광객을 위해서 준비는 안 된 상태였다. 자갈 산을 오르는 3시간은 험하고, 이렇게 힘든 관광은 처음인 듯 하다. 산 위에는 화장실이 없어서 만일 산 위에서 하려면 작은 것은 1불, 큰 것은 2불인데 플라스틱 봉지에 해서 갖고 내려온다고 했다. 자연보호 때문이라고 하는데...
산은 큰 바위 대신 작은 조각들이 모여 각을 이루니 아름다웠고,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주민들이 마시기 때문에 산을 오르다 만일 그곳에 손을 담그면 50불 벌금, 발을 담그면 100불 벌금이라고 한다. 말 몇 마디 잘 못 하면 벌금, 또 손가락질이 이북에서는 총을 쏘는 것이기 때문에 공화국에 대해 쓴 비석을 보고 손가락질만 해도 벌금, 위에 걸터앉아도 벌금, 욕해도 벌금이라고 한다. 남쪽에서 간 어떤 남자들이 그 문구들을 읽다가 무어라고 욕을 했는지, 잡혀가서 3일만에 나왔는데 15파운드가 빠졌다고 얘기한다.
돌아오는 길은 800명 중 한 명이라도 걸리면 우리 모두 못 나간다고 얘기했던 안내원 말대로 딱 한 명이 돌아오는 길에 말을 잘못해서 걸렸다. 그래서 버스 14대에 탄 800명이 그 자리에서 1시간 반을 기다리는데 그 초조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결국 300불을 내라고 하고, 반성문을 쓰라고 했다고 한다.
군사 분계선을 지나 다시 버스가 남쪽을 향하니 보초를 서던 남한의 군인들이 손을 흔든다. 버스 안 사람들은 너무 반갑고 감격한 듯 일어나 그들을 향해 두손을 흔들며 환호한다. “천국이 어디인가 했더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바로 천국이구먼” “맞아, 맞아” 하면서 자유의 나라에 살고 있음을 새삼 감사했다.
떠나면서 언제인가는 그곳 사람들도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풍부한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김성식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