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름다운 변화

2006-07-18 (화) 12:00:00
크게 작게

▶ 인생 칼럼

▶ 문무일<신뢰회복연합조직위원회 위원장>

성화 ‘최후의 만찬’을 그린 레오나르드 다빈치가 작품구상을 한 후 예수처럼 생긴 모델을 찾아 나섰다. 끈질긴 노력 끝에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고 만찬을 나누는 거룩한 모습의 주인공을 발견한 것이다. ‘삐에트르 반디네르’라는 이사나이는 선한 모습대로 생활 또한 착하고 정직했다.
예수를 그린 다음 열 두 제자 중 열 한 제자의 모습까지는 완성했으나 마지막 한사람이 문제였다. 예수를 팔아 넘긴 가롯 유다의 모델을 찾기로 한 다음 백방으로 수소문 끝에 유다를 상징하는 인물을 포착했다. 교활하게 번득이며 예수를 흠쳐 보는 눈과 마치 시궁창에서 기어 나오는 듯한 배신자를 화폭에 담아냄으로써 ‘최후의 만찬 ‘이 완성되었다. 감동적인 작품을 끝낸 다빈치는 얼마 후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치고 말았다. 유다의 모델이 되어준 그 사람이 맨 처음 예수의 모델이 이었던 삐에트르 반디네르가 아닌가.
아무리 참한 얼굴을 지닌 사람일지라도 무너지기 시작하면 잠깐 사에에 변하고 만다. 한평생 살아가는 동안 사람의 얼굴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변하고 또 변한다. 아무리 출중한 인물도 10년이 가고 20년 세월이 흐르면 몰라볼 만큼 변하게 되어있다. 얼굴이 삶을 닮아가기 때문이다.
옛 사진을 들여다보면 싱그러운 젊음이 엿보이지만 지금의 내 모습이 옛 모습과 딴판일 것이다. 거기에 예전의 내 모습이 있지만 세월이 얼마나 무상한가를 실감하게 된다.
사람들은 현재의 얼굴에서 과거를 짚어보고 얼굴분위기에서 그 사람의 현실을 쉽게 읽어낸다. 상대방의 인상을 보고 마음을 살피고 숨은 뜻까지 헤아린다. 표정의 움직임을 보고 인간성을 간파하거나 인상의 좋고 나쁨에 따라
상대방의 거리를 좁히거나 멀리하기도 한다.
사람의 얼굴이란 얼굴 배후에 있는 보이지 않는 마음 씀씀이에 인상이 잡혀지고 그 사람다운 틀도 형성되는 모양이다. 고상한 마음을 지니고 살면 표정도 우아해지지만 추한 생활에 젖어 살면 금새 비굴한 인상이 되고 만다. 음탕한 모습을 보면 그 음산한 분위기에 경계심을 갖고 불신의 감정을 지니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감추고 사는 일들이 많지만 얼굴만큼은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다. 아무리 치장을 해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내 모습은 세월의 변화만큼 변해간다. 산다는 것은 변화의 물결을 타는 것이요, 그 물결을 가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얼굴은 그 사람의 상표와도 같다. 생활이 보이고 인격이 보이고 인간성이 풍기는 때문이다.
시간은 변화를 몰고 온다. 우리들은 시시각각 밀려오는 변화의 스타트 라인에 선다. 아름답고, 정직하게 변하는 삶을 사는 방법이 있다면 그 길을 걷는 게 사람답게 사는 일일 것이다.
문무일<신뢰회복연합조직위원회 위원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