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난 지 오래 된 필자는 한국 시인들에 대해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에 들어보았던 김소월, 서정주, 박두진, 모윤숙, 그리고 나병시인 한하운 등이 시에 대한 나의 접속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정희 독재시절의 부정부패를 적나라하게 (또 재미있게) 묘사해서 국내에서는 판금된 김지하의 담시 ‘오적’은 미국에서 읽어볼 수 있어 그의 혜안에 감탄한 경험 말고는 한국시를 접할 기호가 없었다. 그런데 가끔 ‘시인 공화국’이라는 고종석 씨의 글을 한국일보에서 읽어보면 요즘 어떤 시인들은 소위 주옥같은 표현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던 과거의 시인들과는 달리 온갖 음습한 주제를 다루면서 표현조차 공격적이 아니면 욕설에 가까운 시를 쓴다고 생각된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지 모라는 테러범에 의해 얼굴을 찢기는 불상사가 발생한 후 있었던 두 명의 시인(?)들의 반응을 보고는 한마디로 ‘싸가지’ 없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까지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었다가 현재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대표하는 노혜경 씨는 그의 홈페이지에서 박근혜 씨를 “박정희의 악몽과 겹쳐있는 구시대의 살아있는 유령”이라고 악담을 퍼부으면서 “17바늘을 꿰맸다더니 60바늘을 꿰맸다는 것을 보면 성형도 함께 한 모양”이라고 빈정거렸다. 아무리 당이 다르다고 해도 같은 여성끼리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사람에게 그토록 무자비하고 예의 없는 수작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보통사람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싸가지’ 없는 짓거리다.
노혜경 씨보다 더 싸가지 없는 시인(?)은 송 모라는 자다. 그는 박정희·육영수 씨의 비명횡사를 언급하면서 박근혜 씨를 “독재자 박가 딸”이라고 부르는 욕설을 서슴지 않았고 여성 성기 언급 등 쌍스러운 잡설을 글이라고 인터넷에 올려놓았다니까 그의 부인과 딸, 아들도 반대의견을 내놓았다는 게 당연하다.
한국사회 전체가 언어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전에도 그런 경향이 여기저기 있었겠지만 언어의 난폭화는 노무현 대통령 출현 이후 더욱 심각해지기 시작했다는 게 필자의 소견이다. 노사모 회원들이나 진보파가 이회창, 한나라당, 박근혜,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소위 ‘수구꼴통’들에게 퍼붓는 폭언과 욕질은 지난번 대선과 그 이후 신문 사설이나 칼럼의 댓글을 읽어본 사람이면 그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흉보면서 닮는다고 좌파를 비난하는 우파 사람들의 말도 거칠어진다.
대통령 자신의 언행도 문제다. 남북문제만 잘 되면 경제는 “깽판”을 쳐도 된다는 말로부터 시작해서 취임 초 검사들과의 토의에서는 “이렇게 나가면 막가자는 것이죠”라는 표현하며 그의 정련되지 못한 언사는 하도 많이 들어 이제는 농담거리도 아니다. 또 그와 그의 추종자들의 편가르기는 어떤가. 좌파사회 경제이론을 비판력과 역사적 고찰이 없이 받아들여 철저한 이분법을 적용한다. 자기들은 정의와 민주, 그리고 통일 세력이고 반대편은 친일, 친미의 후손들로 독재정치를 지지했던 수구꼴통들이라서 한국 각계의 지도적 위치에서 끌어 내려야될 세력으로 부각시킨다.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배아픈 것은 참을 수 없다면서 서민층들의 재벌 등 소위 기득권자들에 대한 증오심마저 부추긴다. 국내 경제현안도 바쁠 터인데도 친일과 독재정권의 과거사 파헤치기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는 것도 역시 편가르기의 한 표출일 것이다. 방송의 어용화 및 일부 친노 신문들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보수적 조·중·동의 독자 지지가 변하질 않으니까 소위 신문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친여 신문들의 배달까지 돕겠다고 나온다. 김 노 두 정권에 뒤이어 내년 대선에서도 꼭 좌파 정권이 들어서도록 하려는 노 씨의 선거구상과 또 한나라 등 보수세력의 정권탈취 노력의 충돌로 한국정치가 더 흉포한 언어난무의 마당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염려된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